장애 있다고 특혜 원하지 않아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상무

발행일 2011.02.25. 00:00

수정일 2015.12.18. 15:25

조회 3,314

중구 필동 3가 남산 밑에는 인쇄소가 즐비하다. 일산 출판단지로 많이 이전했으나 중소기업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곳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나누리(http://www.na-nuri.com) 탁문돈 대표를 만났다. 장애인을 많이 채용해 서울형 사회적 기업이 된 곳이다.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면 정부로부터 운영비로 연 5억 원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으나 이곳은 지원 없이 운영하는 탄탄한 기업이다.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지원을 받지 않고 사업을 해 본의 아니게 주변으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대표 탁문돈(59) 씨는 자신도 장애 2급이다. 2000년 12월 경부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13개월 동안 입원하면서 대 수술을 4번이나 받았고 2006년에는 직장암수술까지 했다.

탁 대표는 6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 자신이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일찌감치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직장암 수술을 받으며 요양 중일 때다. 주변 여러 장애인의 고충을 직접 보고 겪으며 사회복지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1년 정도 준비해 2007년 6월 4일 나누리의 문을 열었다. 사업 초기 3년간은 어려워 후회도 했었고 경쟁 업체의 중상모략으로 복지법인 폐쇄위기도 있었다. ‘장애인복지사업장 시설법’에는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30%만 채용할 수 있어 전문기술자나 일반 사무직 직원의 수가 항상 모자랐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은 후에는 채용인원에 제한을 받지 않아 현재 직원 27명 중 장애인이 14명, 비장애인이 13명이다.

나누리는 인쇄분야에서 유일하게 ‘중증장애인 생산품 인증’을 받고 ‘장애인생산품마크’도 획득했다. 거래처로부터 클레임이 없고 품질이 좋다고 소문이 나 예상치 않은 곳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지난해 매출은 14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2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장애인임을 내세워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보통의 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며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교육한다. 탁 대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직원들 월급은 제 날짜에 챙긴다. 지난해 펄프 수입국인 칠레의 지진으로 종이파동이 났을 때도 직원들 및 거래업체와의 신뢰로 무난하게 이겨냈다. 이곳은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직원재활교육도 한다.

영업부 직원인 이원규(35) 씨는 11살 때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뺑소니차에 치어 6개월 간 의식불명이었다가 깨어나 오른쪽 뇌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서는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인공호흡기를 떼자고 했지만 어머니는 끝까지 아들을 믿었다. 다행히 어머니의 정성에 하늘도 감동했을까? 장애를 안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의 의식이 돌아왔다. 이원규 씨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영업인데 적성에 맞는다고 한다.

나누리는 천안에 땅을 구입해 2012년 10월에 연건평 2515m²(760평)의 공장을 준공 예정이다. 칫솔을 만들고 전기계량기, 수도계량기도 생산해 97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탁 대표는 “중증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를 무료 공급하고 장애인 저소득층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게 나누리의 목적”이라 한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40년간 한 업종에 종사하면서 모범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온 그는 의지를 통해 이 회사의 미래를 점칠 수 있었다.

#사회적기업 #장애인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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