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 청소하며 한국 사랑을 펼치다

시민기자 조영관

발행일 2010.11.22. 00:00

수정일 2010.11.22. 00:00

조회 3,549

서울에서 건축디자인을 공부하는 한 청년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크다. 학교 수업과 자원봉사를 병행하는 도전정신도 뛰어난 청년이다. 매주 2번씩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일요일에는 혜화동 성당에서 즐겁게 자원봉사를 한다. 외국인들로 구성된 봉사팀에 속한 그는 G-20 서울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는 경희궁에서 청소를 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온 대학생은 한국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봉사에 대해서는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 고향과 가족에 대한 소개를 해주시지요.

제 이름은 레이몬드 사울로(Raymond Saulo)이고 현재 서울 중랑구의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필리핀 마닐라에서 자랐는데, 3명의 형제와 1명의 자매가 있고 부모님까지 합해서 7식구입니다. 요즈음 필리핀 사람들은 생활형편을 생각해서 한 가족 당 평균 2~3명의 자녀만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 필리핀과 서울에서 어떤 공부를 하였나요?

특히 대학에 있을 때 많은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한국에 올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요. 동국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때 한국 친구 몇이 저를 도와 추천해주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한국이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지금은 건축디자인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을 때마다 저는 건축학에 대한 그분들의 열정을 느끼게 됩니다. 며칠 전에는 학교에서 주최하는 디자인 경연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한국의 디자인 경향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지요.

- 건축인으로서 건축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건축을 사랑합니다. 건축이 사람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거든요. 저는 종종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동굴에서 살았을까, 겨울에는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하며 조사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요즘처럼 멋진 집에서 사는 것에 비교할 수 없지요. 필리핀은 330년 이상 스페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유럽 건축양식이 건축물의 기본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한동안은 미국의 통치하에 있었지요. 농촌이나 시골에 원주민 가옥이 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중세와 미국양식입니다. 한국 젊은이들은 온돌을 발명한 조상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 현재의 학교생활과 자원봉사 활동이 궁금합니다.

저에게 학교생활은 많은 도전이 따릅니다. 그건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므로 저는 그것을 좋아합니다. 자원봉사는 필리핀에서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2006년부터는 몇몇 NGO 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글로벌센타에서 매주 2번씩 자원봉사로 필리핀인들을 위해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에는 혜화동 성당에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 지난번 외국인자원봉사자 30명이 참가한 경희궁 청소봉사에 대해 말해주세요.

자원봉사는 국가에 유익이 될 뿐 아니라 소망과 번영의 숨은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좋은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자원봉사를 할 때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행복합니다. 누군가로부터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기쁨입니다. 특히 저는 한국의 왕궁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 건축의 세부적인 것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외국인인 저에게 아주 새로웠습니다. 관심 있는 한국 사람들이 국가 유적을 보존하는 것을 돕듯이, 다른 나라의 유적지를 청소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서울에서 가장 멋진 곳을 추천한다면 어디입니까?

인사동과 4대문(동대문, 서대문, 남대문, 북대문)입니다. 외국인으로서 흥미로운 것은 4대문으로 정교함과 페인팅 색깔이 인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인사동은 전통적인 물건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참여하여 무엇인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의 기회도 있어 좋아합니다. 여러 가지 차(茶)를 마시는 것은 흥미로우며, 이런 곳은 필리핀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 서울시의 세계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보십니까?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가 되려면 경제적 잠재력은 물론 서울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 마닐라와 서울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마닐라는 서울처럼 인구가 많습니다. 마닐라의 교통은 좀 복잡한데 서울은 편리합니다. 도로에서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해도 쉽게 길을 잃지 않습니다. 마닐라의 지하철은 아직 서울처럼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공통점은 둘 다 도로 오른쪽으로 운전을 하고, 인도의 오른쪽으로 걸어 다닙니다.

- 필리핀에서 먹었던 좋아하는 음식을 소개해주세요.

우리나라는 적도지역에 있고 섬나라라서 수많은 요리재료가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배울만한 요리법도 많지요. 몇 가지 소개할게요. 먼저 ‘카레카레’는 땅콩과 소고기에 바나나꽃을 곁들인 스튜를 말합니다. 또 하나는 ‘시나팔루칸’인데 타마린드(콩의 일종)를 기본으로 한 수프입니다. 우리도 바베큐를 먹는데 그 맛은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한국음식 중에서 서울에서 먹는 좋아하는 음식은 삼계탕, 손두부, 불고기입니다.

-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느낌은 어떠한가요.

한국은 현재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잘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문화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한국에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성격이 급하고 항상 바쁩니다. 아마도 ‘빨리빨리’ 문화 때문인 듯합니다. 또 저는 자주 지하철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데 때로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을 봅니다. 반면에 일단 사귀고 나면 매우 너그럽고 잘 도와줍니다. 또 사려 깊고 부지런합니다.

- 서울에 와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제 소망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잘 보존하여 젊은 세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제 자신에 관한 것인데, 한국어를 더 잘해서 공부를 마치고, 경력을 쌓는 일입니다.
서울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문화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배웠고 한국인의 사고방식도 배웠습니다. 때로 제가 한국인처럼 생각할 때가 있어요. 심지어 저는 김치가 요구르트보다 건강에 유익한 박테리아를 훨씬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물론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아직은 서툴지만요. 제가 서울에 4년 정도밖에 있지 않았지만 여기가 제 2의 고향 같아요. 처음에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다르고, 생활방식과 기후도 달라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제가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애국심을 볼 때 저도 서울시민들처럼 제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 서울의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삶은 도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생의 한 부분이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사용하는 계단과 같은 것입니다. 점점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세요. 그 때마다 좋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 #봉사 #경희궁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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