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 추천, 옥수수 팥죽과 떡 삐대기

서울톡톡

발행일 2014.02.21. 00:00

수정일 2014.02.21. 00:00

조회 4,221

밥상

서울톡톡] 요리연구가 겸 푸드스타일리스트로 20여 년간 왕성히 활동해온 이보은. 그녀에게는 긴긴 겨울밤이 되면 생각나는 추억의 간식이 있다. 간식이 귀하던 시절, 출출하다 조르는 손녀를 위해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옥수수 팥죽과 떡 삐대기. 그 따스한 한 그릇 속에 담긴 사랑을 만나본다.

이야기를 품은 밥상, 옥수수 팥죽과 떡 삐대기

매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첫눈이 내렸다. 옷깃을 여미고 목도리며 장갑으로 꽁꽁 무장해보아도 옷깃을 파고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을 재간이 없다. 어깨를 귀 쪽으로 바싹 당기고 몸을 잔뜩 웅크려 걷고 있자면, 차갑고 허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뜨끈한 무언가가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탕, 호호 불어 먹는 호빵이며 붕어빵까지 추위를 달래줄 맛있는 음식이 스쳐 지나가지만, 뭐니 뭐니 해도 겨울밤 춥고 허한 속을 달래기엔 팥죽만 한 것이 없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이보은 요리연구가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요리 또한 팥죽이다. 그녀의 추억 속 팥죽이 기존의 그것과 다른 것은 쫄깃한 옥수수를 곁들였을 뿐 아니라 팥죽보다 더 따뜻한 할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긴긴 겨울밤, 출출하다고 할머니를 조르면 어김없이 옥수수 팥죽을 쑤어주셨어요. 찐 옥수수의 동그랗고 예쁜 알맹이를 골라 동지 무렵 나온 해팥과 함께 설탕을 넣어 뭉근하게 끓인 다디단 옥수수 팥죽은 15명 대가족의 한겨울 별미였죠."

정성과 사랑이 들어간 뜨끈한 팥죽 한 그릇은 꽁꽁 언 몸을 녹이는 데도 제격이지만 그 속에 담긴 영양 또한 풍부하다. 팥에는 칼슘·인·철 같은 무기질이 풍부한데, 이는 체내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대변을 부드럽게 해 변비 예방에도 좋다. 또한 포만감이 높아 과식을 막아주기 때문에 야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팥의 비타민 B1은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며 혈관이나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설탕이 듬뿍 들어간 팥죽이 부담스럽다면 단호박이나 고구마를 넣어 풍미와 감칠맛을 더하세요. 팥죽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떡 삐대기를 함께 준비해보세요. 할머니께서는 어슷하게 썰어 말린 떡을 구어 꿀을 발라 먹는 것을 '떡 삐대기'라고 부르셨어요. 갓 뽑은 가래떡은 그대로 잘라 먹어도 맛있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꾸덕꾸덕하게 말린 떡을 연탄불에 구워 꿀을 발라 먹는 떡 삐대기는 맛과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음식이죠."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옥수수 팥죽과 떡 삐대기는 화려한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춥고 허기질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옥수수 팥죽과 떡 삐대기 속에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치유의 효과가 있다. 팥죽 한 숟가락, 떡 한 조각에 가득 담긴 행복과 추억. 그것이 단순한 배고픔이 아닌 허기진 영혼까지도 달래기 때문은 아닐까.

■ My Food Story
요리연구가 할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달콤한 한 그릇
옥수수 팥죽과 떡 삐대기

요리 솜씨가 참 좋으셨던 할머니는 "요리의 맛은 재료가 반이고 정성이 반반이고 솜씨가 반반"이라고 하셨어요. 여름이 되면 맛 좋은 홍천 옥수수를 사 삶은 뒤에 손으로 알만 까내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해팥과 함께 끓여주셨으니 그 정성이 대단하셨죠. 그뿐인가요.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위해서 팔도의 유명하다는 장터는 다 찾아다니실 정도였어요. 그런 할머니의 영향으로 저 역시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물론 요즘은 수협, 농협 등 지자체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곳이 많아 그런 곳이나 지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알려주는 곳의 재료를 구매해 요리한답니다. 최고의 재료를 가려내는 이런 노하우는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얻어낼 수 없는 것이니 할머니의 특별 노하우가 저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 Food Recipe
 고소하고 부드러운 옥수수 팥죽
 
재료 팥·옥수수 알갱이 1컵, 소금·설탕 약간
  ① 찐 옥수수의 알갱이를 하나씩 따서 찬물에 헹구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② 팥은 삶은 첫물을 버리고 다시 새 물을 팥의 2배만큼 부어 푹 삶는다.
  ③ ②의 물이 1/4로 졸아들면, 옥수수 알갱이를 넣고 취향에 따라 설탕을 넣는다.
  ④ 팥과 옥수수가 익어 걸쭉해지면 소금으로 간한다.

참고 사진


 달콤하고 쫀득한 떡 삐대기

  재료 가래떡 4~8줄, 꿀 적당량
  ① 가래떡은 길고 어슷하게 썰어 그늘에서 꾸덕꾸덕하게 말린다.
  ② 마른 떡은 살짝 씻은 뒤 물기를 닦아 석쇠에 올려 한쪽을 노릇하게 굽는다.
  ③ ②의 굽지 않은 쪽에 꿀을 바르고, 하나를 더 붙여 먹는다.

참고 사진

출처/보라매병원매거진(글:윤성혜, 사진:한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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