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서울 같은 도시를 만들고 싶다

admin

발행일 2010.06.07. 00:00

수정일 2010.06.07. 00:00

조회 2,804

얼마 전 서울 시내 버스에 암행어사가 출두했다! 5월 26일까지 일주일간 시내버스의 서비스 품질 수준을 점검하는 외국인 평가단이 사전 예고 없이 떴던 것. 대중교통 서비스와 관련해 외국인 수요자에게 눈높이를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평가단에 즐겁게 참여했다는 라줄리 씨를 만나봤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그녀는 길거리 음식을 즐기고 그 중에서도 특히 치즈 떡볶이를 가장 좋아하며, 어느 서울 사람보다도 명동의 지리를 더 잘 아는 외국인이었다. 인터뷰하는 1시간여의 시간 동안 차분히 말하던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여유와 배려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서울에는 어떤 계기로 언제 오게 되었나?

공부를 위해 2006년 2월에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렇게 한국에 와서 올해 2월에 이화여대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바로 KDI 경제국제대학원에 진학해 공공정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 서울이란 도시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처음 왔을 때 서울은 굉장히 군집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어도 언어였지만 내가 살던 아프가니스탄과 서울은 많이 달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선 차도, 사람도, 커플들의 자유로운 모습도 보기 쉽지 않았지만 서울은 사람도 많고 교통수단 또한 매우 많았다. 커플들 또한 굉장히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서울은 시민을 위한 도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서울의 매력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한 마디로 말하면……서울은 살기 좋은 곳이다. 물론 가끔 불편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긴 하지만 난 서울에 사는 걸 정말 좋아한다.

- 모국인 아프가니스탄 친구가 다음 달에 서울에 온다면 꼭 데리고 가고 싶은 곳과 그 이유는?

첫날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사동에 데려가고 싶다. 또 덕수궁도 좋고 명동이나 코엑스도 좋아한다. 서울 외의 지역에 간다면 경기도나 DMZ가 좋을 것 같다.

- 버스 서비스품질 평가단에는 어떤 계기로 합류하게 되었나?

서울에선 서울과 그 인근지역을 더욱 글로벌하고 친근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외국인들이 버스를 더욱 갈아타기 쉽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평가단에 합류한 나와 또 다른 친구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버스에 올라탔다. 5일 동안 20여 대의 버스를 탔고, 버스 내부와 정류장의 노선도에 문제가 없는지, 버스 내부가 깨끗한지, 운전기사는 친절한지, 환승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는지, 버스 정류장은 어떤지 사전에 알리지 않고 모니터링했다.

- 그런 'mystery passenger' 일을 하며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버스 노선표를 몰라 가끔 내가 어디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당황스럽곤 했다. 더군다나 언어까지 통하지 않아 나와 파트너는 늘 버스의 안내방송을 주의깊게 들으며 언제 도착할지 늘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 서울에서 버스 이용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무엇인가?

버스 내부엔 영어로 된 운행표가 있지만 버스 정류장엔 모두 한글로만 되어 있어 한국인이 아니면 버스가 어디로 가는 건지 몰라 힘들다. 운전기사 또한 보통은 친절하지만 버스 정류장에 대해 물어보면 모른다고 대답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불편했던 건 그들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이었다.

- 한국을 방문할 외국인들을 위해 서울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행객을 위한 정보다. 2006년에 처음 서울에 왔을 땐 외국인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은 외국인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막상 그들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보통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좋지만, 외국인들이 다가오면 언어 등의 문제 때문에 힘들어할 때가 있다. 외국인들을 위한 정보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모국에 돌아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다시 한번 서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서울은 시민을 위한 정책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물론 외국인의 경우 언어상의 문제라든가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등 때때로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것만 제외한다면 외국인들이 여행하기에도 아주 좋은 도시다. 특히 한강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서울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4년간 서울에 살면서 한강 주위를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한강은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나 역시 내가 공부한 공공정책과 관련된 직업을 통해 서울과 같은 도시를 만들고 싶다.

시민기자/안민희
통역ㆍ번역/안민희
amh46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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