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고 잘 뛰던 아이가 어느 날 백혈병?

김기환

발행일 2013.04.08. 00:00

수정일 2013.04.08. 00:00

조회 9,178

[서울톡톡] '똑똑 건강체크'의 이번 주 상담 내용은 조** 독자외 2명이 문의한 '백혈병'에 관한 것입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환 서울의대 교수가 답변해 주셨습니다.

백혈병은 암인가? 원인 및 증상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우리 몸은 태아로부터 성인으로 성장하며 세포의 수가 증가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세포 자체의 조절 기능 및 호르몬, 세포전달신호 등에 의해, 일정 수가 분열하면 그와 비슷한 수의 세포가 사멸하여, 그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을 유지하게 된다. 암이라는 것은 유전자이상과 같은 원인에 의해 어떠한 세포가 이런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상실하여, 주위 신호에 제어 받지 않고 지속 증식하는 세포들의 덩어리를 의미한다.

우리의 혈관 안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과 같은 세포가 순환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 백혈구는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이 침입했을 때 싸우는 군대와 같은 역할을 하며, 적혈구는 산소를 조직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하여 이것이 감소하면 빈혈이 된다. 또한 혈소판은 상처가 생겼을 때 엉겨 붙어 지혈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혈액세포들은 딱딱한 뼈의 안쪽 성긴 공간에 있는 골수(骨髓)의 조혈모세포로부터 분화, 증식되어 만들어진다.

백혈병이란 바로 골수에 존재하는 조혈모세포가 말초혈액의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으로 분화, 증식되는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이상이 발생하여,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속 분열, 증식하는 암세포가 된 것을 말하므로 백혈병은 암이 맞다.

백혈병은 유전, 방사선, 화학물질, 약물, 및 혈액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다운증후군, 판코니빈혈, 블룸증후군, 혈관확장성 운동실조증과 같은 유전질환은 백혈병의 위험이 높아지며, 체르노빌,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에 의한 고용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경우에도 위험이 높아진다. 다른 질환으로 반드시 CT등의 검사가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태아나 어린 나이에 CT와 같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벤젠 및 석유화학물질, 살충제, 제초제의 일부 및 항암제의 일부 약제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 골수증식종양을 가진 환자는 향후 백혈병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다.

직업이 간호사인데 백혈병 환자 혈당검사를 한 바늘에 찔렸다. 혹시 백혈병도 전염이 되는지?

백혈병은 전염되는 병은 아니어서, 백혈병 환자와 식사를 하고, 같은 수건을 쓰거나 함께 생활하는 것에 의해 전염되지 않는다. 위 질문에서, 혈당검사를 한 바늘에 찔린 분이 심각한 면역저하 환자이지 않은 이상 그와 같은 소량의 혈액에 의하여 백혈병 세포가 찔린 분의 몸에 생착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백혈병이 전염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하지만, 환자가 가진 바이러스 등의 감염질환이 전염될 수는 있으니 해당 의료진의 상담을 받아 보길 권면한다.

원래 급성백혈병 증상은 피가 잘 안 멈추고 멍이 잘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급성 백혈병으로 인해 뇌출혈이 일어나기도 하는지? 아는 분이 뇌출혈로 인해 뇌수술을 했다는데 혹시 다른 병도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골수라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백혈병이 발생하여 백혈병 세포가 증식하면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정상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수행해 오던 역할에 문제가 생긴다. 백혈구의 이상에 의하여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에 대한 면역 기능이 감소하면, 감염 증상인 고열, 오한, 패혈증, 쇼크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적혈구의 감소로 빈혈이 발생하면 창백함, 기력저하, 두통, 어지러움,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다.

혈소판의 감소로 출혈 경향이 발생하면, 주로 중력에 의해 높은 압력이 가해지는 종아리, 허벅지 부위 피부의 자반(紫斑, 자줏빛 얼룩, 사진 참조)이 나타날 수 있고, 입천장, 눈꺼풀의 출혈, 코피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내장 출혈에 의한 혈종 및 뇌출혈도 발생할 수 있다. 정상 혈액세포의 감소에 의한 증상과 더불어 백혈병세포의 증식에 의해, 혈관 내 혈액의 순환 장애로 비전형적인 뇌졸중 증상이나, 폐혈관 순환의 장애로 호흡곤란을 느낄 수도 있고, 골수 내 백혈병세포의 팽창에 의해 뼈의 통증을 느낄 수도 있고, 간, 비장비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백혈병 세포에서 분비하는 물질에 의해 식욕저하, 체중감소, 발열이 있을 수 있다.

위약, 뼈의 통증, 자반, 뇌출혈 등은 백혈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지만, 중풍, 관절염, 피부병, 고혈압/당뇨 등 다른 질환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므로 이와 같은 증상을 바탕으로 백혈병이라 진단할 수는 없다. 급성 또는 만성 백혈병은 골수검사로 확진 하지만, 일단 간단한 혈액검사로 이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하여 보시는 것이 안전하다.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골수백혈병 m5이고,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골수 줄 사람이 없어서 자가이식을 했다. 재발할까봐 두려운데, 재발률은 얼마나 되나? 완치율도 알고 싶다.

백혈병은 항암화학요법 단독, 또는 항암화학요법과 조혈모세포이식(속칭 골수이식)을 병행하여 치료하게 된다. 백혈병은 만성, 급성으로 나뉘며, 다시 골수, 림프모구로 나뉘고, 림프모구는 T세포, B세포로 구분된다. 그 중에서도 다시 유전자형, 세포 종류 등에 의해 여러 가지 세분화된 진단이 있어, 그에 따라 치료 방법 및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성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급성골수백혈병에 대해 설명하면, 먼저 진단 후 보통 약 7일이 소요되는 정맥주사 항암제로 유도요법 치료를 받게 된다. 이후 약 3-4주의 회복기간을 가지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백혈구감소로 인한 호중구감소열, 혈소판감소로 인한 출혈 부작용을 겪을 수 있으며, 항생제, 수혈 치료를 통해 이겨내게 된다. 유도요법 후 3-4주째에 다시 골수검사를 하고, 이 때 관해(寬解) 여부를 평가한다. 대략 60-80%의 환자가 관해를 얻을 수 있다. 관해를 얻게 되면, 고용량의 항암제로 또는 형제자매나 타인으로부터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 공고치료를 하게 된다.

조혈모세포이식으로 공고치료를 할 것인지 항암제 투약만으로 치료를 이어갈지에 대한 결정은 진단시 시행한 백혈병 세포의 유전자 검사 결과, 백혈구 수 등의 예후인자를 토대로 재발의 위험이 큰 경우 조혈모세포이식을, 재발의 위험이 적은 경우 고용량 항암제 치료로 결정한다. 이와 같은 공고치료를 마친 후 3~5 년 동안 재발하지 않는 경우 완치라 생각할 수 있는데, 좋은 예후를 보이는 유전자형의 경우 55% 내외의 우수한 완치율을 보이지만, 나쁜 예후 그룹은 20% 내외의 낮은 완치율을 보인다. 사례에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고려하였다면 나쁜 예후 그룹일 가능성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담당 의사가 환자의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을 고려해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담당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완치판정을 받긴 했는데,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간다. 강아지를 키워도 되는지?

유도요법이나 공고요법, 조혈모세포이식 치료 중에는 항암치료의 독성으로부터 회복되어 백혈구 수치가 정상이 되었다 하여도 면역세포의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동식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흙이 있는 화분을 옆에 두는 것은 곰팡이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면회는 피하도록 하고, 환자와 접촉할 때는 면회객의 입과 코에서 바이러스 등이 방출되지 않도록 환자보다 면회객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샤워, 양치질, 좌욕 등 개인 위생이 중요하며, 손발톱을 적절하게 깎아서 피부를 긁는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면도는 전기면도기를 사용하여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요도요법, 공고요법이 모두 끝난 후 3-6개월까지는 위와 같은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완치판정을 받았다"고 한다면 치료 종료 후 수 년이 지난 것으로 생각되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 것 같지만 담당 의사에게 확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조혈모이식을 받았다면 면역세포의 기능이 회복되는 기간이 더 오래 걸리며, 특히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의 경우에는 이식편대숙주반응을 억제하기 위하여 면역억제제를 투약할 수 있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위생관리를 지켜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또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신생아와 같은 예방접종을 해야 할 수 있다. 이는 면역억제제 사용 및 이식편대숙주반응에 따라 스케줄과 가능한 예방접종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으니 담당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급성백혈병은 재발 위험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완치의 가능성이 있는 암으로 최근에는 완치 판정을 받은 장기생존자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백혈병 장기생존자가 겪을 수 있는 재발 위험에 대한 공포, 불안,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문제, 취업 과정에서 받는 불이익, 치료 후 장기 후유증으로 인한 인지능력장애, 피부/모발/골관절 등의 외모 변형, 감염, 불임, 2차암, 골다공증, 갑상선 질환을 포함한 대사내분비장애, 심폐질환 등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문제는 치료를 받았던 병원 및 가까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를 만나 상담할 수 있다.

글/김기환(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혈액종양내과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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