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도 그에게선 멋이 된다!
박혜숙
발행일 201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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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디자이너 외에도 교수, 작가로 또한 TV, 잡지 등을 통해 많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디자이너로서 대중들과 많이 접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대중들과 많이 접하는 이유,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패션 디자인의 정의라든가, 대중들이 가졌으면 하는 패션에 대한 관점, 생각 같은 것이 있으신지요?
글쎄요. 그냥 가만히 있는 걸 참지 못해요. 호기심이 많고, 사람 좋아하고, 또 움직이는 걸 좋아합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다 보니 만나는 연령대도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죠. 그러다보니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패션에 대해 대중들이 가졌으면 하는 생각은 패션은 상업이라는 것입니다. 전시가 아니라 다음 시즌에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죠.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경우도 참관하러 왔던 바이어(buyer)와 프레스(press)들이 먼저 옷을 보고, 자사와 언론에 알리면 그를 통해 물량신청이 들어오죠. 이런 형태로 바잉(Buying)이 들어오고 저희는 그 시점에 맞춰 입고하게 됩니다. 패션을 어렵게 보지 마시고, 그저 편안하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떻게 패션디자이너가 되었는지? 언제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꾸게 됐고, 꿈을 이루기 위해 본인이 가장 중점을 뒀던 노력 또는 부분을 나눠준다면?
저는 살기 위해 패션을 시작했어요.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었거든요. 먹고 살려고 옷장사를 시작했고, 옷장사를 하다 보니 직접 옷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공부해서 옷을 만들기 시작했고, 옷을 만들다보니 더 큰 꿈이 생겼고,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지금의 꿈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뭐든지 잘하는 디자이너이고 싶어요. 특히 인격을 갖춘 디자이너요. 사람들 잘 챙기고, 후배들도 잘 돌보는 그런 사람. 사실 패션의 세계에서 인격이 좋은 디자이너가 된다는 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걸 보여주신 분이 바로 홍승완 선배님이십니다. 그분은 패션에서도, 사람 챙기는 것에서도 참 많은 본을 보여주시는 분이세요. 그렇게 저도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롤모델도 될 수 있는 선배이자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고 싶어요.
- 처음 시작한 브랜드가 '가진 것 없고, 아는 것 없다'는 뜻의 'Mu'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브랜드로 큰 반향을 일으킨 후 런칭한 현재 대표 브랜드가 'General Idea'인데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먼저, 글씨를 썼을 때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예전부터 'General(일반적인)'하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사람들이 말하는 ‘일반적이다’라는 건 어떤 걸까 생각하면서 이렇게 지었어요. 짓고 나서 이름 좋다는 칭찬 많이 들었어요.(웃음)
- 이번 서울 컬렉션 S/S에서 'General Idea'의 콘셉트와 기본 컬러는요? 패션쇼를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에게 패션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을 한 두 개만 살짝 가르쳐준다면요?
내 노래가 있는데 유행에 따라 다른 사람 목소리를 따라 불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나의 것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해보자란 의미로 콘셉트를 ‘Slow'로 잡았어요. 남들이 다 빠르게 간다고 해서 긴장하고 그 속도를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타일, 내 방법대로 천천히 제일 쉽게 옷을 만들어 보자는 뜻이죠. 기본 컬러는 내츄럴입니다. 대부분의 옷감은 면과 린넨과 같은 천연 섬유를 사용했고요. 패션쇼를 즐기는 방법은 많이 보는 겁니다. 처음엔 모델만 보이다가도 두 번째 가면 옷이 보이고, 세 번째 가면 무대가 보이고, 네 번째 가면 조명이 보이죠. 그렇게 많이 접하다보면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됩니다.
- 3년간 꾸준히 두드린 끝에, 4번째 뉴욕패션위크에서 정식으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안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이 직접 백스테이지를 방문한 것도 유명한데요. 먼저 축하드리고 이에 관해 많은 질문을 받으셨겠지만, 그때 런어웨이에 섰을 때의 감격과 기대하던 패션쇼를 준비했던 콘셉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처음 섰을 때요, 네 번째 섰을 때요?(웃음) 우선 해외 패션쇼에 진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파리, 밀라노, 뉴욕 등 여러 곳을 둘러본 결과 뉴욕이 저랑 가장 잘 맞을 것 같아서 골랐어요. 그리고 꾸준히 두드렸죠. 그렇게 두드리다보니 열렸어요. 그때 다시 한 번 배웠죠. ‘아, 하면 안되는 게 없구나!’ 그래서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교수님처럼 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요. “나도 하는데 네가 왜 못하냐.” 사실 자신감과 자존심도 있지만 그 안에 여리고 약한 한국인의 모습도 있거든요. 근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어요. 그러다보니 늘었고요. 지인에게 들은 얘기인데 골프를 칠 때 하루 종일 연습하고 힘이 쫙 빠졌을 때, 그 때 공을 치면 홀인원 될 가능성이 높다더군요. 그만큼 오래오래 계속하다보면 쓸데없는 힘은 다 빠지고 방법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게 노력해서 이룬 결과니 너무 좋았죠. 너무 좋아서 6개월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웃음) 런어웨이의 콘셉트는 이번 서울패션위크와 동일해요. 같은 작품이죠.
- 최범석 디자이너는 뉴욕이 인정하기 전에 서울시에서 먼저 인정한 디자이너죠. 서울시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 프로젝트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10명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뽑혔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로 지난 6월 트라노이를 다녀왔고, 10월에 파리에서 개최하는 'Seoul's 10 Soul'에 참가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서 어떤 포부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물론 서양복식사에 비해 역사도 시작도 짧지만, 콤플렉스는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콤플렉스를 갖는 순간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똑같이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서양 사람들은 아시아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은 아시아인들이 입는 옷이라고 한정짓는 편이죠. 그런 편견을 없애주고 싶어요. 그들도 우리도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 디자인을 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으시는지?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지만, 몇 가지를 꼽으라면 주로 낙서와 책이죠. 컵이든 노트든 어디든 자연스레 낙서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찾기도 하고, 서점에서 하루 종일 책을 보기도 해요. 길거리에 앉아서 한참 지나가는 사람들과 광경을 보는 것도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죠.
- 최근 화제가 된 슈퍼스타K2의 비주얼을 담당한 것으로 아는데, 대중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점에서 디자인 작업과 달리 고려하고 있는 점이 있는지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타일이 있었다면?
슈퍼스타K2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슈퍼스타K 때부터 참여했기 때문이었어요(웃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즐겁고 좋은 사람들이라 함께 즐겁게 일하려고 했습니다. 비주얼 작업은 개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고려해서 너무 튀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너무 튀면 대중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변화를 주려고 했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스타일링은 강승윤이 ‘본능적으로’를 불렀을 때입니다.
- 마지막으로 서울 시민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장소, 또는 나만의 즐겨찾기 장소를 소개해준다면?
최근에 여의도로 이사 왔는데, 참 좋더라고요. 볼 때마다 새로워요. 도시도 자연도 그 둘의 어우러진 모습도. 이태원도 좋아하는 장소죠. 볼 수 있는 것도 다양하고, 모든 음식이 다 모여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일상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집 추천이요? 너무 많아서...(웃음)
하이서울뉴스/박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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