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이면 정년퇴직? 나는 재취업했어요

지**

발행일 2010.10.01. 00:00

수정일 2010.10.01. 00:00

조회 3,497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큰 보람이자 기쁨

오늘도 전화벨은 쉴 새 없이 울린다. 나이가 들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젊은이들처럼 친구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실버세대들은 이렇게 전화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님. 갱년기에는 골 밀도가 급격하게 감소돼 뼈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될 수 있으면 고객이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설명해 드리려고 애쓰는 편인데 그럴 때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아유~ 댁네는 애를 좀 키워놓고 나와서 일하는 게유?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줘서 고맙네. 꼭 내 딸 같아… 그 식품 하나 구입하리다.” 이렇게 아주 딸처럼 대하는 고객에게는 그저 웃음으로 상담을 마치고 혼자 어깨를 으쓱하게 된다. 이유는 나 또한 그분들과 비슷한 세대로 이미 ‘6학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이르게 사회생활을 시작해 중년 이후부터는 학원, 신문사 등에서 텔레마케터, 상담원으로 활동하며 일을 놓아본 적이 없다. 건강이 허락하고 의지만 있다면 언제까지나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50대 중반에 접어드니 상황이 달라졌다. 내 뜻과 상관없이 직장에서 나이를 문제 삼아 은근히 퇴직을 권유하는 것이 아닌가. 기댈 가족도 없고 일도 없이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어디 찾아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어 막막했을 때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뭘 망설일까. ‘밑져야 본전’이니까 일단 찾아는 갔는데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니 더럭 겁이 났다. ‘취업난이 심각하다더니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를 못 구해 저렇게 야단들인데 나 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어디 갈 데나 있을까…’

그래도 상담사와 마주 앉아서는 그런 소극적인 생각은 언제 했나 싶게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 몇 살로 보이세요? 젊어 보이죠? 워낙 낙천적이고 밝아서 남들이 제 나이로 안 봐요. 그리고 성실과 책임감 하면 또 저거든요. 어떤 일이든 주어지면 잘 할 수 있어요. 믿고 한번 추천해주세요.”

순간 상담사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올랐다.

“성격이 참 적극적이고 말씀도 잘 하시고 무엇보다 표현력이 참 좋으세요. 그래서 말인데요…”

침이 꼴딱 넘어갔다.

“한 대기업의 건강기능식품 전문 브랜드에서 저희 일자리센터와 함께 처음으로 실버건강 컨설턴트를 채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지**님, 한번 지원해보시겠어요?”

나는 정말 어린아이처럼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좋아라했고 상담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 바로 이력서를 접수했다.

수많은 경쟁자들과 함께 치른 면접 끝에 합격통보를 받았다. 선발된 인원은 단 두 명. 5일 간의 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된 첫날의 떨림과 설렘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얼굴은 알 수 없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큰 보람이자 기쁨이 되었다.

예전에 상담했던 고객들이 이제는 친구처럼 나를 찾을 때면 그 기쁨은 배가 되기도 한다.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그것이 내일의 희망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나는 희망을 발견했다.

지**(여, 61세)

#재취업 #퇴직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