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 할 나이인데 노인 취급하니 이게 웬일?

김**

발행일 2010.09.10. 00:00

수정일 2010.09.10. 00:00

조회 2,592

부부가 함께 일하니 기쁨도 두 배

온통 낯선 거리와 간판.

“아휴, 할아버지. 버스를 탈거면 빨리 올라가셔야지 그러고 계시면 뒷사람도 못 타잖아요.”

“스미~마~센. 스미~마…”

지하철은 얼마나 복잡한지 이용할 엄두도 못 내고 버스를 타려고보니 그 또한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이 많이 발전하고 변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일본에서 선술집인 이자카야를 25년간 운영하다 가게가 어려워져 그곳 생활을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젊어서는 이 땅을 떠나고만 싶더니 나이 들고 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부터는 고국으로 자꾸 마음이 기울었다. 아내도 마음이 같았는지 가게에 손님이 줄어들수록 돌아가자는 얘기를 자주했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짐을 싸 들어왔는데 앞으로 살아갈 일이 또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 모두 빠듯한 살림인데 부모가 되어서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남의 나라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으며 자라도록 한 부모가 아닌가. 비록 나이는 많지만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내와 손을 잡고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알음알음으로 유료직업소개소를 비롯해 여러 고용지원센터, 무료취업알선기관에 어렵게 구직등록을 하고 일자리를 찾았지만 나이 많은 사람을 원하는 곳은 없었다.

“아니, 여보. 일본에서는 우리 또래면 한창 일할 나이인데 한국에서는 아주 노인 취급을 하니 이게 웬일이우?”

“글쎄… 다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들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모양이야. 그래도 어디 다 그렇겠어? 희망을 가져봐야지.”

아내와 나는 서로를 의지 삼아 모험을 하듯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의 광고를 접하게 되는 행운도 얻게 되었다.

“20년 넘게 일본에서만 가게를 운영하셨으니 한국에 다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으시죠?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그 보다 몇 배 더 힘드실 거예요. 그래도 희망 잃지 않도록 마음을 굳게 하세요.”

센터 상담사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 누구의 어떤 위로보다 큰 힘과 용기를 주었다. 나에게 처음 주어진 일은 노인종합복지관의 급식도우미였고, 아내는 외국인 학교 환경미화원이었다. 아내와 나는 정말 즐겁게 일했는데 행복도 잠깐이었다. 일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계약과 사업이 종료되어 우리 두 사람은 또 다시 센터를 찾아야만 했다. 정말이지 자꾸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에 면목이 서지 않았다.

“어르신, 여기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니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구인정보를 알아보았는데 사단법인 한국씨니어연합에서 운영하는 칼국수집에서 서비스해주실 분을 찾고 있던데, 어떠세요?”

“어머나, 선생님. 저희를 위한 일자리 같은데요. 지금 바로 가볼까요?”

그렇게 활짝 웃는 아내의 얼굴을 얼마만에 보는지… 아직도 그 미소가 기억 속에서 환하다. 집에서는 물론 일터에서도 나와 함께 하니까 안심도 되고 신바람도 더 난다는 아내 덕분인지 요즘 부쩍 젊어졌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줄 수 있게 되어서 무엇보다 행복한 요즘이다.

  

김**(남, 65세)

◈일자리플러스센터 : 1588-9142 / 홈페이지 : job.seoul.go.kr

#취업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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