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안약 아까워 말고 미련 없이 버려라

한현주

발행일 2011.07.15. 00:00

수정일 2011.07.15. 00:00

조회 5,882

얼마 전에 종영한 인기 드라마에서 한 여배우가 밴에 앉아서 안약을 넣고 눈물 흘리는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또 다른 드라마에서는 식구들 몰래 주방의 선반 위에 보관해 둔 안약을 꺼내서 눈에 넣는 장면도 나왔다. 드라마에 한창 몰입되어 있다가 순간적으로 “저런저런, 손도 안 씻고 안약을 넣고 있네. 저러면 안 되는데.“ ”어라? 저 증상에 사용하는 안약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종류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더라도 주방의 열기가 위로 올라갈 텐데, 안약을 저런 곳에 보관하면 곤란한데…….“하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세균 번식이 왕성해서 세균 및 바이러스성 감염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눈은 다른 신체부위보다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신체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 조절 목적으로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놓고 생활하다 보면 눈물 증발이 늘어나서 안구건조증이 생기거나 악화되기 쉽고, 게다가 장맛비 사이로 비치는 여름햇살의 자외선에도 눈은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평소에 안약에 무심하던 사람들도 여름에는 한 번쯤 안약에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제약 산업의 발달로 다양한 종류의 안약이 생산되고 있어, 치료제인 약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안약이 있는가하면 단순히 눈물을 보충하기 위한 안약도 있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병포장의 안약 외에 일회용 용기에 나누어 포장되어 있는 안약도 있다. 그만큼 안약에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약 종류가 복잡해진 만큼 알아두어야 할 점도 많아진 셈이다.

그러면, 실제로 안약을 사용할 때는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
피부에 사용하는 외용제와 달리, 눈에 사용하는 안약은 무균상태로 제조된다. 따라서, 안약을 넣을 때도 가능하면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손을 깨끗하게 씻고 사용해야 한다. 안약을 넣기 전에 혹시 흔들어서 사용하는 약인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유효성분이 골고루 퍼지도록 잘 흔들어 섞은 후 사용한다. 깨끗한 손과 약이 준비되었으면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힌 다음 아래 눈꺼풀을 밑으로 살짝 당기고 그 부분에 처방전에 지시된 방울만큼 약을 떨어뜨리는데, 보통 한 두 방울이면 충분하다.

너무 많은 양을 떨어뜨리면 대부분 눈 밖으로 흘러나와 버리므로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얼굴에 묻어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안약 병의 끝이 눈에 닿지 않게 조심하고, 안약을 넣은 후에는 눈을 깜빡거리지 말고 지그시 감거나 눈 안쪽을 1~2분간 눌러준다. 눈을 깜박거리면 눈물길로 안약이 다 빠져나가서 효과가 적어지거나 체내에 흡수되어 바라지 않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만일 두 가지 이상의 안약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각각 5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두 가지 이상의 안약을 동시에 넣으면 나중에 사용한 약이 먼저 사용한 약을 희석하거나, 눈 밖으로 흘러나와 버리기도 하고, 두 약의 성분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안약을 넣는 시간이나 횟수도 주의해야 한다. 보통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정해진 횟수만큼 사용하나, 눈병의 종류와 약품 성분에 따라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 수도 있고, 이와 달리 잠자기 직전에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에 따라서 사용하는 횟수도 하루 한 번에서 네 번까지, 심지어 두 시간 간격으로 사용해야 하는 안약도 있으므로, 처방을 받거나 투약을 받을 때 사용횟수와 시간에 대해서 주의 깊게 설명을 듣고 제대로 지켜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매일 사용하는 안약은 어디에 보관할까.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까이에 두되,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안약 한 병을 다 마시고 응급실에 실려 온 어린이도 있으니 정말로 조심할 일이다. 대부분의 안약은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충분하나, 약에 따라 냉장보관이 필요하거나 빛이 닿지 않도록 검은 봉투에 담아서 차광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안약도 있으므로, 보관조건을 잘 살펴보고 그대로 잘 지켜서 보관한다.

이제 더 이상 안약의 사용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남은 안약을 어떻게 할까. 안약 용기에 표시된 유통기한은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하게 보관했을 때 사용이 가능한 기간이다. 뚜껑이 열린 안약은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만일 한 달 내에 다 사용하는 게 좋고, 남은 양이 있다면 그 안약은 버리고 새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바로 콘택트렌즈. 콘택트렌즈는 시력 교정 시 편리성 외에 미용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서 안약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귀찮다고 해도 콘택트렌즈를 낀 채로 점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안약은 무균 제조하며 미생물에 오염되기 쉽기 때문에 방부제를 포함하여 이를 방지하고 있는 안약이 많다. 만일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에서 이런 안약을 사용하면 콘택트렌즈에 방부제가 침착하여 렌즈가 변질되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절대로 금해야 한다.

그리고, 설마 실제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간혹 가족 중에 유사한 눈병증상이 나타나면 안약을 같이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안약병 입구에 묻어있을 수 있는 오염물질이 전파되어 오히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일이 생기게 된다. 약값 아낀다고 안약을 나누어 쓰거나 남의 안약을 빌려서 쓰는 것은 절대 금할 일이다.

모든 약이 다 그렇지만, 안약도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해롭게 작용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안약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는데, 충혈제거 성분을 포함한 안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혈관을 확장시켜 오히려 충혈이 더 심해진다. 인공눈물도 방부제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을 자주 사용하면 눈에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꼭 사용해야 한다면 방부제가 없는 1회용 인공눈물을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눈의 알레르기와 염증을 치료하는 안약의 중요한 성분이지만, 남용 시에는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어쨌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안약을 사용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나만을 위한 약을,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기간 동안만, 깨끗한 손으로, 시간 맞추어 사용하고, 조건에 맞게 잘 보관하다가,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는 아까워하지 말고 미련 없이 버릴 일이다.

글/한현주(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약제부장)

#질병 #건강 #안약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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