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 정말 위험한가?
이가희
발행일 2011.04.15. 00:00
한 달 전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지진 및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일원자력발전소의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후,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인가 또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들어와 암을 유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지요. 실제로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이 발생할 수 있고, 이번 원전 사고와 비교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시 누출된 방사성요오드로 인해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한 예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량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이 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이 문제가 되는지, 반대로 얼마만큼의 방사선은 문제가 없는지 그 허용량이 국제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① 방사성요오드는 무엇인가?
요즈음 많이 언급되는 방사성요오드는 ‘방사선을 내는 요오드’로 병원에서 갑상선암 치료에 이용되는 방사성물질 입니다.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은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습니다. 즉, 방사성요오드를 경구로 투여 받습니다. 이러한 치료는 갑상선세포의 특성을 이용한 것인데, 우리 몸의 갑상선 세포는 요오드를 재료로 하여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몸 안에 요오드가 들어오면 세포 안으로 집어넣어 혈액보다 20~40배 많은 요오드가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갑상선세포는 방사성요오드와 그냥 요오드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사성요오드를 먹으면 갑상선암 수술 후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미세한 암 조직 혹은 정상 갑상선 세포에 방사성요오드가 들어가 그 세포에만 방사선을 쬐어 없애버립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갑상선암의 재발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또 갑상선암이 재발하였을 때에도 방사성요오드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암이 치료가 잘 되고 사망률이 낮은 것이 바로 이러한 갑상선 특유의 성질을 이용한 치료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사용되는 방사성요오드 양은 지난 번 우리나라에 비가 올 때 측정한 빗물 속에 들어 있는 방사성요오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입니다. 즉 훨씬 센 방사선에 노출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방사성요오드가 갑상선암 치료에 이용 된지 50년이 넘었어도 이 치료로 인해 이차적으로 다른 암이 발생한 것은 극히 소수입니다. 즉 계속 재발하거나 전이가 되어서, 방사성요오드를 고용량으로 여러 번 반복하여 투여받은 환자들에서만 이차 암이 발생하였습니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이 되었을 경우에만 암이 발생하였다는 뜻입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발표된 측정치 정도의 방사능은 극미량이어서 암 발생을 염려할 수준과는 거리가 멉니다. 또 대기 중의 방사성물질이나 피부에 묻은 방사성물질은 상대적으로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적습니다. 체르노빌의 경우에도 오염된 우유나 야채 등을 섭취한 것이 방사선 노출의 주원인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요오드를 농축하여 지니고 있는 갑상선의 특이한 성질 때문에 갑상선암의 발생은 증가하였으나, 방사선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암(예를 들어 백혈병 등)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증가되지 않았다고 보고되었습니다.
② 요오드화칼륨과 갑상선암
요오드화칼륨을 먹으면 방사성요오드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갑상선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홍콩 등지에서도 요오드화칼륨을 구입하고 심지어 사재기까지 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요오드화칼륨을 다량 먹으면 방사성요오드가 들어와도 갑상선세포에 쌓이지 못하고 배설되므로 갑상선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바로 인접 지역인 폴란드에서는 보건장관의 지시에 의해 16살 미만의 어린이들과 임산부, 수유부에게 요오드화칼륨을 나눠주고 복용하도록 하고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야채나 우유 등의 섭취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 갑상선암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오드화칼륨도 방사선에 노출되기 직전(12시간 전)이나 직후(6시간 이내)에 먹어야 갑상선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지 그 이전에 미리 먹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목적으로 필요한 요오드화칼륨 용량은 매우 많기 때문에 몇몇 건강식품으로 나와 있는 정도의 요오드화칼륨 제제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건강식품으로 판매되는 요오드화칼륨 제제에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하루 섭취량 정도의 요오드만 들어 있을 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그것보다 3~4배 많은 요오드를 음식으로 섭취하고 있습니다.
③ ‘방사능 비’는 위험한가?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내린 비에서 방사성요오드가 검출되었어도 극미량이어서 갑상선암 발생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며, 따라서 요오드화칼륨 제제를 따로 구입해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일부러 비를 맞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어야 할 정도는 아니며, 혹시 비를 맞았다면 흐르는 물에 잘 씻으면 됩니다. 야채도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먹으면 됩니다. 다만 정부에서도 발생 가능한 상황까지 파악하여 미리 대처하고, 정확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려 주는 것이, 불필요한 공포 및 논란을 막고 또한 이웃나라의 원전사고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가희(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내분비내과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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