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 반드시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신기철

발행일 2011.03.18. 00:00

수정일 2011.03.18. 00:00

조회 4,854

관절염 자조교실

전신 홍반성 낭창 또는 루푸스는 인구 만 명당 한 명 발견되는 드문 류마티스 질환으로 자신의 면역체계가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이다. 피부와 관절을 가장 흔히 침범하지만 고열이나 피로감 등의 전신증상을 동반할 수 있고, 신장, 폐, 뇌 등 중요 장기를 침범하여 치명적인 임상상으로 발병할 수 있기에 루푸스에 대한 올바른 홍보 및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 칼럼은 루푸스를 정리하면서 흔히 받는 질문과 그 답을 정리해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루푸스는 유전될 수 있나요?

앞서 언급한 자가면역질환은 대개 유전적인 소인, 즉 태어날 때부터 면역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는 선천적 인자를 갖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유전인자의 발견만으로 루푸스를 진단하거나 발생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후천적으로도 유전인자들이 변형될 수 있고, 자외선, 호르몬, 감염,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들이 루푸스의 발병에 영향을 미칩니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에게 루푸스가 발병하면, 다른 한명도 확률이 높아지지만,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맥락으로 루푸스는 반드시 대물림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얼굴에 나비 모양의 반점이 발생하면 루푸스인가요?

루푸스 피부병변의 특징 중 하나는 콧등을 중심으로 양 볼에 퍼지는 붉은색 발진입니다 (사진). 편평하기보다는 약간 융기되어 있으며, 강한 햇빛에 노출되거나 질병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마나 턱까지도 피부병변이 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증상 없이 양 볼의 피부가 발갛게 변했다면, 더 흔한 질환(습진, 지루성 피부염, 장미 여드름)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이때는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루푸스에서 보이는 관절통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어떻게 다른가요?

류마티스 관절염도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서 주로 양쪽 손, 손목, 발, 발목, 무릎 등을 침범하는 관절염입니다. 다른 장기도 침범하지만, 루푸스보다는 미미합니다. 루푸스도 관절통, 관절염이 발생하며 그 분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류마티스 관절염보다 루푸스에서는 관절이 덜 붓고, 관절 손상이 더디며 근육통이 자주 동반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루푸스에서 더 다양한 증상을 수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두 질환의 감별은 전문의의 진료와 혈액검사로 확인해야 합니다.


루푸스 치료제는 어떤 부작용들이 있나요?

다양한 약제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대개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약물들입니다. 이 중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경구 부신피질호르몬 혹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일명 스테로이드) 제제입니다. 스테로이드의 용량과 사용기간은 루푸스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은 당뇨병, 체중증가, 백내장, 골다공증, 피부 위축, 감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루푸스가 안정되는 대로 가능한 최소 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신장이나 중추신경계 침범이 있을 경우, 더욱 강한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하며, 이에 감염증이 생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다만, 피부나 관절에 국한되는 루푸스의 초기 치료는 경구 스테로이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송영욱 교수 제공


루푸스는 완치가 될 수 있나요?

개별 증상 및 장기 침범 정도에 맞추어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적절한 면역억제치료를 사용한다면 루푸스의 임상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 시 루푸스가 얼마나 심한가에 따라 (특히 신장이나 뇌 침범) 치료의 예후가 결정됩니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 증상도 호전되고, 장기 기능과 검사가 정상화 되었을 때, ‘완치’라는 용어보다는 ‘조절’ 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에도 예기치 않은 악화요인 (감염, 자외선, 스트레스, 약물 등) 으로 다시 루푸스가 활성화(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약을 잘 복용하고, 정기적인 외래경과 관찰이 잘 이루어진다면, 증상 조절은 물론 정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루푸스 환자의 10년 생존율이 90% 이상이기에, 루푸스 질환 자체의 치료 외에도 장기간 치료 시의 합병증, 즉 심장병, 감염, 골다공증 등에 대한 예방 및 치료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루푸스에서 우울증이 잘 동반되나요?

우울증이 루푸스와 동반될 때는 장기간의 치료과정에서 이차적으로 발생하였거나, 우울증이 루푸스와 무관하게 발병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의료진 외에도 루푸스 환자의 가족과 친구들의 관심이 필요하며,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오면 될까요?

감기, 근육통, 습진 등의 증상이 있을 때 루푸스의 시초로 오인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루푸스의 특징적인 증상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나, 지속되는 고열, 관절통, 피부발진, 손가락 변색, 옆구리 통증, 전신 부종, 빈혈 등이 있을 경우 전문의와 상의하기 위해서 병원을 방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때 류마티스 내과의 접근은 ‘루푸스일 것이다’보다는 ‘루푸스가 아닐 수 있다’라는 관점으로 문진 및 검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글/신기철(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류마티스내과 서울의대 교수)

#질병 #건강 #루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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