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에 물리면 즉시 병원으로~

송경준

발행일 2010.12.17. 00:00

수정일 2010.12.17. 00:00

조회 4,475

멧돼지는 위협하지 않으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최근 뉴스 등에서 자연환경의 식량 부족으로 먹을 것을 찾아서 산에서 내려오는 멧돼지들이 문제가 된다는 소식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대부분은 식량을 찾아 마을이나 도심으로 내려온 멧돼지와 이에 겁먹고 당황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이 발생하게 되며 일부에서는 인명 피해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에 멧돼지를 만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멧돼지(wild boar)는 멧돼지과에 속하며, 가축화된 돼지의 조상 종이다. 깊은 산, 활엽수가 우거진 숲 속에서 살기를 좋아하며 눈이 많고 추위가 심해지면 야산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긴 주둥이로 땅을 파헤치고 주로 과일·나무뿌리를 먹으나 감자, 고구마, 나무뿌리 및 작은 포유류, 물고기, 심지어 죽은 동물의 사체까지 먹을 만큼 억척스러운 식성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대부분의 멧돼지는 자기에게 위협의 기미가 없으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따라서 멧돼지와 맞닥뜨렸을 때 멧돼지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는 돌을 던진다거나 고함을 지르는 것과 같은 행동은 자칫 멧돼지를 자극시켜 공격성을 일으킬 수 있다. 오히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무관심한 척 하거나 등을 보이지 말고 천천히 물러서는 것이 멧돼지를 자극하지 않고 자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두 번째로 멧돼지는 시각적인 감각이 다른 후각이나 청각에 비해 덜 발달한 동물이다. 이에 멧돼지와 대면하거나 쫓길 때에는 큰 바위나 나무 뒤에 숨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겠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듯이 큰 우산을 가지고 있을 경우 우산을 앞으로 펴서 멧돼지가 사람을 바위나 장애물로 헷갈리게 하여 피해가게 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멧돼지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새끼에 대한 보호 본능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새끼에게 해가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어미는 당연히 사나워진다. 이에 위험성이 없어 보이는 멧돼지 새끼를 대면하였을 경우에도 절대로 돌을 던진다거나 귀엽다고 쫒지 말아야 한다. 특히 멧돼지가 주로 새끼를 낳는 봄에는 더 주의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멧돼지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할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멧돼지와의 충돌이 불가피하여 외진 곳에 고립되거나 물리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에는 가능한 빨리 119 등을 통하여 도움을 요청하고 만약 충돌 등으로 신체에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빠른 시간 내에 가까운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여 의사의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멧돼지에 물렸을 경우 각종 인체에 유해한 세균에 감염될 소지가 있으므로 상처 관리나 적절한 약물 사용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 

개와 너구리 등 야생동물로 인한 광견병

그밖에도 야생동물에 물려 입을 수 있는 피해로 광견병이 있다. 광견병은 특정 바이러스(rabies virus)를 보유하고 있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물리거나 침이 눈, 코, 입의 점막에 닿아 침 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질환이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포유동물이 걸릴 수 있는데, 주로 대표적인 병원소 역할을 하는 동물로는 여우, 너구리, 늑대, 오소리, 박쥐, 흰 족제비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에게 광견병을 전파하는 동물로 밝혀진 것은 개와 너구리뿐이다.

감염 후에는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에 침범하여 급성 뇌염을 일으키므로 다양한 신경 증세를 유발하게 된다. 잠복기는 다양할 수 있으나 평균적으로 1~2달 내의 잠복기를 가지고 있으며 초기에는 다른 질환과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일반적 증상인 발열, 구역질, 구토, 마른기침 등이 나타나다가 병이 진행되면서 뇌신경을 침범할수록 흥분 및 경련 등의 증상과 함께 음식이나 물을 보기만 해도 목 부위의 경련이 일어나고 침을 많이 흘리는 증상이 관찰될 수 있다. 발병한 환자의 대부분이 물을 두려워하고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광견병을 흔히 공수병이라고도 부른다. 차츰 병이 진행되면서 심한 경련, 마비, 혼수상태에 이르게 되고 결국 발병한 대부분의 환자가 호흡근마비로 사망한다. 일단 발병을 하고나면 바이러스에 대한 뚜렷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보존적 치료를 하나 대부분 사망이라는 치명적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광견병의 진단은 임상적으로 증상을 통해 내려지거나 의심 동물 또는 사람에게 노출된 병력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진단은 전파시킨 동물이 광견병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일 경우 죽은 동물의 뇌조직에 대한 특수 염색법이나 바이러스 배양을 시행하여 내릴 수 있으나 살아있는 사람에게 체내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는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이 일단 발병하고 나면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의심되는 야생 동물이나 개에 물리거나 침에 점막이 노출 되었을 때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로 전 세계적으로는 광견병을 전파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는 동물은 집에서 기르는 개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애완용 개나 고양이에게 광견병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본인과 다른 사람의 광견병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둘째로 야생 지역이나 광견병의 유행 지역에서는 너구리 및 개를 비롯한 광견병 위험 동물과의 접촉을 조심한다. 이들 동물과의 접촉이 예상될 때는 미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일반병원에는 사람용 백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지만 병원에서 정해진 절차를 거친 후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백신을 구할 수 있다.

셋째로 광견병이 의심되는 동물에 물렸을 경우에는 즉시 비누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고 응급의료센터나 기타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의료진의 검진을 받아야하며 의료진과의 상의를 거쳐 필요시 광견병에 대한 면역글로불린과 예방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최근 백신의 보급 및 발달로 발병 자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나 야생 동물과의 접촉이 많거나 위험 지역을 방문할 경우에는 항상 위에 적은 예방법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글/송경준(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서울의대 교수)

#건강 #야생동물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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