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와 <라바>, `케이애니메이션`이 뜬다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3.10.22. 00:00

수정일 2013.10.22. 00:00

조회 2,391

애니메이션 [라바] (사진:뉴시스)

[서울톡톡] 국산 애니메이션 작품인 <뽀로로>와 <라바>가 '에미상'(EMMY AWARDS) 키즈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특히 <라바>는 지난 6월 제19회 '상해TV페스티벌'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상을 받은 바 있어 여세를 몰아 수상할 가능성도 있다. 에미상은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정도로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시상식이다. 설사 수상을 못한다 하더라도 그런 시상식에서 우리 애니메이션 작품이 후보로 오른 것만 해도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뽀로로>는 이미 국내에서 이른바 '뽀통령' 즉 아이들의 대통령으로 이름이 높다. 130여 개국에 수출돼 로열티만 연간 100억 원이 넘으며, 지금까지의 총매출이 1조 원을 돌파했고, 5조 7,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 8,000억 원 이상의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다. <라바>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시리즈이지만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해외시장에 나간지 6개월 만에 21개국과 라이선스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 약 700여 개의 캐릭터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차세대 기대주다. 이외에도 세계 최대 영상마켓인 프랑스 칸 '밉콤2013'(MIPCOM2013)에서 <꼬마기차 추추>가 주니어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하고, <로보카폴리2>가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국인 '카날+'와 방영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 애니메이션이 높게 평가 받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제작사들의 제작역량이 국제적인 수준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위험하고 투자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는 성인용 극장 장편보다 아동용 방송물에 집중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인터넷 시대 이후 온갖 패러디, 유머게시물에 익숙해진 한국인의 감각이 코믹 애니메이션에서 빛을 발하는 측면도 있다.

애니메이션 [뽀로로] (사진:뉴시스)

애니메이션이 제조업보다 더 많은 고용유발?

흔히 애니메이션을 창조산업의 핵심부문 중 하나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애니메이션의 경제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제조업의 고용유발계수가 8.4인데 반해 애니메이션은 13.9에 이른다. 요즘처럼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에 이렇게 좋은 산업이 없다. 또, 애니메이션은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게다가 한번 만들어서 자리만 잘 잡으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1928년에 태어난 미키마우스는 한 해 매출만 6조 원에 달하고, 74년에 태어난 헬로키티는 자산가치가 17조 원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키마우스의 경우엔 자산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부가가치의 근원지가 돼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도 점점 더 큰 자산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드라마, 케이팝 등으로 진화해온 한류가 앞으로 '케이애니메이션'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애니메이션이 미래를 이끄는 산업으로 주목 받은 것은 디즈니의 1989년작인 <인어공주>가 그 계기가 됐다. 이 작품은 막대한 성공으로 한때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던 디즈니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줬고, 이후 <미녀와 야수>, <라이언킹> 등이 잇따라 성공하며 애니메이션 산업을 세계가 주목하게 됐다.

현재 세계 애니메이션계는 미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다. 미국은 디즈니, 디즈니가 인수한 픽사, 드림웍스 등을 내세워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는다. 일본에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할리우드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TV 비디오용 애니메이션에 특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서 아톰, 마징가제트, 은하철도999, 아키라 등 수많은 성공작을 낳았다.

미·일 양국의 하청생산지였던 한국은 아동용 3D 애니메이션에 특히 강점을 보이며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기반으로 활용되는 짧은 애니메이션 혹은 웹툰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적절한 지원만 이루어진다면 한국도 얼마든지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애니메이션 인력의 양성과 생계문제 해결, 제작비 및 글로벌 마케팅 지원, 작품의 안정된 판로 보장 등이 필요하다. 한국인이 지금까지 대중문화 부문에서 일궈낸 놀라운 성과로 미루어봤을 때,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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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수상 #라바 #뽀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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