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불편한 진실

박원순(서울시장)

발행일 2013.07.12. 00:00

수정일 2013.07.12. 00:00

조회 2,284

'서로(書路)함께'는 '책 속에서 함께 길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지난해 시작한 서울시 내부 독서프로그램 이름이다. 이제는 시민과 함께 읽고, 함께 찾아보기 위해 '책 읽어주는 시장' 원순씨가 2주에 한 번씩 여러분을 만난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누릴 도시 생활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경훈 교수의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이경훈, 푸른숲)이다.

[서울톡톡] 보는 사람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는 각도도 천차만별이다. 2009년 영국의 여행전문지 <론리 플래닛>은 서울을 최악의 도시 3위로 뽑았다고 한다. 그 후 <뉴욕 타임즈>는 서울을 가볼만한 곳 3위로 꼽았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어찌 보면 서울은 가능성과 절망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뉴욕과 서울을 "재미난 지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경훈 교수가 쓴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를 읽으며 서울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하는지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서로 함께>(나를 포함하여 서울시 간부들이나 직원들, 시민들이 참가하여 진행하는 독서토론 모임. 여기서 '書路'는 책의 길이라는 뜻에서 붙인 것이다)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선택되었고 이경훈 교수도 토론자로 초청받았다.

이경훈 교수는 이 책 서두를 <섹스 앤 더 시티>라는 영화로부터 시작했다. 이 영화에 대해 이교수는 '걸어서 출근하고, 걸으며 사랑하고, 거리에서 이별하거나 옛 애인을 마주치기도 한다. 그리고 거의 매회 주말 아침에 모여서 브런치를 즐기며 서로의 지난 한주를 이야기 한다'고 소개한다. 결론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계속 걷는다'는 것이다. 이 주인공들은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도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뉴욕에서는 걷는 일이 멋진 일이 되어있었다. 적어도 이 드라마 속에서는.

이 놀라운 사실은 서울을 떠올리면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서울에서는 누구나 차를 타고 다닌다. 집에서부터 직장까지, 교외에서나 도심에서나 모두 차를 몬다. 주택단지에서나 도심 직장에서나 주차가 걱정이다. 도심은 막히고 대기질은 좋지 않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집까지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오는 바람에 걸을 기회가 없다. 그러다보니 동네 가게들이 장사가 안 되고 마을경제가 울상이다.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나는 과거 변호사 할 때 기사가 딸린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혀 걸을 기회가 없이 자동차만 타고 다녔다. 매년 지리산 종주를 연례행사로 했는데 그때마다 지옥 가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힘들었다. 왜냐하면 평소에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늘 걸어 다녔던 아내는 다람쥐처럼 잘 걸었다. 나중에 내가 시민운동가가 된 다음에는 내가 다람쥐가 되었다. 자기 사업을 하면서 자동차를 몰게 된 집사람은 산의 초입부터 호흡이 가빴다. 나는 뚜벅이가 되었고 집사람은 자동차 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경훈 교수의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서울을 '걷는 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고 걷는 도시로서의 서울에 사는 시민은 우선 모두가 건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걸어 다니면 건강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이 보행자 도시가 되면 사람들이 늘 걸으며 쇼핑도 하고, 서로 우연히 만나 대화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퇴근길 골목길에서 아이들 먹을 것을 사들고 들어가는 아버지들도 많아지겠지. 지금, 그런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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