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림, 설탕 그리고 추억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14.04.28. 00:00

수정일 2014.04.28. 00:00

조회 1,563

희망을 파는 가게 1호점 '추억 더하기' 카페

[서울톡톡] 낙원상가 안에는 '허리우드 클래식-실버영화관'이라는 이채로운 극장이 있다. 55세 이상은 누구나 영화 한 편을 2,000원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하루 네 번 국내외 유명 고전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으로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가 꽤 높다.

영화를 좋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영화 감상 후 꼭 찾는 곳이 있는데 극장 가까이에 있는 '추억 더하기'라는 카페다. 1970년대 음악다방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이 카페는 정말 소문대로 입구에 들어서면 LP판이 가득한 '뮤직 박스'와 DJ아저씨가 앉아 있다. 입구 외벽엔 그 시대 청춘의 상징이었던 배우 오드리 헵번의 얼굴이 커다랗게 장식하고 있고, 내부에도 추억을 돋우는 스타들의 사진들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옛날 교복을 입고 서있는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맞아주신다

사비를 들여 어렵게 구했다는 옛날 교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손님을 맞아주는 풍경도 재미있다. 놀랍게도 74세의 할아버지는 여기서 일하는 할머니들도 모두 65세가 넘는다며 "우리처럼 퇴직한 사람들은 집에서 시간 때우는 게 전부잖아. 이렇게 같은 또래끼리 얘기 나누고 일까지 할 수 있어서 좋지"하며 웃으시는데 고령의 나이에도 찾아온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음악DJ가 틀어주는 감미로운 올드팝이 카페 안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카페의 메뉴 가운데 특이한 것이 눈에 띄었다. 커피나 여러 가지 차 외에 추억의 도시락(3,000원), 잔치국수(3,000원). 주방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이 직접 만들어 손맛이 느껴지는 싸고 정성스런 음식이다.

마침 식사를 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여성에게 도시락 맛이 어떠냐고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하니 엄지를 치켜 올린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도시락보다 맛있다고. 서울에는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있는 공간이 드물다. 전철도 경로석을 따로 떨어뜨려 분리하는 도시이다 보니 이렇게 젊은 세대와 노인들이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카페가 더욱 특별해 보였다.

앞치마를 두른 한 할머니는 밥이 부족하면 말하라며 눈을 찡긋하신다. 커피 등 차 종류도 2,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이라 건너편 학원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자주 찾아온단다.

나직하고 중후한 목소리로 사연과 음악을 틀어주는 DJ 아저씨

곱슬머리를 길게 기른, 수십 년 경력의 신공이 물씬 풍기는 음악DJ가 손님들의 신청곡과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카페 분위기가 편해서 그런지 DJ의 부드럽고 중후한 목소리가 참 좋다. DJ 장민욱(58) 씨가 앉아 있는 작은 뮤직 박스 안에는 2,700여 장의 LP판이 벽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곱슬머리를 길게 기른 그는 1976년 영등포에서 음악DJ 생활을 시작해 노량진, 가리봉동 등을 거쳐 4년 전 낙원동에 터를 잡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쉴 새 없이 LP판이 돌아가는 턴테이블 옆에는 신청곡이 적힌 메모지가 여러 장 포개져 있었다. 어르신들 중에는 직접 지은 시나 사연을 보내 낭독을 부탁하는 '적극 참여형'도 많다고.

카페 '추억더하기'는 원래 낙원상가 4층의 실버영화관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다가, 서울시와 하나은행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13년 5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희망을 파는 가게 1호점'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삼십대 후반의 김대영 카페 실장은 실버 영화관과 이런 가게가 함께 짝을 이루어 경기도 안산과 인천, 성남 등지에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실버 요양원 같은 시설 외에도 이런 문화적인 공간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ㅇ 찾아가기 : 종로구 낙원동 236-1(전철 5호선 종로3가역 5번 출구, 도보 5분)

ㅇ 문의전화 : 02-363-4231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