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연의 역사가 이곳에!

시민기자 이한설

발행일 2014.02.18. 00:00

수정일 2014.02.18. 00:00

조회 1,449

(좌)국립극장 정문으로 들어와 별오름극장 내 위치한 공연예술박물관, (우)동경학생예술좌 제1회 공연 입장권

[서울톡톡] 공연을 보러 종종 찾는 국립극장. 갈 때마다 함께 위치한 공연예술박물관(별오름극장 건물 1,2층)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사정이 있어 몇 번의 기회를 놓치고 도전한지 3번째 만에 드디어 박물관에 입장했다.

지난 2009년에 개관한 공연예술박물관(museum.ntok.go.kr)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연예술박물관으로 평소 즐겨보던 국립극장 월간잡지 <미르>에서 소개받고 한번쯤 꼭 방문해야지 하고 손꼽던 곳이다. <미르>에서는 처음에 '우리나라에 이런 박물관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말하더니, 나중에는 '진짜로 세우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 후, '유물을 모은다, 임시로 개관한다, 정식으로 개관한다, 특별전시를 연다' 등으로 발전해 갔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지 요즘에는 기사가 뜸하다. 잡지를 받아 들때마다 공연 20편의 장황한 설명보다 공연예술박물관에 관한 토막 소식에 더 눈길이 갔다. 그만큼 공연예술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박물관을 둘러보는 동안 한편으로는 안타까웠고, 또 한편으로는 난감했다. 그것은 공연예술이 갖는 일회성이라는 한계 때문이었다. 공연예술은 문자 그대로 공연예술이기에 남기는 흔적이 별로 없다. 그만큼 사라진 명작이 많다는 걸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다른 여타박물관과 달리 전시물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전시물에 담긴 작품의 의미와 내용, 공연을 함께 그려봐야 했다. 예를 들어 극장표 한 장도 종이 한 장의 전시품이 아닌 하나의 공연 예술을 담은 것이기에 관람을 다하고도 '정말 다 본 것이 맞을까?'라는 마음이 들어 쉽게 발을 뗄 수 없었다. 이것이 나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연예술박물관의 탄생은 그야말로 필연이었다. 무대를 만드는 데 들인 공과 관객이 받은 감동에 비해 휘발성이 얼마나 높은가? 같은 사람이 같은 무대를 만들고, 또 같은 공연을 펼친다 한들 어찌 감동이 같을 수 있을까? 이러한 것을 이제라도 붙잡아둘 장을 마련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공연예술에 무지렁이인 내가 이렇게 뿌듯한데,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감동이 더욱 클 것이다.

넓지 않은 공간에 전시물이 참 알차게 채워졌다. 공연 장면 중에 하나가 무대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고, 최승희의 춤사위가 끊임없이 상영되기 있었다. 전시물 중에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말 가면이었다. 연극 <에쿠우스>에서 사용한 것인데, 공연을 보지는 않았지만 전시물 자체로도 충분히 뇌리에 각인될 만했다.

공연예술박물관 내부

국립극장의 역사 부분에서는 마음이 뿌듯했다. 우리나라에 국립극장이 선 것은 1950년 4월 29일의 일이다. 아시아 최초이며, 놀랍게도 6.25가 일어나기 전이었다. 달리 생각해 보면 이렇게 나라에서 나서지 않는 이상 공연예술이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미르>에서 이름으로나 접한 '협률사'니 '원각사'니 '동양극장'이니 하는 극장들을 실제 사진으로, 신문기사로 확인했다. 또한 국립극장에서 펼친 첫 공연 <원술랑>과 두 번째 공연 <뇌우>에 관한 자료도 놀라웠다. 6.25 등 다사다난한 근대사를 용케 뚫고 살아남아 주어서 고마웠다.

국립극장은 <원술랑>과 <뇌우>를 끝으로 부산과 대구 등지를 떠돌았다. 6.25 때문이었다. 그러다 1957년 6월에 명동에 자리를 잡았고, 1962년 1월에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오페라단 등이 전속으로 창단되었다. 이후, 1969년 3월에는 KBS교향악단을 받아서 국립교향악단이 되었고, 1973년 5월에는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이 전속으로 창단되었다. 그 해 10월, 현재의 위치로 국립극장이 옮겨졌다. 큰 발자취만 따라가도 이처럼 굵직한 사건이 많은데, 세세히 들어가면 정말 자신의 이야기만으로도 수천 편의 대작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박물관이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공연 10분 전에 박물관을 나서면서, 나는 나 스스로가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산증인이라도 된 듯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자부심 또한 일회적인 감정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공연이 펼쳐지고, 감동을 주고,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밤이 지나면 나의 자부심은 결국 낡은 자부심이 된다. 내일 누가 내게 "어젯밤 그 공연 봤어? 정말 멋지지 않았어? 정말 감동이었어." 하는 순간 나의 자부심은 먼지가 되어 다락방에나 처박힐 것이다.

이번에 대충 넘어간 것이 꽤 많다. 공연을 보러 가면 또 둘러봐야겠다. 하나씩 하나씩 화두가 던져지고, 이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박물관이다.

문의: 공연예술박물관 02-2280-5804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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