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세대라면 공감 100배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4.01.14. 00:00

수정일 2014.01.14. 00:00

조회 2,818

시민청 개관 1주년 기념 전시 `서울의 보다`중 서울, 추억을 걷다

[서울톡톡] 빛바랜 사진 속엔 1960년대 서울 곳곳의 풍광과 생활상이 담겨있다. 지금은 낯선 풍경이 되었지만, 당시로썬 흔한 일상의 모습이다. 기억 속 저편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는 애잔한 풍경들. 그 속엔 지난 반세기 서울 시민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시민청 개관 1주년 기념전 '서울을 보다'에서는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60년대 추억의 서울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소독차 하얀 연기를 쫓는 아이들

부아앙~ 연막 소독차가 내뿜는 하얀 연기 사이로 환호성을 지르며 쫓는 동네 꼬마들의 장난기 어린 미소가 하늘거린다. 60년대 이후로도 제법 오랫동안 자리잡은 추억 속 낯익은 장면이다.

해방 이후 미군과 함께 들어온 DDT(디클로로 디페닐 트리클로로에탄)는 값싸고 살충효과도 뛰어나 즐겨 사용되었다. 전쟁 통에도 이 · 벼룩 · 빈대 · 모기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하여 횟가루를 뒤집어 씌우듯 여기저기 사람들 몸에 뿌려댔다. 60년대엔 손수레, 차량, 비행기까지 동원되어 무차별 대량 살포하기에 이른다.

연막소독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전시)

1962년 출간된 레이첼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은 DDT와 같은 화학살충 성분의 유해성을 세상에 알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새의 노랫소리마저 앗아간 DDT가 인체의 내분비 계통에 이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환경호르몬임이 밝혀지며, 1972년 미국을 시작으로 마침내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현재는 이러한 유해 화학살충제를 경유나 등유로 가열 · 연소시켜 사용하는 연막소독 대신, 친환경적인 분무 방역을 실시하거나 천적을 이용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등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역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이 가져온 반세기 만의 변화인 셈이다. 

불주사의 기억

운동장이나 교실에 줄지어선 아이들의 표정이 겁에 질린 듯 잔뜩 굳어있다. 간간이 숨죽여 도망치는 아이와 쫓는 선생님 간의 숨바꼭질 같은 소동도 벌어진다. 붙잡힌 즉시 주사를 맞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늘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녀석들이 있다. 국민학교 세대의 추억 속 예방 접종일 풍경이다. 요즘은 가까운 보건소나 병의원에서 예방접종을 받고 접종 확인증 정도만 제출하도록 하나, 당시엔 학교에서 직접 예방접종을 했다.

시민청 `서울의보다` 전시작 학교보건사업(1963년 결핵검사를 위한 X레이 이동장비차가 초등학교에서)

당시 악명을 떨쳤던 예방접종으론 단연 불주사를 꼽을 수 있다. 주삿바늘을 알코올램프에 소독한 후 사용해 불주사라 불렸던 BCG는 결핵예방백신이다. 실제 BCG 백신의 예방률은 50% 정도이지만, 사망률은 70%나 줄여준다. 완벽한 예방효과는 아니지만,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예방법이라 현재까지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불주사는 어깨에 볼록한 흉터를 상징처럼 남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흉터 자국을 남기던 피내용 BCG 대신, 도장형으로 피부 표면에 접종해 흉터를 남기지 않는 경피용 BCG를 주사하기도 하나, 효과면에서 여전히 피내형을 선호하고 있다.

시민청 개관 1주년 기념 전시

결핵은 대표적인 가난병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균이 몸에 들어와도 대부분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잠복감염 상태를 유지하다 면역력이 떨어질 때 발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핵은 6·25 전쟁 후 궁핍한 이 땅에 가장 위협적인 질병이었다. 60년대 초 결핵보균자(잠복결핵 감염)가 대략 70% 선이고, 서울시민 350만 명 중 약 280만 명이나 결핵을 앓기도 했다. 65년에는 전체 인구의 5.1%가 결핵환자였으며, 매년 4만 명 가량 결핵으로 사망하는 심각한 질병이었다.

1963년, 전국 국민학교 아동 160만 명을 대상으로 결핵예방접종이 실시되었다. 투베르쿨린 반응 검사와 BCG 접종, 엑스레이 촬영 등이 가능한 결핵예방접종 차량 21대에 간호원 2명씩 배치되어 이동 순회하였다고 한다.

2013년 크리스마스씰은 6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나온 씰 중 베스트 10을 선정해 만들었다

결핵하면 연말 학교에서 단체로 구입하던 크리스마스 씰을 떠올리게 된다. 크리스마스 씰은 대한결핵협회가 결핵 환자의 치료 재원 마련을 위해 판매해왔다. 60년대엔 크리스마스실 캠페인도 선보였는데, 최은희, 엄앵란, 김지미, 김자옥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출연했을 만큼 국가 주요 정책 캠페인이었다.

60~70년대 대대적인 결핵퇴치운동으로 발병률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령화, 과로 영양불균형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 결핵은 여전히 국내 75종의 법정 감염병 가운데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2012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79명의 결핵환자가 있으며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결핵 발병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1960년대 한 장의 사진에서 지난 반세기 보건의료 환경을 돌아보았다. 추억이 기억이 되고, 역사가 되는 사진은 현재 시민청 지하 1층 시민플라자에서 만날 수 있다.

■ '서울을 보다' 시민청 개관 1주년 기념 전시
시민청 개관 1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을 주제로 4개 (골목, 추억, 한강, 도시 기억)의 섹션으로 전시하고 있다.
 ○ 전시 기간 : 2014. 1. 11(토)~1.31(금)
 ○ 전시 장소 : 서울시민청 (서울신청사 지하 1층, 지하 2층)
 ○ 문의 : 다산콜센터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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