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재미? 관객과 소통하는 느낌아니까~

시민기자 박미령

발행일 2013.11.27. 00:00

수정일 2013.11.27. 00:00

조회 1,407

2인극 페스티벌 참가작인 [Mr. 쉐프] 포스터

[서울톡톡] <제13회 2인극 페스티벌>이 12월 8일까지 혜화동 '예술공간 혜화', '연우 소극장', '달빛극장', '예술공간 상상 화이트'등에서 열린다.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예술적 전문성, 실험과 도전 정신으로 발전시킨 이 축제는 2000년부터 시작되었다. 올해는 '변화와 융합'이라는 표어로 19개 극단, 19인의 연출, 38인의 배우, 200인의 스태프가 열정을 뿜어 꽃 피운 무대다. 필자는 그 중 를 보고 그 느낌을 적어본다.

맛을 내고 멋을 내서 그릇에 담는 요리를 경건한 의식처럼 행하는 쉐프(윤상호).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조수가 되려는 이윤아(이송이). 모차르트를 들으며 정통 요리에 심취하는 쉐프. 힙합 음악과 함께 퓨전 음식으로 창의성을 보이는 윤아. 이탈리아 명문 요리학교 까발로 모시아노에 학생인 척 다닌 쉐프. 그 학교에 수석 입학했지만 졸업 못 한 윤아. '사기꾼' 발음을 얼렁뚱땅 넘기는 쉐프. 죽어도 '쉐프' 발음이 안 되는지 무시하는 마음에 하지 않는 것인지 엉터리로 뭉개는 윤아.

극은 상반된 면을 부딪치며 급속히 정점에 도달한다. 그 과정에서 폭소를 자아내는 요소가 비무장지대 미폭발물처럼 요소요소에 깔려 있다. 정통요리를 마치 클래식 음악을 지휘하듯 온몸으로 재료의 맛을 이끌어내는 쉐프. 그는 최상의 요리를 위해 양배추, 당근, 오이에게도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준다. 무는 특별히 헤드폰까지 씌워주며 특별대우를 한다. 그 이유가 "무는 짜야 하니까……"에서 어찌 빵 터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 속에서 윤아가 굳이 지렁이와 개똥이 섞인 음료까지 마시면서 쉐프의 조수가 되려 했는지, 억지 이유를 붙인 성희롱을 참아가며 이 식당에 취직했는지 답이 밝혀진다. 쉐프는 인맥과 학연의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력 위조를 하고 시대 조류에 발맞추어 독설을 퍼부으며 최고 요리사가 된다. 바로 그의 언어폭력의 희생자가 윤아 아버지였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 퐁티가 그의 저서 <휴머니즘과 폭력>에서 말했듯이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인 건지, 쉐프는 "밟지 않고 어떻게 올라설 수 있어!"라는 말로 수직 상승 지향의 현대 사회를 꼬집는다.

윤아의 복수는 이제 시작된다. 쉐프의 엄격한 계약서는 계약 위반의 족쇄가 되고 그의 독설은 비밀스러운 약점의 덜미를 잡힌다.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말처럼, 절대 강자였던 쉐프는 비굴한 약자가 되어 그동안 조수에게 했던 혹독함은 이자까지 붙여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그 환난의 순간에도 요리사의 예민함은 윤아의 색약을 분별해낸다.

아픔을 겪은 사람만이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미각을 잃어버린 쉐프는 색약인 절대 미각의 소유자의 안타까움을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신의 처지를 직시하고 상대의 아픔을 보듬은 두 사람은 좋은 요리사보다는 위대한 요리사가 되기 위해 합력한다. 쉐프의 땀과 경험으로 만든 레시피와 윤아의 절대 미각이 만난 것이다. 미슐랭 가이드에 별을 세 개 못 받아도 괜찮다. 이미 그들의 가슴에는 별이 반짝인다.

그 와중에 자신의 약점을 깨끗이 지울 기회를 가진 쉐프는 "누군가 한사람쯤 내 양심 고백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니?"라며 스스로 포기한다. 반짝이는 쉐프 눈에 어린 진심을 보며 관객은 그를 용서한다. 우리 모두의 과거 실수도 깨끗이 용서받는다. 연극이 끝나니 마음이 깨끗이 정화된 느낌이다.

이 극의 주제는 <제13회 2인극 페스티벌>의 표어인 '변화와 융합'에 딱 맞아 떨어진다. 불꽃 튀는 연기, 음악을 타는 몸짓, 맛깔스러운 대사는 간혹 지루할 수도 있는 2인극을 다양한 맛으로 빈틈없이 이끌어간다. 두 배우뿐만 아니라 차근호 작가, 선욱현 연출의 세심한 노력에도 찬사를 보낸다. 극단 <필통>의 숨은 조력자들의 힘도 컸으리라 생각한다. 순수 전문 예술축제인 '2인극 페스티벌'이 더욱 발전하기를 영원한 연극 팬으로서 기원해 본다.

제13회 인극 페스티벌 변화와 융합 배너

■ 공연 내용
 ○11월 27일~12월 1일 <오늘 부는 바람> 극단 나마스떼 : 연우 소극장
 ○11월 27일~12월 1일 <벤치> 극단 신기루만화경 : 예술공간 혜화
 ○11월 27일~12월 1일 <봄이 오면 산에 들에> 극단 씨어터백 : 예술공간 상상 화이트
 ○11월 27일~12월 1일 <극장 속의 인생> 극단 인어 : 달빛극장
 ○12월 4일~12월 8일 <추천서> : 극단 작은 신화 :연우 소극장

■ 이벤트
 1. 복지티켓 50% 할인 : 장애우, 국가 유공자, 65세 이상 어르신(1인 2매)
 2. 뱀띠 티켓 40% 할인 : 1953, 65, 77, 89년생 1인 2매
 3. 책 나눔 티켓 30% 할인 : 발간일 5년 이내 단행본 도서 기증(1인 2매)
 4. 이웃 사랑 티켓 30% 할인 : 헌혈증 기증(1인 2매)
 5. 당일 할인 티켓 30% 할인 : 4호선 혜화역 주변 공연 관련 기관
    (서울 연극 센터 : 4번 출구, 대학로 티켓닷컴 : 2번 출구)
 6. 연극 매니아 티켓 20% 할인 : 타 공연물 티켓(2013년 이후) 기존 2인극 페스티발
     티켓 제시(1인 2매)

 * 모든 할인은 예매 사이트를 통한 사전 예매 시 적용되며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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