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진을 찍으면 법에 걸리는 것 같습니다”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3.11.21. 00:00

수정일 2013.11.21. 00:00

조회 2,198

사진전 포스터

[서울톡톡]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 법에 걸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07년 양종훈(상명대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는 한 시각장애인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이 말을 듣고 24년 전 일이 떠오르며 눈물이 핑 돌았다. 당시 유학생이던 양교수는 시각장애인 부부를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사진집을 만들었다. 이때 사진집에 들어갈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그들에게 부탁했는데, 시각장애인이 찍었음에도 그 사진이 매우 잘 나왔다. 시각장애를 앓던 사람도 사진가로서의 활동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 일로 양 교수는 평생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가야겠다고 다짐했고, '사단법인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각장애인과 사진전공자인 비장애인이 함께한 사진전이 7회를 맞았다.

참여작가인 윤성미 씨(저시력 1급 지체장애인)와 전담멘토인 한성훈 씨(상명대 대학원생)가 작품을 만지며 감상하고 있다(좌), 작품 옆의 음성장치 버튼을 누르면 작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우)

시각장애인이 참여한 사진전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서울

서울시가 후원하고 (사)마음으로 보는 세상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사진전은 11월 18일부터 24일까지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 1층 갤러리에서 열린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진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입체적인 형태의 사진부터 빛을 강하게 감지할 수 있는 사진, 시각장애인 작가들이 작품에 대해 말하는 음성 장치와 점자 사진설명 등도 구성되었다.

전시된 사진작품 80여 점들은 10명의 시각장애인들이 7개월 동안 사진교육을 받고 북촌한옥마을, 서울시청 등 서울일대를 멘토(상명대 대학원생들)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양종훈 교수는 "시각장애인들은 일반인보다 암기력이 뛰어나고, 카메라의 매뉴얼을 외우는 습득력도 빠르다. 이 전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든 합작품으로,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던 점에서 의미가 깊다. 1~2년 안에 유엔에서 전시를 열어,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굉장한 일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 미니인터뷰 – 사진전 참여 작가 조임숙 씨

사진전 참여 작가 `시각장애인 조임숙 씨`

"제가 사진을 배운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많이 말렸어요.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배운다는 건, 청각장애인이 노래를 배우러 가는 것'과 똑같다면서요. 그런데 전 남이 시도해보지 못한 것을 도전하는 편이에요. 물론 두렵기는 했지만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사진을 작업해서 꼭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갓난 아이 때 질병으로 불빛만 감지할 수 있는 시력을 지닌 조임숙(58, 저시력1급)씨는 도전 정신으로 생애 처음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물론 의욕과 달리 처음엔 쉽지 않았다. 사물을 볼 수 없어 머리로 작업을 그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멘토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잡고 극복해 나갔다.

새와 비행기 날개를 담은 그녀의 작품 또한 멘토의 도움이 컸다. 새가 어느 쪽을 날고 있는지 모르는 조임숙씨를 대신해 옆에서 멘토들이 새의 위치를 이야기 해주어야 했기 때문. 눈 역할을 멘토가 해주면 그녀는 머릿속으로 구도를 그린 뒤 촬영을 했다.

"저는 동물이나 날아다니는 새를 찍고 싶었어요. 사람은 자신을 가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달리, 동물은 거침없이 날아다니거나 뛰죠. 거기서 자유라는 걸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의미를 담아 비행기 날개와 날아다니는 새들을 사진으로 담아냈어요."

지난 7개월의 사진작업을 통해 조임숙씨는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겼다. 취미로 써온 시와 사진을 접목한 개인전을 여는 것이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시작했다는 책임으로 계속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하는 그녀. 앞으로도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성취를 자랑하는 삶을 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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