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에 숨겨진 보물 건축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3.10.29. 00:00

수정일 2013.10.29. 00:00

조회 3,407

[서울톡톡]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에 이은 두 번째 건축문화투어는 바로 대한민국의 대표 중심지인 '세종대로'다. 세종대로는 서울역 로터리에서 시작하여 종로구 광화문 로터리에서 끝나는 도로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길이다. 조선시대에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세종대로를 포함한 수도를 감싸는 성벽 문의 기능을 맡았다. 또 당시 숭례문 진입입구에서 경복궁 입구인 광화문까지의 세종대로는 '주작대로'이며 '육조거리'였다. 세종대로는 이 도로를 중심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의 행정과 문화가 이뤄지고 있다.

1926년으로 시간이 멈춘 건축물

청계광장에서 몇 발짝 걸어 마주한 건축물은, 고층건물로 나열된 세종대로에서도 옛 모습을 간직한 '일민미술관'이었다. 예전 동아일보 사옥이었던 건축물은 현재까지도 1926년 완공 당시 모습 그대로다. 처음에는 중앙의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인 3층 건물이었으나, 1952년 남측으로, 1968년에는 위로 2개 층이 증축되었다. 그 후 2001년 신사옥을 지으면서 기존 건물은 미술관으로 용도를 바꾸면서 외형은 옛 모습을 살려 리모델링되었다. 투어인솔건축가 조성욱(조성욱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물의 특성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920년대 건물과 2000년대 건물이 공존하는 동아일보 두 사옥.앞에 저층 건물이 구사옥인 일민미술관이고 뒤에 고층건물이 현재의 동아일보 신사옥이다

"유럽의 건축가들은 우리나라의 건축환경을 부러워합니다. 이유는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신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기 때문이죠.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건물은 최소한만 건드리면서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신축을 하는 경우가 드물죠. 때문에 유럽의 젊은 건축가들이 한국을 많이 찾습니다. 실제로 제 사무소로도 입사지원서가 들어올 정도입니다. 이 미술관의 경우, 과거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능만 보강하여 리모델링을 한 건축물입니다. 오래된 건물을 살려 사용하는 건 역사성이 있는 도시를 만든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유가 부지 때문?

다음으로 만나본 건축물은 과거 미국경제원조처(USOM)에 의해 건축되었고, '국가재건최고회의', '경제기획원', '문화관광체육부'를 거쳐 지금은 1800년대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시대까지의 근대역사를 담는 공간으로 태어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박물관 역시 리모델링으로 거친 뒤, 현재 모습으로 갖추었다. 건축물을 신축이 아닌 리모뎅링을 한데는 박물관의 부지 즉, '세종대로'의 역사적 특성이 한 몫 차지하였다. 조성욱 건축가의 설명에 따르면 세종대로는 과거 육조거리, 주작대로인 만큼 여기에 신축하는 건물들은 전부 문화재 심의를 받는다고 한다. 이유는 부지 1m만 파도 도자기 등 과거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물을 크게 확장하지 않는 선에서 나온 대안이 리모델링이었다. 특히 이 박물관은 3층 중정에 마련된 옥상 정원에서 경복궁과 청와대 전경이 내려다보여, 세종대로에서도 숨겨진 명소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옥상정원에서는 경복궁과 청와대가 내려다보인다

한국일보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이 건물의 정체는?

박물관 뒤편 골목길을 조그만 걸으면 곡선의 아름다운 선형이 인상적인 고층건물을 만나게 된다. 건축물 명칭은 오피스 용도인 '트윈트리 타워'로 2010년에 완공되었다. 이 건축물 은 바로 1968년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한국일보 사옥'이 있던 자리였다. 건축물 인근에 동십자각과 경복궁이 있고, 길 건너로 인사동이 있어 이 자리는 서울에서도 전통을 상징하는 곳이다. 트윈트리 타워를 설계한 조병수 건축가는 투박한 멋을 간직한 한국일보 사옥을 철거하고 신축을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네모반듯한 대지가 아닌 지그재그형의 대지 구조에 대한 고민, 경복궁과 인사동이 위치한 역사성을 간직한 도시흐름까지 고려하였다. 독특한 형태를 한 이 건축물은 박달나무에서 착안하여 디자인하였다.

예전 한국일보사옥이 있던 자리에 신축된 트윈트리 타워. 곡선의 아름다운 선형이 인상적이다

도시 자체가 무대이자 객석인 '세종문화회관'

"이 땅은 당신 것이고 건물도 당신이 짓겠지만, 건물이 지어지고 난 다음에는 당신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네의 것이고, 도시의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승효상씨는 과거 건축주가 자신에게 찾아와 자기 집을 지어 달라 요청할 때,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한다. 조성욱 건축가는 세종대로에서 승효상 건축가가 말한 '도시의 것'이 된 대표적인 건축물이 '세종문화회관'이라고 강조하였다.

"지금도 많은 현대건축물들이 세종문화회관을 예를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문화회관의 계단처럼 외부 계단이 행사로 많이 쓰이는 경우가 없습니다. 앞, 뒤를 가로막은 일부 박스 형태의 건물들과는 달리 이 건축물은, 지으면서도 사람들의 동선과 시선을 고려해 지어졌습니다. 특히 이벤트가 많이 이뤄지는 가운데 계단은 살아있는 야외극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이벤트 등이 많이 이뤄져 살아있는 야외극장 역할을 한다

그는 도심지 안에서 건물을 지을 경우, 심의를 평가할 때 가장 우선으로 보는 게 보행자 동선과 미관 즉 스카이라인을 가리느냐의 문제를 고려한다고 전했다. 그런 점에서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에 완공된 건축물임에도, 최근 신축된 건물에 뒤떨어지지 않고 주변 환경과 사람을 고려해 지어졌다. 또 문화회관은 세련된 디자인 보단, 도시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대해 가장 좋은 선례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라고 조성욱 건축가는 설명하였다

보는 각도에 따라 선이 다르게 보인다

투어 마지막인 '현대해상 광화문 사옥'은 1976년 준공된, 지상 18층 지하 4층 규모의 건축물이다. 30년 후인 지난 2004년 현대적 설비와 디자인을 갖춘 건축물로 전면 리모델링되었다. 특히 저층부에서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기둥같이 생긴 선들이 점점 작아지는데, 밑에서 올려다보면 각도에 따라 선이 다르게 보인다. 30년 된 건물이라 층은 높지 않지만 유리와 돌의 리듬과 조화를 볼 수 있다.

건물 상층부로 갈수록 선이 촘촘해서 외관모습이 리듬감이 넘치는 현대해상 사옥

"만약 제가 서울에서 살고 싶은 동네가 어디냐고 물으면, 세종대로로 꼽고 싶습니다."

자택과 사무실 모두 분당 판교에 있다는 조성욱 건축가가 서울 중 세종대로를 꼽은 건, 바로 '하루만 걸어도 거리에서 수많은 문화 이벤트를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어 그는 "당시 논란이 되고, 나쁜 것이라 평가 받은 건축들도 결국은 우리 삶과 함께 하기에, 이 모든 것도 대한민국의 역사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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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투어 #세종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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