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로맨틱한 길은 어디?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3.10.23. 00:00

수정일 2013.10.23. 00:00

조회 4,024

은행열매가 한아름 달린 은행나무

[서울톡톡]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이어진 노란 단풍의 향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즈넉한 낭만이 있다. 분수광장을 뒤로 하고 정동길로 내달으면 옛 노래 속 다정한 연인들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백여년 세월을 묵묵히 담고 있는 근대 건축물과 노란 단풍의 어울림이 멋진 곳, 올 가을엔 정동길을 거닐어 보면 어떨까?

근현대사 굵직한 역사의 현장, 정동

정동은 구한말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의 공사관이 밀집해 있던 곳으로 크고 작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서구열강에 의존하여 생존을 도모하던 당시 풍전등화와 같았던 조선의 처지를 묵묵히 증언하는 근대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아관파천의 무대인 러시아공관은 일부 탑이 복원되어 남아 있어 정동이 훤히 내려 보이는 당시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러시아공사관(좌)과 중명전(우)

실제 정동 일대는 현재 덕수궁이라 불리는 경운궁 부지였다. 일제가 경운궁 부지를 분할 매각하며 서구열강의 공사관이, 종교단체의 예배당과 학교 등의 건물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아관파천 이후 고종은 거세게 밀려오는 일본의 영향력을 피해 서구열강의 영사관이 밀집해있던 이곳 정동의 경운궁에 자리 잡게 된다.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한 고종이 승하하기 전까지 머물던 곳이 바로 이곳 경운궁. 경운궁은 고종이 일본의 압력으로 물러나며, 덕을 누리며 오래 살라는 의미의 '덕수'라는 고종의 궁호를 따 덕수궁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고종을 폐위시킨 후 격을 낮추어 부른 일본의 조롱 섞인 명칭이라하며 현재까지 궁궐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동극장 옆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대한제국기 경운궁에 세운 서양식 건축물인 중명전이 있어,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축소된 경운궁의 면면을 느낄 수 있다. 중명전은 1904년 덕수궁 대화재 당시 고종이 피신해 머물던 곳이며, 을사늑약이 체결된 장소이기도 하다. 일제 때는 외국인의 사교모임인 경성구락부의 모임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정동교회

또한, 이곳 정동은 카톨릭에 비해 150여년 뒤늦게 소개된 개신교의 주 활동무대이기도 하다. 최초의 기독교 감리교회인 정동교회,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학교인 배재학당, 이화학당 등이 이곳 정동에 자리 잡고 있다.

문화 향기 가득한 정동길

정동문화축제(2012년 축제 사진)

이곳 정동에서는 매년 가을 '정동문화축제'가 열린다. 작년 축제에는 고 유재하와 김현식의 기일에 맞춰 이들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기도 했었다. 정동길 가득히 쌓인 낙엽이 있고, 가슴까지 젖어드는 음악이 있어 더욱 낭만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2013년 정동문화축제는 '문화놀이터 정동'으로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jungdong.khan.co.kr/)를 참고하도록 하자.

정동길에 물든 가을풍경

올해는 정동문화축제뿐 아니라,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 2013'도 선보인다고 한다. 김창완밴드, 피아니스트 조재혁, 바리톤 서정학, 기타리스트 박주원, 라벤타나, 김그림, 투빅, 한충은 밴드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클래식, 재즈, 국악퓨전, 대중음악 등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무료 야외 음악회로 오는 10월 17일 부터 11월 9일까지 4주간 평일 점심시간과 금요일 퇴근시간, 토요일 오후 총 16회 실시한다고 한다. 또한 매 공연 시작 전에는 커피 시연 또는 시음 이벤트가 진행된다고 하니, 고종황제가 즐겼다던 커피도 함께 즐겨볼 수 있겠다. 자세한 프로그램과 안내는 홈페이지(http://www.chongdong.com)를 참고하면 된다.

올 가을엔 노랗게 물들어가는 정동길에서 옛 노래를 흥얼거리며 추억을 되새겨 봐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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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 #단풍 #가을 #정동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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