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드러내니 이야기가 되네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3.10.21. 00:00

수정일 2013.10.21. 00:00

조회 2,075

10년 만에 재개관한 선유도 이야기관

[서울톡톡] 정체성이 불분명한 전시관이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변화를 책임질 설계자는 공원의 이야기와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는 '과거의 흔적 드러내기'. 그 결과를 실행에 옮기고자, 전시장 내부를 막은 화이트 벽부터 뜯어냈다. 그러자 배관과 기둥이 드러났다. 기둥과 벽에 남은 물때도, 펌프장 시설도 남겨놓았다.

왼쪽 사진(사진 :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이 한강전시관 당시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이 재개관 된 지하실 전경이다. 가설벽체는 걷어내고 펌프시설은 그대로 남겨두면서 과거 모습을 살렸다

공사 과정에서 뜯은 바닥재를 뒤집어 제작한 전시장 가구들, 재활용이란 공원의 정체성을 세심한 소품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바로 이 흔적을 살린 건축물이 2002년 '한강 전시관'에서 11년 만에 재개관 한 '선유도 이야기관'이다. 목적 없이 '새로 짓기'보단, 새로운 용도를 부여한 '고쳐 쓴' 건물이다. 심지어 전시장 소품인 의자와 테이블도 바닥을 뜯어낸 폐자재를 재활용하여 제작되었다.

수돗물이 저장된 정수지 상판을 뜯고 남긴 기둥에 담쟁이를 심은 `녹색 기둥의 정원`

수돗물이 저장된 정수지였던 '녹색 기둥의 정원' 뒤로 '선유도 이야기관'이 있다. 재생, 재활용 공원임을 일깨우는 전시장임을 보여주고자 초대전 주제도 '좋은 곳 고쳐쓰기'다. 작품들은 주로 서울 공공프로젝트 18곳의 작업을 담은 사진들이다. 12년 된 화물컨테이너로 쪽방촌을 만든 영등포 임시거주시설(위진복)부터 수돗물 저장탱크를 '문학관'으로 탈바꿈한 '윤동주 문학관'(이소진)까지 서울 공공건축의 방향성을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다음 달 5일까지 만나 볼 수 있다.

빔프로젝터에서 한강과 선유도에 관한 영상이 상영된다.

1,374㎡ 면적에 총 3층 규모인 이야기관은 폭은 좁으나 가로로 긴 형태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은 빔 프로젝트로 공원과 한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으며, 지상 1층은 기획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가벽과 바닥을 걷어낸 공간 내부는 기존 건축물 뼈대인 콘크리트와 배관이 노출된 모습이다. 지하 1층에는 기능을 다한 송수 펌프시설과 클레임, 림프관 구멍들도 그대로 남겨놓았다. 지하 복도로 연결된 120석 규모의 강연홀에선 공연, 강연, 세미나 등이 진행된다. 지하부터 지상까지 일부는 바닥을 새로 깔았다. 또 건물 앞과 뒤에 경사로를 마련하여 건물 내부도 길의 일부처럼 공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지하 1층 과거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을 각 수용지로 공급하던 송수펌프실, 과거 림프관이 들어가던 구멍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이야기관 2층은 공원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사실상 전망대 역할을 한다. 방문자들은 2층에 마련된 재활용 의자에 앉아 공원과 한강, 그 뒤의 서울 전경을 감상하거나, 혹은 영상 클립을 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이는 기존 전시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공간으로 이야기관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선유도공원에서 전망대 역할을 하는 선유도 이야기관 2층, 재활용 의자에 앉아 선유도의 사계 전경을 보며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른 전시관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2002년 완공된 국내 최초 재활용 생태공원인 선유도공원의 공동 설계자이자 이번 '선유도 이야기관' 리모델링을 지휘한, 조성룡 성균관대 석좌교수(조성룡도시건축 대표)는 공간 자체가 재생과 재활용의 의미를 담는다고 강조하였다.

"이야기관은 요즘의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어떻게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어요. 일방적으로 설명만 잔뜩 넣는 주입식 전시가 아닌, 보는 사람이 상상력을 동원해서 각자 다르게 추측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여기를 찾은 시민들이 감각기관을 동원해서 이 건물이 옛 정수장이었다는 것, 그것이 아직까지 쓰이고 있다는 점과, 오늘날 이런 사회에서 물건을 아껴 쓰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개념을 한꺼번에 느끼도록 하는 것이 이야기관의 건축 개념입니다."

■ 이야기관에서 옛 정수장 흔적 찾기 전시감상 포인트
 1. 재활용 가구에 앉아 흘러가는 영상을 소리와 함께 본다.
 2. 영상 전시에 사용된 모든 기기들도 낡은 장비를 수선하여 사용하였다.
 3. 층마다 복도와 계단에서 위아래로 트인 내부 공간의 다양한 인상을 느껴 본다.

■ 선유도공원 가는 길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 343(양화대교) 
 문의 : parks.seoul.go.kr, 02-2634-7250 
 이용시간 : 오전 6:00~오후 12:00
  * 이야기관은 공원 정문에서 150m 거리에 위치, 이용시간은 오전 9:00~오후 6:00시(무료, 무휴)

 지하철 + 버스
  1. 2호선 당산역 1번 출구 - 일반버스 760, 5714 탑승
  2. 2, 6호선 합정역 5번 출구 - 일반버스 5714, 7612, 760, 603 탑승
  3. 9호선 당산역 13번 출구 - 일반버스 5714 탑승
  4.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 - 도보 7분

 승용차
  1. 일반 승용차는 '양화 한강 공원 주차장'을 이용한다.
  2. 장애인 차량은 '선유도 공원 내 주차'할 수 있다.
  3. 선유도 공원 정문은 '양화대교(당산 방향)'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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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선유도이야기관 #한강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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