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 좋고, 공기 좋고, 기분 좋고~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13.10.11. 00:00

수정일 2013.10.11. 00:00

조회 3,308

신라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천혜의 명당 비봉

[서울톡톡] 2010년 생겨난 북한산 둘레길은 수도 서울의 상징인 북한산과 도봉산 주위를 장장 72km 도는 장거리 코스다. 그 가운데 명상길~평창마을길~옛성길 코스의 북한산 둘레길 (9.6km)은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울리는 풍성하고 다양한 나무들이 사는 호젓한 숲길이 이어지고, 북한산의 보물 탕춘대성 같은 역사의 유적들과 북한산에 기대 사는 마을의 다양한 표정을 읽을 수 있는 무척 매력적인 코스다. 가을 단풍이 물들면 더욱 운치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 둘레길은 정릉~불광동 구간으로 성북구 정릉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종로구 평창동, 구기동과 은평구 불광동을 잇는 길이다. (혹은 불광동에서 출발, 정릉탐방지원센터 도착) 북한산의 형제봉능선, 사자능선, 탕춘대성을 차례로 넘지만 둘레길의 특성답게 길이 험하지 않아 그다지 체력 부담이 크지는 않다. 대신 조망이 참 좋고 걷는 맛은 다른 구간보다 역동적이다. 특히 탕춘대성은 북한산 능선 중 빼어난 풍광의 비봉능선과 서울 도심이 활짝 열려있어 북한산 둘레길중에서도 인기가 높다.

2010년 태어난 장장 72km, 21구간의 북한산 둘레길, 도봉산도 아우른다(좌), 청명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물, 듣기만 해도 상쾌하다(우)

정릉탐방안내소에서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감상하며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호젓한 계곡을 지난다. 이곳은 군사보호구역으로 통제된 덕분에 한적하고 고요한 숲길로 남아 있다. 계곡 너머로 두 개의 봉우리가 형제처럼 나란히 있어 붙여진 형제봉이 보인다. 형제봉 입구부터 6구간 평창마을길이 시작된다. 평창동 이름은 광해군 때 조세를 관리하던 선혜청 중에서 가장 큰 창고인 평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급주택들과 이채로운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은 평창마을길에서 만나는 해원사는 잠시 쉬었다 가기 좋은 아담한 절이다. 수려한 계곡을 끼고 있어서 여름철에 인기가 좋다.

이어지는 산길을 10분쯤 오르면 사자능선에 올라붙는다. 사자능선엔 두 암봉이 마치 한 쌍의 사자처럼 보인다고 해서 쌍사자봉도 있다. 사자능선을 따라 구기동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시야가 넓게 열린 전망대가 나타난다. 구기동 일대와 탕춘대성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언덕과 산길을 이어 걷다보면 탕춘대성에서 유일한 암문(暗門:성곽의 후미진 곳이나 깊숙한 곳에 적이 알지 못하게 만드는 비밀 출입구)을 만난다. 탕춘대성을 북한산의 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주민을 제외한 산꾼들의 발걸음이 뜸하고 북한산을 통틀어 산길이 가장 순하다. 둘레길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탕춘대성은 병자호란 직후 1715년(숙종 41)에 방어시설을 보완하고자 북한산성을 재축성하면서 쌓았다. 북한산성이 높아서 군량 운반이 어렵자 세검정 부근에 있던 탕춘대 일대에 군사를 배치하고 군량을 저장하기 위해 이 성을 축조한 것이다. 탕춘대는 연산군이 세검정 근처 현재 세검정초등학교 자리에 풍류를 즐기기 위해 만들었던 건물을 말한다. 상명대학교 앞에 있는 홍지문이 탕춘대성의 출입문이다.

탕춘대성 암문을 빠져나오면서 7구간 옛성길이 시작된다. 구불구불하게 자라난 소나무들, 마치 신명난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깨춤을 추는 듯한 소나무들이 가득한 이 길은 둘레길을 통틀어 가장 조망 좋고 긴 능선이다. 곧 조망 명소인 226m봉 헬기장에 닿는다. 헬기장에서는 그동안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던 비봉능선 전 구간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향로봉 ~ 비봉 ~ 문수봉 ~ 보현봉으로 이어진 비봉능선은 북한산에서 가장 역동적인 암릉이다. 능선 가운데쯤 우뚝하며 잘 생긴 봉우리가 비봉이고 그 꼭대기에 진흥왕 순수비가 놓여있다.

북한산의 보물 탕춘대성의 암문을 통해 능선을 걸어간다(좌), 비봉능선을 따라 북한산의 멋진 봉우리와 능선을 볼 수 있다(우)

신라 진흥왕은 555년 한강 일대를 평정하고 그 업적을 가리기 위해 비봉에 비석을 세웠다. 비봉은 높이 560m에 불과하지만 주변 봉우리를 압도하는 위엄이 느껴진다. 동서남북 사통팔달 막힌 데가 없어 북한산 여러 봉우리, 서울시내, 한강과 그 너머 서해 조망까지 빼어나다. 진흥왕이 비석을 세워둘 만하다. 호젓한 솔숲을 따라 암봉인 족두리봉(수리봉)을 바라보며 하산길을 내려오면 마침내 은평구 불광동의 장미공원과 거북 약수터에 닿는다.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를 들이키고 10분쯤 내려가면 불광역이 나온다.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세워놓은 나무 팻말에 중국 당나라 시대의 인물로 중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이백의 시, <산중문답>이 기억에 남는다.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 대중교통편
 - 정릉탐방안내소 ;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로 나와 143번, 110B 버스를 타고 정릉 종점 하차
 - 불광동 거북 약수터 ; 3호선 불광역 2번 출구로 나와 도보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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