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상 받은 명품 건물, 구경가볼까?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3.10.11. 00:00

수정일 2013.10.11. 00:00

조회 2,939

선벽원 3동 건축물 중 하나인 자작마루란 명칭의 강당 앞에서 단체사진

[서울톡톡] 서울시와 (사)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한 <2013 서울건축문화제>가 시민참여 행사 중 하나로 '건축문화투어'를 마련했다. 10월 한 달간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투어는 지난 9월 27일 선착순 모집을 통해 시민 30여 명을 선정했다.

지난 10월 5일, 그 첫 번째 투어인 '제31회 서울시건축상 수상작' 코스에, 시민기자도 동행하였다. 투어는 '진관사 역사관'(최우수상)을 시작으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대상), '서울시립대 선벽원'(최우수상), '성수문화복지회관'(최우수상) 순으로 진행되었다.

"자연에 동화되는 템플스테이 한옥"

북한산 국립공원 맨 끝자락에 위치한 '진관사'는 서울 4대 명찰(名刹) 중 하나로, 고려 제8대 왕인 현종이 1011년에 지은 천년역사의 사찰이다. 또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궁궐에서 벗어나, 한글을 연구했던 사찰이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이 최근 민간에 개방되면서, 시민과 교류하는 '템플스테이' 전용 시설을 마련해야 했다. 무엇보다 진관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건축물이어야 했다. 설계를 맡았던 한옥 전문가인 조정구(구가도시건축 대표) 건축가는 환경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사찰건축을 자연스럽게 담아내 '진관사 역사관'을 완성시켰다.

"사찰은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에 의해 대부분 산에 위치해 있고, 더욱이 산이라는 장소의 특성은 여러 규제가 따릅니다. 이 때문에 역사와 시간적인 환경을 훼손하면서 건물이 들어선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을 지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 끝에, 기존 전각과 풍경, 주변 산과 계곡에 어울리면서도 자연에 개방적인 형태를 작업하였습니다."

설명을 마친 조대표는 참가자를 역사관으로 안내했다. 사찰 맞은편에 위치한 돌다리 '세심교(洗心橋)'를 건너, 숲과 계곡에서 왼편으로 팔작지붕을 한 다양한 크기의 한옥 네 채가 참가자들을 반겼다. 규모가 가장 큰 한옥(함월당)부터 중간(공덕원)에 이어, 작은 한옥(효림원, 길상원)들이 돌계단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줄 서 있듯이 배치되었다.

"함월당은 전통적이면서 모던하게 보이도록 주력했습니다. 또 시민들이 공간 안에서는 편안함을 느끼면서, 바깥풍경에 동화되는 것을 의도하였습니다."

함월당 지하로 식당이 들어서 있다(좌), 공원과 미술관을 이어주는 계단을 오르는 시민들(우)

'아파트촌 병풍석에 둘러싸인 동산의 존재는?'

진관사가 선사한 숲 속 공기를 뒤로하고 시민들이 도착한 곳은 아파트촌 한 가운데 위치한 근린공원이었다. 시민들은 이 공원 산책로를 따라 계단부터 올랐다. 계단 양옆에 조성된 잡초 풀들로, 마치 숲속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건축물의 옥상정원이 나타났다. 아파트촌으로 둘러싸인 이 동산 같은 건축물의 정체는 바로 미술관이었다.

지난달 개관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이렇게 도심 주거단지 안의 자그마한 동산이었다. 공원에서 시작된 녹지의 흐름이 미술관으로 이어진 자연친화적 건축물로, 5년째 가장 가고 싶은 미술관 1위로 뽑힌 바 있다. <북서울미술관>은 다른 서울 소재 미술관과 달리 인근 아파트들과 밀접하게 붙어있다. 넓게는 건축디자인으로 사람과 예술이 호흡하는 '일상 속 문화'를 실현한 것이다.

설계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처음 미술관 뒤쪽에 위치한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있어, 펀칭메탈로 가려 주민들의 불편함을 사전에 최소화했습니다. 미술관 옥상정원에 있는 이 삼각형 구조물들은 '톰 라이트'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이 톰 라이트는 반사를 통해 공간 내부 로비로 내려가도록 설치하였습니다. 또 여러분이 밟고 계신 옥상 바닥은 황토를 섞어 포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이트 박스형 미술관 형태가 돋보이고자, 계단 길은 짙은 '파주석'을 쌓아 자연스러움을 더하였습니다"고 전했다.

현재가 축척된 80년의 시간

"80년의 시간이 담긴 선벽원은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현재 용도를 적용한 사례입니다. 실제로 설계 시 이 두 가지가 적용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선벽원의 경우 이 어려움을 잘 해석한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건축물은 과거를 상상하며 현재를 만나 보는 게 관건입니다."

이번 1차 코스 인솔자인 김지훈(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 1본부 팀장) 건축가가 이동 중인 시민들에게 곧 이어 만날 선벽원의 특성을 설명했다.

곧바로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에 도착했다. 과거 경성공립농업학교였던 시립대는 이후 서울농대, 산업대를 거쳐 시립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 세월 속에도 1937년에 지어진 건축물 3동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특히 선벽원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학교건축으로, 근대건축사에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드디어 작년, 이 건축물들에 대한 리모델링 작업이 들어갔고, 이를 지휘한 건축가가 이 대학 건축학부 이충기 교수였다.

작업은 복원이라기 보단 새로운 개념으로 개보수하여, 옛 모습을 살리면서 새로운 용도를 부여하였다. 선벽원 3동 중 하나인 '경농관'은 경성공립시절 본관으로 쓰였고, 지금은 전시관과 연구소로 사용된다. 바로 왼쪽은 과거 교실로 쓰였던 '박물관'이, 뒤에 위치한 '자작마루'는 대강당으로 쓰인다.

선벽원의 80년 된 벽돌(좌),좁은 골목, 적은 규모의 부지에서 설계된 성수문화복지회관. 바로 앞에 주택이 보인다(우)

공장지대에 핀 한줄기 문화 씨앗

일정 마지막 코스인 성수문화복지회관을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공장과 주택가들로 밀집된 좁은 골목들을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골목들을 지나 저층 주택들 속에서 우뚝 솟은 고층 건물이 바로 복지회관이었다.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성수문화복지회관은 적은 부지 크기의 취약점을 딛고, 공연장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들을 공간 안에 영리하게 잘 담았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시설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게 만든 점이 높이 평가 받았다.

설계를 맡은 운생동건축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건축물은 단순히 관공서를 만든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공장지대가 밀집된 성수동에 도시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할 센터가 목적이었다. 또 기존의 행정위주였던 공간기능을 넘어 지역 분위기를 전환하고 나아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개념의 복지시설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복지회관은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로 재활의원부터 아트홀, 복지관, 구립 도서관, 카페 등이 들어서있다. 한강의 물결을 착안한 건물 외장 디자인과 자연채광을 활용한 유리 건물로 설계되었으며, 태양광, 지열,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또한 5층에 위치한 옥상공원은 계단식 테라스가 설치되어 지역 전경은 물론, 서울 숲과 한강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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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건축문화투어는 '제31회 서울시건축상 수상작'을 시작으로, 서울의 사회문화 중심지인 '세종대로 코스'(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 600년 역사의 서울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한양도성 코스', 서울 근대 역사를 만나는 '정동과 덕수궁 코스'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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