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고생
시민기자 김수환 외 3명
발행일 2013.08.07. 00:00
[서울톡톡] 지루한 장마가 드디어 끝나고 본격적이 휴가철을 맞았다. 안 가면 후회, 그러나 가면 더 후회한다는 여름휴가. 산으로, 바다로 떠나야만 진정한 휴가는 아닐 터. 꽉 막힌 도로, 어디가도 많은 사람들, 바가지 요금 등을 피해 오히려 서울에서 호젓하게 여름휴가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에서 여름을 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 서울톡톡 시민기자들이 준비했다. 먼저 휴가철에 볼만한 문화 행사 및 전시 프로그램부터 살펴보자. |
국립민속박물관 <쉼> 특별전 | 시민기자 김수환
평상에 누워 관람하는 박물관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 <쉼>은 바쁜 일상을 탈피,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전시 프로그램이다. 또한 단순한 지식 전달을 위한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들이 대청에 앉아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팔도강산을 유람해볼 수 있는 전시로, 전시 그 자체가 '휴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쉼>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유람하고 집에 돌아와 쉬었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는 과정을 담았다. 1부인 '푸른 그늘 실바람에 새소리 들레어라'는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가벼운 걸음으로 금강산 여행하는 여행객이 되어 자연을 느끼는 쉼의 공간이다. 유람을 했던 옛사람들이 갖고 다닌 소품들도 볼거리다. 교통수단이 전혀 없던 그 시절, 먼 길을 떠나기 위해 갖고 갔던 찬합, 표주박, 휴대용지도를 넣은 봇짐과 짚신을 보고 있자니, 현대인들의 번잡하고 많은 여행소품이 정말 다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순간 어디선가 벌레와 자연의 소리가 들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서자 삼삼오오 대청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홑적삼에 부채 들고 정자관 내려놓고 있자니'란 주제로 마련된 2부였다. 대청과 평상에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특히 모시적삼을 입어보는 아이들의 눈과 귀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마지막 3부인 '한여름 밤 꿈, 속세를 벗어나니' 공간에서는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쉼을 만날 수 있다. 신발을 벗고 평상에 누우면 밤하늘에 별빛이 떠 있고 쌀을 넣은 푹신한 의자에 앉아 명승지 풍경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잠이 스스로 올 것 같았다.
휴가를 어디로 갈지, 가서 어떻게 놀지, 무엇을 먹을지 등을 쉴 새 없이 생각하며 자신을 스트레스로 가득 채우지 말자. 도심 속 진정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전시기간 : 7월 24일~9월 23일(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 장소 :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 문의 : 02-3704-3114 |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 시민기자 김수희
'백제의 미소'를 서울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어요
"앞에서는 웃는 것 같은데 왼쪽에서 보면 화난 것처럼 삐져있는 듯 보여요. 책에서 빛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진짜인 것 같아요."
백제의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된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마애삼존불' 앞에서 한 초등학생 아이가 다양한 위치에서 불상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600년 경 백제시대에서 가장 풍요롭고 평화롭던 그 시대 최고의 걸작품이자 국보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이 있는 곳은 충남 서신사 운산면 용현리 2-1이지만 아쉬운 대로 직접 가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있다.
롯데월드 쇼핑몰 3층 내에 위치한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은 전문가의 고증을 통해 유적지 및 문화재 모형을 전시해 놓아, 유적지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이를 한곳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종합문화공간이다.
관람공간은 크게 역사전시관(선사시대, 삼국시대실, 고려시대실, 일제강점기실 등)과 모형촌(조선시대)로 나눌 수 있으며, 참여공간인 놀이마당(전통혼례청)과 저자거리로 구성돼 있다. 역사전시관에서 모형촌까지 다채로운 전시 프로그램을 살피다 보면 국사 교과서 한권을 읽듯 생생한 역사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온화한 백제의 미소인 '서산마애삼존불', 학창시절 단골 수학여행지인 '무령왕릉', 고려청자를 낳게 한 가야의 '토기',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의 유해가 뿌려진 '대왕암'과 '감은사', 세계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인 '석굴암' 등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의미 있지 않을까. 이외에도 삼국의 시대별 복식, 귀족과 서민의 생활, 각종 유물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박물관 곳곳에 전통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놀이체험관이 마련되어 있다. 투호놀이, 다듬이질, 삼국시대 복실색칠, 원시도자기체험에서부터 민요, 판소리 등 민족고유의 공연, 옛 격식 그대로 재현되는 전통 혼례청도 감상할 수 있다.
글로만 접하던 것들이 실제 모형으로 재현되어 알기 쉽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인형의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니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교육의 장이자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관광명소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운영시간 : 평일(9시30분~20:00), 주말(9시30분~21:00) 관람료 : 어른(20세이상) 5000원, 청소년(14~19세)3000원, 어린이(36개월이상~13세)2000원 단체(20명이상) 3500원/2500원/1500원 이용문의 : 02-411-4761~5 자유이용권 소지자분들은 무료입장 가능/전시설명 시간 확인 |
국립중앙박물관 표암 강세황 전 | 시민기자 박미령
푸른 솔은 늙지 않는다
표암 강세황(1713~1791) 탄신 300주년 기념으로 '시대를 앞서 간 예술혼'전이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8월 25일까지 열린다. 어릴 적 등 뒤에 얼룩점이 있어 호가 '표암'인 강세황은 조선 후기 정조 임금으로부터 '시서화 삼절(詩書畵 三絶)'이라는 칭찬을 들었으며, 말년에는 예리하면서도 훈훈하고 명쾌한 평론에 능했던 천재 예술인이다.
여행을 즐기며 진경산수를 그린 강세황은 '그곳에 가보지 못한 사람이 거기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한종유가 그린 그의 초상화는 69세 때 표암의 원숙한 경지와 자유로운 정신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는 남종 문인화를 모작하며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자신의 혼을 덧입혀 고유의 화풍을 만들었다. 서양의 원근법과 음영의 조화, 대담한 색조의 시도로 남종 문인화의 토착화를 확립시켰다. 그 정신은 제자인 김홍도, 신위로 이어진다.
시원하고 담대한 여백, 조화로운 구도에 어느 구석엔가 기지 넘치는 이야기를 그려 자신의 혼과 마음을 담은 그림에 늪처럼 빠져든다. 춤추는 난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곧은 정신의 글씨가 있고 거기 혼을 놓치고 있노라면 시적인 문장이 끝내 놓아주지 않는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70세에 다시 작품을 시작한 강세황, 그래서 남긴 그의 유언은 "창송불로 학록제명(蒼松不老 鶴鹿齊鳴 : 푸른 소나무는 늙지 않고 학과 사슴이 더불어 운다)"이다. 지치고 힘이 들 때, 300년을 이어온 표암의 예술혼을 통해 특별한 기운을 채워보는 것도 좋겠다.
관람시간 - 화, 목, 금 : 오전 9시 ~ 오후 6시(월요일 휴관) - 수, 토 : 오전 9시 ~ 오후 9시 - 일, 공휴일 : 오전 9시 ~ 오후 7시 관람료 : 무료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 6가 168-6 02-2077-9000 지하철 4호선/중앙선 : 이촌역 2번 출구 박물관 나들길-박물관 서문 |
월드컵공원 한여름밤 가족극장 | 시민기자 문경아
잠 못 드는 밤, 난 영화를 본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면 월드컵 공원으로 가보자. 월드컵공원에서 오는 8월 17일까지 <한여름밤 가족극장>을 마련한다. 영화관 에어컨보다 자연바람 맞으며 친구, 연인, 가족들과 함께 보는 영화가 보다 더 시원하지 않을까 싶다.
어른부터 어린이까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으로 인기 영화도 포함되어 있다. 장소는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 유니세프 광장이다. 시간은 열대야를 피할 수 있는 시간대로 저녁 7시 30분부터 상영된다. 요금은 무료.
우천 시에는 다목적 영상실에서 상영되니 비가 오는 날에도 걱정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깊고 질 좋은 잠이 필요한 요즘, 영화를 즐기며 특별한 여름밤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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