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삶, 물탱크로 숨다

시민기자 박미령

발행일 2013.07.12. 00:00

수정일 2013.07.12. 00:00

조회 998

[서울톡톡] '물탱크?', '정류장?'. 전혀 관련 없는 두 단어가 합쳐진 연극 제목에 이끌려 단숨에 남산예술센터로 올라갔다. 남산예술센터에서 관람한 연극은 <물탱크 정류장>. 연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배우들이 무대로 나와 저마다의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다. 아래 무대인 바(bar) 주인(김필)은 관객들과 사진도 찍으며 대화를 나눴다.

연극이 시작되고 '세종'(조승욱)이라는 이름과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세종대왕의 이미지인가? 했지만 그 뜻은 '세상의 끝'이다. 작가는 세상의 끝을 높은 곳 '옥탑방'에 두었다. 극 중 인물들은 대부분 옥탑방 동지들이다. 세종, 팀장(김숙인), 바 주인 등 모두 다른 옥탑방에서 산다. 하늘과 맞닿은 그 시원한 곳에 사는 이들은 모두 가슴이 답답하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 돈이 없어 당하는 수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세종의 동거녀 황수경(박유밀)마저 자신에게 관심있는 남자의 재력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세종 앞에서 뽐낸다.

숨 막히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세종 앞에 엉뚱발랄한 공학박사(정인겸)가 물탱크 공화국을 소개한다. 주인의 기분에 따라 인상되는 월세에 시달리는 이들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물탱크다. 기발한 발상이다.

삶이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막장까지 흘러갔을 때, 그곳에서 다시 태어나는 기쁨을 맛보았다는 공학박사의 믿기 어려운 주장을 차라리 믿고 싶어 세종은 실행해 보지만 삶은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기를 쓰고 살았는데 왜 이러냐?"

"삶이 뭐 이러냐?"

이렇게 외마디 소리를 뱉으며 세종은 우리에게 마구 질문을 쏟아낸다. 대답할 길이 없어 마냥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 때 물탱크 공화국의 물탱크들이 거짓말처럼 울트라 솔라 에너지에 의해 둥둥 떠다닌다. 그리고 외치는 한 마디!

"이제 살고 싶은 대로 살 거야!"

과연 '우리는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가슴에 남은 채 남산에서 내려오는 발길은 마냥 무거운 것은 아니었다. 상쾌한 피로감이라고 해야 할까? 남산에는 노란 물탱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현대인의 심리를 영상, 재즈, 록 음악이 어우러져 군더더기 없이 신랄하게 표현한 연출과 기발한 소재와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 출연진의 배역에 충실한 연기와 외국인 근로자 만두의 재치 있는 입담이 극의 재미를 더했다.

공연일시 : 2013년 6월 26일부터 7월 14일까지(토요일 오후 3시, 7시/ 일요일 3시)
공연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남산예술센터 #물탱크 정류장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