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대`의 의미를 아시나요?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13.07.09. 00:00

수정일 2013.07.09. 00:00

조회 2,251

[서울톡톡] 닫힌 것을 푼다는 것에서 현대에 와서 중요시하게 여기는 소통을 상징하게 된 열쇠. 쇳대는 열쇠의 정겨운 옛 말로 자물쇠와 열쇠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디지털 시대에 불편하고 구식이 된 열쇠와 자물쇠는 현대에 와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 현실이 안타까웠던 철물 디자이너 최홍규씨는 틈틈이 수집에 나섰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을지로에 있는 철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열아홉 살부터 모은 열쇠와 자물쇠가 4천여 점. 이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보관·정리하기 위해 지난 2003년에 대학로에 건립한 것이 쇳대박물관이다.

대학로의 호젓한 뒷골목에 있는 쇳대박물관. 발갛게 녹이 슨 강판으로 만들어진 6층짜리 건물은 언뜻 거대한 쇳덩어리로 보여 지나가는 누구나 눈길을 끌게 한다. 코르텐 강이라 불리는 녹슨 쇠를 소재로 지어진 박물관 건물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며, 박물관 내 입구에 걸린 '쇳대'라는 멋스러운 글씨는 법정스님이 개관 당시 써준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 안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고려시대부터 근대까지, 시대별로 정리된 열쇠와 자물쇠들을 만날 수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자물쇠는 금동제 자물쇠와 열쇠가 주류를 이루고 조선시대 것에 비해 형태와 새겨진 무늬들이 정교한 게 특징이다. 조선시대 자물쇠는 황동, 백동, 철로 만들어져 물고기, 거북이, 나비 등의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물쇠나 빗장에 십장생 등 동물 형상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복과 행운을 불러들이고, 들어온 재물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 형상은 눈을 뜨고 자는 물고기처럼 밤새 잘 지키라는 뜻과 다산을 기원하거나, 물고기가 변해 용으로 승천하라는 기원 등을 담고 있다.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연꽃무늬를 새겨 넣은 고려시대의 화려한 자물쇠들과 주인 외에는 아무도 열 수 없도록 개폐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비밀 열쇠 등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보물이다. 특히 모란, 당초, 매화, 나비 등을 상감기법으로 새겨 넣은 자물쇠는 그 정교함과 우아함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제2전시실에는 목가구의 일부로 존재하는 자물쇠의 모양새나 쓰임을 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와 상징적인 문양을 새겨 넣어 단순히 잠금장치로서의 기능을 뛰어넘어 지킴의 주술적 의미가 느껴지고 예술적 가치가 느껴진다. 제3전시실은 외국의 자물쇠를 전시한 공간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티베트, 아프리카, 유럽 등 외국의 이채로운 자물쇠들을 볼 수 있다. 각국마다 다른 물상형 자물쇠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수호를 상징하는 자물쇠가 발달했고 서양에서는 권위를 상징하는 열쇠가 발달했다고 한다.

두석장 김극천의 작업실도 눈길을 끈다. 두석장은 목가구를 구성하는 다채로운 금속 부품과 장식 등을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중요무형문화재이자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김극천 장인의 작업실을 재현한 박물관 내 작은 공간엔 장석의 재료와 공구 300여 점이 가득하다. 손으로 직접 쇠를 깎고 무늬를 새겨 넣었다는 장인의 작업실에서 그의 숨결과 함께 장인의 작업 모습이 어른거린다.

2층 갤러리 옆 쇳대아트숍도 작은 쇳대박물관이다. 판매를 위한 물건들이지만 진귀한 볼거리다. 옛날 랜턴도 있고 장난감이나 새장, 촛대, 장롱도 있다. 1층엔 각기 모양이 다른 서른 개의 쇠주전자가 전시되어 있는 쇳대 카페도 있다. 쇳대박물관에서 쇳대는 단순히 쇠막대기가 아니라 역사이고 문화였다. 작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문화유산 쇳대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섬세한 미(美)의식과 생활상을 보게 되었다. '앞선 디자인의 힘은 옛 것에서 나온다'는 최홍규 관장의 디자인 철학에 공감이 가고 고개가 끄떡여진다.

찾아가기 : 4호선 전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방송통신대 뒤편 5분 도보
관람문의 : 776-6494~5(월요일 휴무)
입 장 료 : 일반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6세부터 초등학생까지는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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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쇳대 #쇠 #최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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