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그래서 세계적인

시민기자 고은빈

발행일 2013.07.03. 00:00

수정일 2013.07.03. 00:00

조회 1,576

[서울톡톡] 한식, 한복, 한옥 등 한국의 전통이 시대에 발맞춰 가고 있다. 웨딩드레스에 뒤처지지 않는 우아한 한복드레스가 나오는가 하면,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삼계탕을 롤로 만든 음식이 나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건축과정을 간소화한 조립식 한옥의 등장으로 한옥의 보급 가능성도 열렸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공간은 우리네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한옥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다. 유명한 대형 건물들의 실내는 메탈과 대리석으로 번쩍인다. 한국 스타일의 실내 디자인은 번쩍이지 않는다. 하지만 메탈과 대리석이 지니지 못한 포근함과 자연미가 넘친다.   

최근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에는 포근하고 신비로운 호텔이 문을 열었다. 그 호텔의 이름은 도원몽이다. ‘장응복의 부티크 호텔 도원몽’展에서는 한국 스타일의 미래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간단하고 소박할 수 있다, 얼마든지

한국적 스타일을 지닌 공간들은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그들의 공통분모는 '나무'다. 벽에, 바닥에 나무가 있어 공간의 따스함은 배가된다. 그러나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곳이 아닌 이상 이 인테리어를 실현하기는 어렵다. 목재가구를 배치하려 해도 대부분은 서양식이고 전통 목재가구는 전체공간과 조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

호텔 도원몽의 주인인 장응복 작가는 패브릭으로 보다 간단히 한국의 실내를 구현해낸다. 자투리 천이 모여 벽이 되고 흰 천은 달처럼 빛을 반사해 간접조명이 된다. 패브릭을 붙인 병풍은 파티션이 된다. 넓은 천은 드리워져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고 떨어진 것들을 한 천 안에 가두어 이어주기도 한다. 얇은 천과 조명은 신비로움을 더한다. 패브릭으로 공간을 연출하는 소프트 인테리어다.

이는 우리 공간에도 얼마든지 적용 가능하다. 가령 큰 천이 아니더라도 조각보가 집을 꾸며주는 액자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천장의 형광등에 모시 같은 얇은 천을 덧대면 은은한 간접조명 효과를 낼 수 있다.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한국적인 실내를 연출할 수 있다. 바닥에 있어야 할 소반을 벽에 붙이는 등의 예상치 못한 조합은 때로 공간을 더 새롭게 만든다. 

한국 스타일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

가상의 호텔 도원몽을 보며 '이런 실내디자인을 가진 숙박업소가 우리나라에도 많아져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해외여행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곳은 여지없이 그 나라의 매력이 한껏 묻어나는 곳이다. 

뒤돌아보니 홍콩은 화려했다. 하지만 음식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홍콩다운 것이 없었다. 맨션의 쪽방에서 친구와 잠을 청하면서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았다. 그곳은 그저 '도시'였다. 반면 도쿄는 달랐다. 한인민박에서 지내긴 했지만 숙소가 다다미 식이었고 숙소 주변을 둘러싼 대나무 울타리와 얼마 가지 않아 보이던 철도 건널목, 선술집들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숙소는 여행 중 제일 많은 시간을 머무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나라의 색채를 담고 있는 숙소는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서울은 한국의 중심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외국인들이 서울을 찾는다. 하지만 한국의 얼굴 격인 서울에는 무언가 한국다움이 부족하다. 숙박업소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호텔 및 게스트하우스 몇몇만이 실내에 툇마루를 두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도원몽 같이 한국의 느낌을 잘 살린 공간들이 많아진다면 관광객들은 쇼핑 명소보다 한국의 전통을 먼저 기억해주지 않을까. 세계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국은 '한국다운 한국'이다.

■ '장응복의 부티크 호텔, 도원몽(桃源夢)'展  
 ○ 전시기간 : 2013.5.28 ~ 2013.8.4
 ○ 장소 : 남서울미술관전시실
 ○ 시간 : 평일 및 현충일 10:00-20:00 / 주말 10:00-18:00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2124-8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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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응복 #남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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