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열한 개의 방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종성

발행일 2013.05.30. 00:00

수정일 2013.05.30. 00:00

조회 1,415

[서울톡톡] 서울시립미술관은 시민들을 위한 열린 문화예술 공간으로 서소문본관과 경희궁, 남서울분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가운데 본 리포터는 그 가운데 남서울분관을 가장 좋아한다.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예술적 사색에 잠겨볼 수 있는 곳이 미술관이라 하지만 남서울분관은 이곳만이 지닌 시간의 결이 있기 때문이다.

전철역에서 내려 몇 걸음을 내딛자 대로변에 숨은 듯 평범하고 자그마한 마당을 가진 범상치 않은 건물이 나타난다. '아름다운 비상', '생명의 나무'의 이름을 가진 조각작품들이 마당의 잔디 위에 낮게 혹은 높게 서서 손님을 맞이한다. 마당의 조각작품들만큼이나 미술관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예술적이다.

낡고 바랬지만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건물 분위기가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 속의 친구처럼 정감 있게 느껴진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건물은 원래 벨기에 영사관 건물이었다. 1905년 회현동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진 르네상스식 건물이다. 입구와 건물 좌우측에 선 석주도 그리스, 로마의 고전주의 양식을 반영한다.

미술관 건물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벨기에 영사관이 이전한 1919년 이후에는 일본 요코하마 생명보험회사의 사옥으로 쓰였다. 일본 해군성의 관저로 사용된 역사도 있다. 해방 후에는 해군헌병대가 자리 잡기도 했으며, 상업은행을 거쳐 1977년에 사적 제254호로 지정되었다. 1980년에 도심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지금의 위치(남현동)로 옮겨왔다. 건물의 이전 작업은 아주 면밀하게 이루어졌다. 벽돌 하나에까지 번호를 적어 원상태 그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덕분에 당시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친절하게 전시회 안내장을 나눠주며 안내를 해주었다. 2층부터 감상하면서 내려오기로 하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삐걱 삐걱'하는 발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복도부터 시작해서 계단까지 다 나무로 되어있고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에 시간의 결이 묻어나온다. 하지만 그 소리가 불안함보다 여유를 안긴다. 눈 내린 날 쌓인 눈을 뽀드득 뽀드득 밟으며 걷는 것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며 복도를 지나 2층 계단을 오르자 영화에서나 보았던 샹들리에들이 천정에서 부드럽고 따듯하게 불을 밝혀준다. 벽난로의 흔적도 그대로 남겨 두었다.

남서울분관은 총 열한 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방의 크기는 제각각이다. 복도에서 방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방에서 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열한 개의 공간을 넘나들다보니 마치 열한 개의 다른 전시를 본 듯했다. 마침 남서울분관에서는 8월 4일까지 '장응복의 부티크 호텔, 도원몽'이란 전시가 열리고 있다. 11개의 방으로 구성된 미술관 전관을 부티크 호텔처럼 변모시킨 전시회로 마치 멋진 호텔에서 하룻밤 꿈을 꾸는 듯한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  치 : 전철 2, 4호선 사당역 6번 출구 도보 5분 대로변에 위치
관람시간 : (평일)오전 10시~오후 8시, (주말, 공휴일)오전 10시~6시, 매우 월요일 휴관
입 장 료 : 무료
관람문의 : 02-598-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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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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