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예술의 향기 가득한 상수동

시민리포터 이나미

발행일 2013.05.06. 00:00

수정일 2013.05.06. 00:00

조회 2,379

[서울톡톡] 홍대 거리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려고 걸었다. 우연히 발이 닿은 한 동네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이색적인 카페들, 정겨움과 여유가 넘치는 분위기, 평범한 일상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밀착되었다. 조용하면서도 즐거운 기운, 갤러리 카페에서 예술가들의 작업공간과 예술사랑방까지, 골목마다 은은한 예술의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나왔다. 홍대 앞에서 형성된 문화와 예술의 줄기는 근처 상수동으로 뻗어 나와 또 다른 문화의 싹을 틔워냈다. 소박하고 조용한 동네, 상수동에 숨겨진 예술 풍경을 직접 만나 보았다.

<상수동 그 사람>
캘리그래퍼 강병인(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대표)

캘리그래퍼 강병인은 서예와 디자인을 결합한 캘리그라피(Calligraphy)를 작업한다. 그에게 상수동이란 단순히 작업실이 위치한 곳 이상을 의미한다.

"상수동은 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준 곳입니다. 여기(상수동)에서 많은 작업이 이뤄졌고 좋은 결과물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또 (상수동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 다짐이 어느 정도 이뤄졌죠. 상수동은 제게 굉장히 소중해서 떠난다는 건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습니다."

작업실은 캘리그래퍼 강병인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린 진로 '참이슬'과 KBS 대하사극 '대왕세종'이 탄생된 곳이다. 최근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와 서울시 슬로건 '희망서울'과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 등 이름만으로도 시민들에게 친숙한 이들 작품은 그의 감성과 손이 만난 붓끝에서 탄생한 것이다.

상수동에 작업실을 둔 건 '전통을 깨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이유였다.

"독립된 장소를 물색하다 처음엔 많은 영감을 얻었던 인사동을 생각했죠. 더 고민을 거듭하다, 전업작가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가자'고 결심했습니다. 무엇보다 전통서예를 바탕으로 잘 알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 전통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또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 지는 것이죠."

그는 전통 자체를 무시하겠다는 뜻은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이해하고 공부하되 그대로 답습하기 보단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에서 작업실도 홍대 주변을 생각했다. 홍대 기운을 느낄 수 있으면서 기왕이면 조용한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상수동을 작업 터전으로 선택하였다.

그렇게 캘리그래퍼 강병인은 상수동에 작업실을 둔 지 횟수로 6년째. 작업실에서 상품부터 영화와 드라마, 책에 이르기까지 숱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한편 그는 이 시대 캘리그래퍼로서 한글이 가지는 가치와 소중함을 말이 아닌 글꼴로 보여주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그래퍼로서 책임이라면 바로 멋있고 아름다운 글을 보여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글이 평면시각예술로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길거리에서도 서 있고, 상품으로도 개발되는 등 한글디자인 산업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울시에서 서촌 일대와 세종문화회관 뒤쪽에 '한글길'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업이 성공하려면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합니다. 1차적으로는 한글학자, 한글디자이너, 캘리그래퍼, 서예가들이 참여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한글 관심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며 시민들에게 한글을 더 많이 사랑해달라고 부탁했다.

<상수동 그 공간>
그문화 갤러리& 그문화 다방

오후 3시. 그곳을 골목에 위치한 아담하고 개성 있는 카페로만 생각했다. 개성 있는 패션을 선보인 손님들이 하나 둘 공간을 채우기 시작하더니, 6시가 되자 카페는 갤러리로 모습을 바꾸었다. 공간 벽면을 채운 것들은 바로 전시 '스트릿 온더 스트릿'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이어 전시 오프닝을 알리는 미니 공연이 열렸다. 평온했고 자유로웠다. 공간을 차지하는 사람들 모두 두터운 관계임을 알 수 있었다. 카페를 가득 채운 손님들은 주로 작가, 음악가, 건축가들로 갤러리는 자연스럽게 이들이 교류하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이곳에 온 손님이나 작가들이 목적이 무엇이든 한 자리에 모여 미술을 느끼고 교감한다.

그문화 갤러리 이민지 큐레이터는 "(그문화 갤러리 & 그문화 다방의) 가장 큰 장점은 아티스트와 대중과의 교류가 잘 이뤄지고 작품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꼭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미술관 문턱이 높지 않고 편안하다"며 "작품 가까이서 차와 음식을 먹으며 자유롭게 미술을 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수동이 홍대와 다른 이유에 대해 물었다. 갤러리 관계자는 "상수동은 대기업 프렌차이즈 입점이 적고 유동인구와 상업시설로 인한 소음,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개성있는 예술을 보여준다"며 "임대료 상승과 지역 상업화에 밀려난 작가와 갤러리들이 이곳에서 개성과 자유를 실현한다. 덕분에 역량이 있음에도 전시 기회를 갖지 못한 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다. 상수동은 시민들에게 미술이 가깝고 편안한 곳임을 꼽고 싶다"고 설명했다. 작품 거래도 경제적인 편이다. 1, 2월에 아트마켓을 여는 이곳은 24명 작가의 60작을 선보인다.

그문화 갤러리의 목표는 작품 판매에서 가격과 예술문턱을 낮추는 것. 홍보 비용을 줄여 최대한 작가와 시민들에게 경제적인 이윤을 제공한다.

한편 '스트릿 온더 스트릿'전은 그래피티 낙서 '스트릿 아트'를 선보이는 전시로 동네 문구점에서 구할 수 있는 필기구로 찢어질 때까지 그린 그림을 선보인 강성모, 피부 속에 잉크를 넣어 그림을 새긴 타투이스트 노보, 상수동 골목 한 곳을 찾아 그림을 그린 양자주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5월 12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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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상수동 #캘리그래피 #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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