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있는 고풍스러운 옛 건물의 정체는?

시민리포터 김종성

발행일 2013.02.18. 00:00

수정일 2013.02.18. 00:00

조회 2,597

[서울톡톡]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에 들른 이들은 왠지 고풍스러운 르네상스 스타일의 붉은 벽돌에 꼭대기엔 옛날 서울역과 비슷한 돔 양식의 시계탑까지 있는 건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907년에 완공된 대한의원 건물로 지금도 그 시절 그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돔 양식의 둥근 지붕을 얹은 고풍스러운 풍경의 시계탑과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외양이 무척 인상적이다.

건물 정면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동상은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 선생으로 우리나라에 최초로 세워진 의학교의 교장이셨단다.

1876년 강화도 조약을 통해 밀려들어온 근대의 파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섞여 있었다. '외국 군대'로 대표되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음험한 발톱이 그림자라면 종두법으로 상징되는 근대 의학은 조선 사람들에게 빛이 되었다. 어떻게든 잘 대접해 그저 목숨만 부지하길 빌었던 '마마님(천연두)'을 주사 한 방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 빛과 같은 주사였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종두법을 보급한 지석영이 있었고,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899년 한반도에 최초로 문을 연 의학교의 교장으로 임명된다. 그 의학교의 흔적이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안에 남아있는 대한의원이다.

대한의원 건물은 이제 서울대학교병원 사무실로 이용되어 병원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지만 2층엔 의학 박물관으로 꾸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현관과 문, 그리고 계단까지 옛 건물의 느낌이 물씬 나 흡사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에 온 것 같다. 오를 때 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나무 계단을 걸으며 오르면 우리 근대 의학의 풍경과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반도 최초의 근대 국립 병원은 1884년 12월 갑신정변으로 중상을 입은 민영익(명성황후의 조카)을 살려낸 미국인 선교사이자 의사인 알렌의 건의로 세워진 제중원(1885년 건립)이다. 그 뒤로 고종의 대한제국이 시작되면서 의학교와 새로운 근대 국립 병원인 광제원을 설립했는데 1905년 을사조약으로 들어선 일제 통감부가 이를 통합해 당시로선 동양 최고의 규모와 수준을 갖춘 대한의원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대한'이란 이름 대신 '조선총독부의원'이 되었고 1928년에는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부속 의원이 되었고, 해방 후 국립 서울대학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근대 의학과 병원이 생기기는 했지만 일반 조선 사람들에게 근대 병원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고 한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식민지 조선의 백성들로서는 화려한 르네상스 양식 건물의 병원에 출입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바로 비싼 병원비 때문으로 '마마님'을 잡는 우두접종도 고가라 아무나 주사를 맞진 못했다고.

근대 의학의 도입과 관련된 전시실의 유물들도 무척 흥미롭다. 광무년(1907년) 대한의원의 빛바랜 졸업증서, 해부학 설명서 등의 고서가 눈에 띈다. 광무는 고종이 대한제국을 세우면서 처음 사용한 연호다. 일제 강점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의 사진이 중앙에 자리 잡은 대한의원 사진, 한자로 가득한 의학교 교과서, 일제강점기 때 사용되었던 산부인과 의료 기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또한 우리 부모님 세대의 명약인 고약과 유리병에 담긴 살충제, 1년에 두 번 기생충 검사와 결핵 예방을 독려한 포스터도 보인다.

쇠뿔과 경주 남석으로 만들었다는 당시의 안경들도 전시되어 있어 재미있다. 유리보다 온도 변화가 적어 여름엔 눈이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해 최고의 안경으로 평가 받았다.

2층 전시실을 둘러보고 들어갔던 정문이 아니라 후문으로 나오면 벤치가 있는 아담한 산책로가 나온다. 그 옛날 환자들이 걸어 다녔던 길에 후손 환자들이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 산책로에 자그마한 돌 비석을 하나 볼 수 있다. 비석에 새겨진 한자 중 몇 글자밖에 해독이 안 되는 관계로 다시 대한의원 건물로 들어가 경비를 보는 초로의 아저씨에게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동물 위령탑이란다. 한자는 '실험동물공양탑'이라고 새겨져 있었고 1922년 일본인들이 대한의원에서 의학 실험용으로 쓰인 동물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의학 실험을 했던 야만의 식민지 시대에 동물공양탑이라니, 우리 근대사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해 보게 하는 곳이다.

ㅇ 대한의원 찾아가기 :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로 나와 서울대학교 병원 안으로 들어오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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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대한의원 #근대 의학 #지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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