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퍼센트 법` 때문에 도심이 갤러리가 된다

시민리포터 이나미

Visit3,202 Date2013.02.12 00:00


[서울톡톡] 미술의 세계는 어렵다? 미술도 다른 예술분야와 마찬가지로 자주 접해야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늘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우리 마음 속에 문화적인 감수성을 키우고 싶다면, 쉽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미술과 친해져야 한다.


갤러리에 못 가더라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미술을 즐길 수 있다. 바로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서울 거리에서 말이다. 그 중 도심 속에 위치한 빌딩 앞 작품들을 감상해보자. 감상을 위해 따로 공부를 하거나 시간을 낼 필요가 없다. 머리를 비우고 있는 그대로 작품을 느끼면 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옷과 신발 고를 때 눈이 가는 걸 고르는 것처럼 부담없이 편하게 본다. 오늘 ‘서울톡톡’을 통해 도심 속 빌딩 앞에 있는 작품들 가운데 이색적인 것들을 몇 작품 소개한다.


세상과 시민의 삶 속으로 들어간 미술


강남 테헤란로 한복판에는 사계절 내내 피어있는 ‘철의 꽃’이 있다. 철의 꽃은 바로 포스코센터빌딩 앞에 위치한 고철 조각 ‘아마벨(Amabel)’이란 작품이다.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가 재료이며, 형태는 조각들이 모여 뒤엉켜진 덩어리다. 높이는 9미터, 무게는 30톤인 이 작품은 저녁에 조명이 반사되면, 마치 꽃 한 송이가 활짝 피어난 모습을 한다. 이 작품은 미국 작가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가 제작했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포스코의 기업 이미지를 살리고, 예술작품으로 변신한 철의 기능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여기에 이 작품에는 다른 이야기도 담겨있다. 작품 재료는 실제 사용된 비행기의 잔해이다. 작가의 친구인 세계철강협회 회장에게는 딸이 있었다. 하지만 그 딸은 비행기 사고로 안타갑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 그 딸의 이름이 바로 아마벨이었다. 작가는 아마벨의 영혼을 기리고자 탑승했던 비행기 잔해로 작품을 제작하였고, 작품명도 아마벨이라고 붙였다.



금융과 언론사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여의도는 말 그대로 거리가 하나의 갤러리라고 할 수 있다. 이중 대한생명의 63시티 빌딩 앞에는 은빛 물결이 넘치는 숲이 하나 있다. 숲은 바로 이재효 작가의 ‘생명의 숲’이다. 작품은 원기둥을 삼등분한 기하학적인 구조의 스테인리스 스틸 나무 42그루가 숲을 이루는 구조다. 이 숲 안으로 들어가면 세 갈래의 길이 있다. SF 영화에 나오는 우주 숲의 모습이 이런 모습 아닐까?


여의도역 2번 출구 앞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빌딩 앞에는 성완용 작가의 ‘백야홍’이 있다. ‘백야’란 북극과 남극의 가까운 지방에서 여름철에 일어나는 ‘어두워지지 않는 밤’을 뜻한다. 작품명이 백야홍인 것도 늘 붉게 빛나라는 의미다. 또 한국투자증권이 한국의 경제를 24시간 밝히고, 경제가 성장하길 바라는 뜻이 담겨있다. 작품 구조는 두 개의 기둥이 십자축을 이룬다. 여기에 축의 사방으로 삼각형, 원 등 다양한 형태의 조각들이 붙여져 하나의 형태로 완성된다. 작품은 붉은색과 위로 향한 동세로 힘이 넘치고 단단한 느낌이다.


한화증권 앞에는 알록달록한 비늘을 지닌 큰 물고기가 유연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다양한 색 유리 조각들로 모자이크 된 ‘물고기’는 심현지 작가가 제작했다. 특히 물고기는 낮에 햇빛에 반사되면 비늘 부분이 반짝거린다. 이 모습은 빌딩들로 가득 찬 여의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동양종합금융증권빌딩 앞에 서 있는 ‘네모와 원에 대한 명상’은 기울어진 정육면체 구조물에 겹겹이 쌓인 크고 작은 원들이 면을 뚫고 나온 구조다. 강은엽 작가의 이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이 주재료이며, 기하학적인 형태를 이룬다. 특히 원의 다섯가지 컬러는 작품을 살아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도심에서 이뤄지는 시민과 미술의 교감


한편 기업빌딩들 앞에 작품이 설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1퍼센트 법’ 때문이다. ‘1퍼센트 법’이란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으면 공사비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술품 구입에 사용해야 한다는 법이다.


이 법은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해당한다. 현재 이 법에 의해 서울 시내에 설치된 작품들은 모두 약 3,500여 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에 따라 도심에 설치된 빌딩 앞의 환경조형물들을 ‘공공미술’이라고도 말한다.


공공미술은 대중을 위한 미술로,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 및 전시되는 작품들을 뜻한다. 서울의 도심 속에서는 시민들과 공공미술이 자연스럽게 교감을 이룬다. 이 점은 미술이 ‘즐거운 예술문화’로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임을 말해준다. 또 현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작품의 표현을 가장 자세히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인터넷과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술감상의 맛을 안겨준다. 이 과정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이 우리에게 삶의 한 부분으로 다가온다. 지금 서울의 거리를 걷기만 해도, 우리의 문화적 감수성은 이미 반이나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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