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분

발행일 2013.02.12. 00:00

수정일 2013.02.12. 00:00

조회 2,342

[서울톡톡] 강서구 가양동 일대가 역사와 문화를 따라 걷는 향기 가득한 거리로 새롭게 단장됐다. 한강의 물줄기를 형상화한 입체벽화를 비롯해 겸재 정선의 산수화와 향교의 전통 제례를 표현한 조형물이 마을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술 마을로 탈바꿈한 가양동 일대를 새해, 눈길을 밟으며 코스 탐방길에 나섰다.

길목마다 예술이 활짝

마을 미술 프로젝트는 강서구가 양천향교를 비롯해 궁산과 겸재정선기념관, 허준박물관 등이 있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가양동 일대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 넣고자 지난해 추진한 사업이다. 작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하는 '마을 미술 프로젝트' 예술의 정원 부문에서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하게 강서구가 선정됨으로써 역사‧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작가 선정을 마친 4월부터 '강서,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따라 걷다'라는 주제로 총 8점의 작품 제작에 착수한 결과 드디어 작년 12월 이야기가 있는 공공미술 작품이 탄생했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양천향교 입구에서 '마을 미술 프로젝트' 탐방코스는 시작된다. 푸른 물줄기가 도로변 학교 담장을 따라 50여 미터 이어지는 양천초등학교 담장은 멀리서 봐도 출렁이는 강물이 느껴질 정도다. 이 입체 벽화는 겸재 정선의 산수화와 함께 형제간의 우애를 위해 황금을 물속에 던져버렸다는 이조년 형제의 투금탄 고사 이미지를 한강 물줄기와 연결해 형상화한 '서울풍경'이란 작품이다. 저 너머 멀지 않은 곳에 한강이 흐르고 있음을 암시하면서 아파트촌을 군데군데 그려 넣어 강서의 역동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몇 걸음 걷다보면 삼거리가 나오고 그 중앙에 푸른물을 잔뜩 머금은 듯한 큰 구슬 모양의 조형물이 보이는데 마을 미술 프로젝트 두 번째 조형물로 작품명은 '삼각지 산수'다. 구와 원이라는 요소로 겸재 정선의 그림을 동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돼 있다.

이곳은 겸재정선기념관 입구라는 삼거리 교통표지판을 눈여겨보지 못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었다. 더구나 자동차 정비소와 물류창고 포장박스 업체가 밀집해 있어 이 부근에 '진경산수화' 라는 우리 고유의 회화양식을 창안한 화가, 겸재 정선의 기념관이 있으리라고는 아마 아무도 상상 못했으리라. 겸재 정선의 산수화를 표현한 또 다른 조형물 '자연의 산책'과 향교 제례의식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잇따라 이어지는 곳은 마을의 작은 공원으로 사실 공터라고 해야 더 적합할 정도로 푸석한 먼지에 절어 사람들의 왕래가 뜸했던 곳이다.

정자와 벤치만 덜렁 놓였던 이곳이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명소로 거듭났다. 분홍, 하늘, 연두색 등 파스텔톤의 동그라미를 산수 형태로 배열해 놓은 작품 '꿈길을 걷다'가 담장을 따라 이어진다. 이 작품 역시 겸재정선의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입체벽화로 어둡던 공원을 화사하게 탈바꿈했다. 연이어 도로를 따라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으로 강한 악센트를 주고 있는 철재 조형물 '박물관 가는 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 가던 행인들 몇몇이 작품을 배경 삼아 스마트폰으로 '찰칵' 사진을 찍고 있다.

나들이에 나선 가족을 표현한 이 작품은 벌써부터 주민들에게 '포토존'으로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모양이다. 철재조형물로 꾸민 이 '박물관 가는 길'은 앞으로 겸재기념관의 이정표 구실을 잘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감성을 꽃피운 벽화와 조형물

문화의 향이 짙은 겸재기념관 후문으로 나오면 부드러운 흙길이 눈에 스친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소악루와 역사유적 고성지를 품은 궁산이다. 산길을 따라 올라 청량한 공기가 감도는 솔숲을 지나고 언덕 아래로 발길을 옮기면 눈이 부시게 하얀 집을 만나게 되는데 서울시 향교재단 건물이다. 바로 이 건물 벽에는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총 8개 작품 중 대미를 장식할 작품 '학교종이 땡땡땡'이 그려져 있다.

향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입체벽화로 표현했는데 벽화 속 아이들이 당장이라도 마을로 튀어나올 태세다. 이곳엔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양천향교에 가는 아이들 모습 외에도 겸재정선의 풍속화 속 친숙한 동물들 또한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향교재단 건물에서 까치발만 해도 향교 홍살문이 보이고 몇 걸음 더 가면 서울에서 유일한 향교인 양천향교를 볼 수가 있다는 문화적 포만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번 가양동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모든 작품에는 조명시설이 곁들여져 밤에 보면 또 다른 작품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1900년에 세워진 양천초등학교와 양천향교와 겸재정선기념관과 궁산 등 역사문화 자원이 풍성한 지역임에도 그동안 대접받지 못하고 외면당하고 있어 마을미술공모사업을 추진했다"고 말문을 뗀 권용갑 강서구청 문화시설 팀장은 "이제 주민들이 생활 속 문화를 즐기며 마을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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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정선 #마을미술프로젝트 #가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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