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만나러 왔단다. 바람이 났단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고은빈

발행일 2013.01.28. 00:00

수정일 2013.01.28. 00:00

조회 2,155

[서울톡톡] 갤러리에 얌전히 있어야 할 작품들이 걸음을 옮겨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시민청이다. 너른 시민청 위에 그들은 여유로이 자리를 폈다.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왔단다. 바람이 났단다.

같이 놀자!

영문을 모르겠다. 왜 전시명이 <바람난 미술>인가?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일상적으로 미술을 접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미술이란 하루 날 잡고 즐기는 고상한 문화생활의 일부에 가깝다. 작가들은 이 점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바람난 미술>의 작가들은 하나같이 '예술은 삶에 필요하다', '예술은 삶의 일부다'라고 말하는데 실제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본인의 작품들과 함께 마실을 나왔다. 서울 시민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다. 작품들은 그들 속에 담긴 상상력으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기를, 자신들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주목, 이 작품

전시회는 시민청 지하 1층에 들어서자마자 시작된다. 회화,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작품들이 시민들을 맞는다. 오른 편에 있는 흰 벽에는 해바라기 영상이 떠 있다. 김영은, 남상훈 작가의 '가든파티'라는 작품이다. 화면을 바라보며 서 있다 보면 스케치만 되어있던 해바라기 밭이 서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색을 얻어간다. 손을 흔들거나 움직이면 꽃밭은 더욱 빠르게 물들어간다. 그리고 이내 색을 되찾은 해바라기 밭에서 노란 꽃잎이 흩날린다. 인간의 관심으로 꽃잎 색을 얻게 되는 해바라기와 꽃잎을 되돌려주는 해바라기의 관계 속에서 작가는 인간과 자연과의 아름다운 순환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멀리서 봤을 땐 의미 없이 찍혀있던 색색의 점들은 자세히 보면 얼굴이다. 구경은 작가의 '아픈 이들의 축제'라는 작품이다. 멀리서 봤을 때는 풍선 같고 즐거운 분위기인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풍선인 줄 알았던 얼굴은 대부분 아프고 안 좋아 보인다. 모든 사람이 아픔을 한 가지씩 지니고 살지만 그 아픔을 너무 심각하게 바라보지는 말았으면 하는 뜻에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검은 배경 가운데 떡하니 정체모를 꾸러미가 있다. 바로 노점상의 보따리다. 김문경 작가는 이 보따리로 황학동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표현했다. 노점상들이 많았던, 그리고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황학동에서 노점상들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자신들의 보따리를 꽁꽁 싸매는 모습을 본 그는 새벽에 그 보따리를 보며 어둠 속에서도 힘차게 빛을 내고 있는 개인의 모습을 발견했다. 보따리에서 황학동 노점상들의 의지, 희망, 바람을 엿볼 수 있었단다. 그래서인지 보따리는 보석마냥 찬란하게 빛나 보인다.

작품들을 보다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띈다. 몽환적인 소나무 숲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사진작가부터 배우 유준상, 조민기, 조재현까지… 이들 모두가 이번 <바람난 미술> 전시의 홍보대사들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 작가로 이번 전시회에 참여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어떤 감성으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볼 수 있다.

<바람난 미술>은 시민들이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작품이나 작가에게도 의미가 있다. 작품이 아무리 고상하고 아름다워도 누군가 감상을 해주고 의미를 부여해야 비로소 작품은 작품다워진다. 이번 주말, 작품이 당신에게, 당신은 작품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전시정보
일시 : 2013. 01. 22(화) ~ 01. 31(목) (01. 28 휴관)
장소 : 서울특별시 시민청(시청 지하 1층) 시민 플라자
관람시간 : 오전 9:00 ~ 오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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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청 #바람난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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