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마니아들의 자전거 사랑이야기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동현

발행일 2012.12.17. 00:00

수정일 2012.12.17. 00:00

조회 2,027

[서울톡톡] 새로이 단장된 신도림예술공간 '고리'. 그곳에서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전거로 쓰는 자서전'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1주차는 '자전거는 무엇인가? 우리가 만들 자전거는?', 2주차는 '나의 꿈과 자전거 - 스케치 발표 및 디자인 상상하기', 3주차에는 '나의 삶과 자전거 - 나의 생활에 필요한 기능과 디자인 상상하기' 등 참가 팀별 이러한 단계를 밟으면서 8주간에 걸쳐 낡은 자전거를 구입, 다시 칠하고 새 부품을 달았다. 재활용품이 다시 태어나는 희열의 순간이었다.

각자가 생각하고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맞춤 제작으로 중고제품을 새것보다 더 탐나는 명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총 10팀이 참가하여 9대의 완성품을 만들어 전시해 시민들의 관심을 샀다. 수많은 이야기의 시작이 될 새로이 탄생된 자전거들과 그 이야기들의 일부를 담아본다.

"고민이 있어 답답할 때에는 2~3일 시간을 내서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곤 한다. 지금까지 열 대가 넘는 자전거를 사고 금세 잊어버렸다. 그만큼 자전거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만드는 자전거는 방 침대 옆에 두고 잘 만큼 애착이 크다. 이 자전거를 아버지께 선물로 드리고 싶다. 자전거로 운동도 하고 바람도 쐬시면 좋겠다. 다른 자전거와 구별되는 자전거를 타면서 조금이라도 기분 좋고 신 나는 마음을 가지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자전거 사랑에 파묻힌 지 23년이나 되었다는 이상헌 씨의 자전거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디자인이 돋보인다. 아버지가 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휘파람 부는 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오는 듯하다.

"둘 다 어린시절 즐겁게 타고 놀던 자전거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터라, 같이 탈 수 있는 텐덤바이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의 공통분모인 음악을 자전거에 표현하고 싶었고, 세상에 하나뿐인 둘만의 자전거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제작하였다. 자전거를 만들고, 조립도 해보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었고, 성격을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 주말 아침 일찍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도 매우 보람찼다."

음악을 좋아해 취미밴드를 함께 한다는 김소연·권기훈 씨. 둘은 이 프로젝트로 인해 종일 데이트를 하며 보낼 수 있었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어 좋았단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걷는 게 시시할 때 색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내가 힘을 들여 노력한 만큼 움직이며, 자연을 느끼게도 해준다. 좋은 게 있으면 소중한 사람이 생각나듯 자전거를 타다 문득 엄마가 생각났다. 다리가 안 좋으신 엄마는 내가 가지고 있는 20인치, 24인치 두발자전거를 타시기에는 아무래도 힘드실 것 같았다. 이제 날이 풀리면 슬슬 엄마와 같이 자전거를 타러 나가볼까 한다. 안양천도 같이 달리고 근처 마트에 가서 같이 장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다녔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자전거를 안 타면 못 배길 지경으로 자전거 중독에 빠졌던 엄우주 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가 너무 갖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위험하다며 절대 사주지 않았단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타다 버린 네발자전거를 가지고 와 보조바퀴가 너무 시시해 어린 고사리 손으로 망치와 드라이버로 떼었단다.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고 다니는 편이다. 직장 출퇴근하면서 타기 시작해 마트 갈 때도, 근처 가까운 데를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제 곁에는 10년 넘께 함께 지내온 강아지 재롱이가 있다. 자전거 앞에 달린 바구니에 재롱이를 태우고 함께 타본 적이 있는데, 얌전히 잘 있었다. 그래서 재롱이를 안전하게 태울 수 있는 산책용 자전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항상 집에만 있어 외로워하는 재롱이에게 한강까지 태우고 나가 콧바람을 쐬주고 싶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영혜 씨. 이것이 재롱이에게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란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낡은 자전거를 정비해서 쓸만한 자전거를 만들면서 그동안 잊었던 무언가를 다시 찾은 느낌이 들었다. 함께 했던 식구들 모두를 기억하고자 프로젝트 과정에서 남은 중고 자전거 프레임과 부속들로 미완성 자전거를 만들었다. 비록 탈 수 없는 뼈대만 있는 자전거지만 운영하고 있는 자전거 가게 한편에 전시하고 싶다."

이번 프로젝트 진행자로 자전거점포를 하는 이장수 씨. 가게에 놀러온 누군가가 그 이상한 물건에 대해 물어온다면 즐거웠던 그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단다.

신도림예술공간 '고리'는 신도림역 2번 출구 지하광장에 위치하며, 지난 여름 문을 열었다. 서울시 조성 시민문화공간으로 구로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공간대관, 지역문화 매개자 양성, 씽크탱크 운영,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 소통프로그램 운영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과 예술, 예술가와 시민들을 연결하는 창조적 이음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고리'라 정했다. 종합음악연습실, 세미나실, 연극무용안무연습실, 시각예술실기실, 다목적홀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르를 불문하고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다면  누구에게 문을 활짝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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