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없는 여자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수정

발행일 2012.12.06. 00:00

수정일 2012.12.06. 00:00

조회 2,534

[서울톡톡] 차도르를 쓴 여인의 눈빛, 고립된 하렘 안의 여인의 눈빛,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그 강렬한 눈빛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아직은 여성들에게 너무나도 억압적인 아랍국가들, 그 안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여성들의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전시회가 성북동 '스페이스 캔'에서 열리고 있다.

캔 파운데이션(Can foundation)이 주최하는 '캔 크로스 컬처 프로젝트'(Can Cross Culture project)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이 다른 한국 작가와 해외 작가를 매칭하여 국제교류 전시 및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프로젝트이자 동시대 미술의 쟁점을 점검하는 프로젝트이다. 올해 3회를 맞이한 프로젝트는 '어서틀 퍼퓸'(A Subtle Perfume)이라는 제목 하에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랍출신의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A Subtle Perfume'은 사전적으로 '은은한 향기'라는 뜻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아랍문화 속에서 침묵하고 있는 여성의 기억들을 통해 나타나는 은유적 사건들을 상징하고 있다. 각각 성장배경과 활동경험이 다른 5인의 여성작가 쉬린 네사트(Shirin Neshat), 라일라 에세이디(Lalla Essaydi), 시씨 파라삿(Sissi Farassat), 마날 알 도와얀(Manal Al Dowayan), 라띠파 빈트 막토움(Lattefa Bint Maktoum)이 이번 전시에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주인공들이다.

그 중 첫 번째 작가 쉬린 네샤트는 이란 여성으로 자신이 태어난 이란 사회의 문제, 특히 여성의 지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알라의 여인들' 연작 중 '아이 앰 잇츠 시크릿'(I Am Its Secret)이라는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최초 장편영화인 '위민 위드아웃 맨'(Women Without Men)이라는 영화가 하루 두 번 오후 1시와 3시에 상영된다. 1시간 30분 동안 4명의 여인들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영상 위로 흘러간다. 비록 번역 없이 이란어로 이야기를 하고 영어자막으로 되어 있지만 그녀의 사진과 함께 이란 여성의 삶을 느낄 수 있다.

라일라 에세이디의 작품은 최근 연작인 '하렘'(Harem) 시리즈이다. 하렘은 이슬람 국가에서 부인들이 거처하는 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옷 무늬는 방 배경 타일무늬와 일치하고 여성의 신체에는 이슬람 문자가 새겨져 있다. 그래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무표정의 눈은 더욱 또렷하고 강렬하게 나타난다.

시씨파라삿의 작품은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TVⅡ'란 작품에서는 사진이미지에 스팽클을 부착하였고 'Stitch 05'란 작품에서는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는 스티치 작업을 하여 과장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는 그녀가 이미지를 재생하고 물리적으로 흔적을 남기는 방법으로 유머나 에로티시즘이 금지된 여성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작가인 마날 알 도와얀의 작품은 'I AM'시리즈 중 5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각각의 사진에는 여성들의 직업을 상징하는 사물 뒤로 주인공의 일부가 가려져 있다. 이는 사우디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그 역할을 확장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문화적 전통에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마지막 작가 라띠파 빈트 막토움의 작품에서는 차도르를 쓰고 얼굴을 숙인 여인이 등장한다. 급속도로 현대화 되어가는 아랍연합국가들의 사회적 모순을 개인의 사상과 감성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한국과 문화적 교류가 많지 않았던 아랍의 문화는 아직까지 낯설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어쩐지 멀게만 느껴졌던 아랍의 여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사고를 하고 비슷한 갈등을 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대에 살고 있는 같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여성과 함께 동행하는 남성으로서 한번쯤 둘러볼 만한 전시이다.

■ 전시 안내
 - 전시기간 : 2012년 12월 28일 (금)까지
 - 전시장소 : Space CAN Seoul(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46-26번지)
 -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일요일 휴관)
 - 영화상영시간 : 오후 1시, 3시
 - 문의처 : 02)766-7660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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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아랍여성 #스페이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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