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 이름 `마약김밥`을 찾아서

시민리포터 김종성

Visit4,286 Date2012.11.30 00:00


[서울톡톡] 청계천에 있는 작은 다리 광교와 장교 사이에 있다고 해서 이름 지었다는 ‘광장시장’. 광장시장에는 우리나라 근대사가 함께 한다. 을사조약 체결 후 일제가 남대문시장의 상권을 장악하자 경제적인 돌파구로 새롭게 문을 연 것이 종로의 광장시장이다. 1905년,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시장이 탄생한 순간이다. 100년이 넘는 전통 재래시장의 존재를 넘어서 이제 서울의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통을 꽉 메운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구경오게 하는 일등 공신은 바로 먹거리 장터다.


전통시장은 나이 드신 분들만 즐겨 찾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광장시장 먹거리장터는 갓난쟁이를 업은 주부, 학생, 중·장년층, 연세 지긋한 어르신까지 모든 연령을 아우른다. 먹거리장터에는 온갖 먹거리가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광장시장 베스트 5’를 꼽자면 빈대떡&모듬전, 마약김밥, 순대&머리 고기, 육회, 동그랑땡이라 할 수 있다. 녹두를 맷돌에 직접 가는 것을 보여 주면서 숙주나물을 넣어 부치는 빈대떡은 멀리까지 냄새가 풍겨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효자메뉴다.


어찌나 큼지막한지 앞에 ‘왕’자가 들어간 왕순대도 눈길을 끈다. 아기 팔뚝만큼 굵은 왕순대는 비주얼에서 단연 최강. 순대와 고기를 반씩 섞어 푸짐하게 한 접시 주는데, 순대에 찹쌀이 많이 들어가서 금방 배가 불러온다. 예전 강원도 속초에서 보았던 아바이 순대 이후로 오리지널 순대를 오랜만에 본다.



이날 광장시장을 찾게 된 것은 말로만 듣던 수상한 이름의 ‘마약 김밥’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김밥이 맛있고 중독성이 강하면 마약이란 강렬한 표현까지 넣었을까. 중범죄적인 용어 마약이 이렇게 가게 간판에까지 대놓고 사용되는 곳은 광장시장이 유일하지 않을까싶다. 주문을 하니 준비된 마약 김밥이 금방 나온다.


충무김밥처럼 자그마한 게 속에 든 것도 몇가지가 안 된다. 당연히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도 이름값에 못미치는 평범한 그것. ‘이상하다. 뭔가 마약스러운 맛이 나야 하는데!’ 그런 혼잣말을 눈치 챘는지 김밥을 건네주던 아주머니가 작은 그릇에 있는 겨자소스에 찍어 먹으란다. 김밥에 겨자 소스라니…. 미덥지 않은 마음으로 김밥 하나를 살짝 찍어 먹어보았다.


이럴수가. 평범한 김밥에 겨자소스 조금 찍어서 먹었을 뿐인데, 먹을수록 자꾸만 김밥이 당긴다. 누가 생각해 내었는지 그 상상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일하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이 김밥처럼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광장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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