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에 새겨진 글자의 비밀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신성덕

발행일 2012.11.27. 00:00

수정일 2012.11.27. 00:00

조회 2,607

[서울톡톡] 서울성곽길을 지나다 보면 조상의 지혜를 많이 엿볼 수 있다. 특히 성곽길 성돌에 새겨진 글인 '각자'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서울성곽길은 서울의 내사산(內四山,남산,낙산,북악산,인왕산)과 사대문(四大門,숭례문,흥인지문,숙정문,돈의문) 그리고 사소문(四小門,광희문,혜화문,창의문,소의문)을 잇는 18.6km의 구간을 말한다. 공사 당시 성곽은 97개 구간으로 나누어 쌓았고, 그 구간의 시작과 끝에 어느 지방에서 쌓았고 누가 감독했는지 성돌에 글자를 새겼다. 

힐튼호텔 옆 성곽길에서 '강희사십오 병술 삼월일 훈국 패장 김수선 변수 오유선(康熙四十五丙戌三月日訓局牌將金守善邊手吳有善)' 각자는 숙종 32년(1706) 3월 훈련도감의 장교 김수선, 도편수 오유선 등이 이 구역의 공사를 담당하였음을 알려준다.

잘 정비 되어 있는 남산성곽길 250m에도 뚜렸하게 새겨져 있는 각자가 있다. 장충체육관 동쪽에서 버티고개까지 장충동성곽길을 30분가량 가면 태조 4년(1395)의 첫 수축공사 때 천자문 글자 순대로 새겨진 '생자육백척(生字六百尺.전체 97구역 중 42번째)' 각자, 세종 4년(1422) 대대적인 개축공사 때 세워진 '경산시면(慶山始面.경북 경산 고을의 공사 시작부분)' '흥해시면(경북 포항시 興海읍)' '하양시면(경북 경산군 河陽읍)' 등의 각자가 있다.

광희문 문루 바로 옆 담장의 잘 다듬어진 각석에는 'O소 감관 김덕경 서원 이종엽 고직 김광복'(O所監官金德京書員李琮燁庫直金光福) '감관 김수함 군 김영득 석수 김성복 신미 팔월 일'(監官金壽涵軍金英得石手金成福辛未八月日)이란 각자가 있다. 숙종 17년(1691) 성곽 개축공사 때의 담당처와 감독관, 문서 담당자, 창고 관리인 등이다. 보통 각자는 도성 바깥 하단부 성돌에 새겨 넣었는데, 최근 복원하면서 이쪽에 옮겨놓은 것이다.

낙산성곽길의 동대문교회 담벽(성벽 시작점)에 있는 각자를 살펴보면, 15개 정도의 각석이 있는데, 축성 실명제에 의한 표시들이다. 맨 우측에 일패두(一牌頭)와 훈국(訓局)책응겸독 후장 10인(策應兼督 後將十人), 그 밑에 사 한필영(使 韓弼榮)성돌이 있고 그 옆으로 감독자 10인의 직책과 이름을 새긴 성돌이 두 줄로 쌓여 있다. 여기서 일패두는 이곳을 감독하였던 책임자를 말하고, 훈국(訓局)책응겸독 후장은 성곽을 쌓는데 도움을 주면서 감독을 한 훈련도감의 장수를 말한다. 책응은 계책을 통하여 서로 응하고 도움이란 뜻이다. 

북악구간(숙정문-촛대바위 구간)의 여장에 새겨진 성돌은 '가경(嘉慶)8년 시월 일'로, 가경은 청나라 인종때의 연호로 조선시대 순조3년(1803년)을 가르킨다. 성곽의 성돌 중 여장부분에 새겨진 각자는 백악구간에만 있는 것 같다. 이 외에도 인왕산구간(숙정문-돈의문) 숙정문을 지나 인왕산 초입에도 성돌각자가 있다.

서울성곽은 개축 하면서 성돌각자를 한군데에 모아 놓기도 하고 제자리에 그냥 두기도 하였다. 서울성곽길을 다니며 성돌각자를 찾아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큰 기쁨 중의 하나이다. 서울시는 서울성곽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하여 준비 중이며, 개인적으로 등재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서울성곽의 비밀과 깊은 뜻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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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길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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