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모인 독특한 잡지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2.11.26. 00:00

수정일 2012.11.26. 00:00

조회 3,313

[서울톡톡] 벽면을 가득 메운 크고 작은 인쇄물들. 벽을 돌아 들어가보면 벽에도 바닥에도 온통 작은 인쇄물들이 놓여 있다. 책이라고 하기엔 얇고, 무슨 홍보물은 또 아닌 것 같고...

가만 들여다보니 표지 모양도 제각각이다. 때론 만화 같은 그림에서 신체부위를 클로즈업한 사진이나, 연필로 끼적인 듯한 그림까지 다양한 표지 디자인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이건 뭐지? 하고 들춰보면 사진이나 그림이 대부분. 왠지 친절한 설명도 없는데 자꾸 눈길이 간다. 누군가의 작품집 같기도 하고, 낯선 이미지들 속엔 또 뭔가 진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도 싶다. 때론 기괴하고, 때론 기발하다.

이들은 모두 서교예술실험센터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Zine Pages Fest 2012'에서 선보이는 진(Zine) 들이다. '진'이라고 하여 잡지를 말하나 싶어 들여다보니, 그간 보아온 잡지의 모양새는 또 아니다. 다양한 모양의 독특한 인쇄물인 듯한데, 대체 무엇인지 딱히 알 수가 없다.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다보니 벽에 쓰인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Zine이란 fanzine의 약어이며 잡지를 뜻하기도 한다. 적은 페이지의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규모가 작은 독립간행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관심을 대상으로 적게는 10부에서 많게는 1,000부까지 발행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진(Zine) 들은 젊은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업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간행물들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잡지와는 크게 다르다. 기존 대중잡지에서 다루지 않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담은 독립출판물이다. 회화, 드로잉, 사진, 그래픽 디자인을 포함한 시각 예술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것으로, 예술가들을 닮아 실로 다양하고 발랄한 작은 책자들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잡지가 아니다보니 발행부수나 크기 등 규모는 작지만, 마니아들에겐 그야말로 소중한 잡지다.

전 세계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을 한자리에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행된 독립간행물들을 만날 수 있다. 실제 세계의 많은 젊은 아티스트들은 진(Zine)이란 매체를 통해 꾸준히 자신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과 뉴욕의 경우, 이러한 독립출판물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서점이 여럿 있으며 이와 관련된 행사도 매년 열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독립출판물, 그 중에서도 진을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수집하여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공간은 없다. 이에 국내에 이러한 진을 소개하고 알리고자 'Zine Pages Fest 2012'을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를 주최하는 쎄프로젝트는 그간 해외 각지의 독립출판사들과 접촉하여 그들의 진을 직접 구입해 소장해왔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모아온 전세계 독립출판물을 전시하는 아카이브 겸 페스티벌이라고 한다.

오는 2012년 11월 21일부터 12월 1일까지 11일간 홍대에 위치한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해외의 대표적인 독립출판사 니브스( Nieves, 스위스), 포고북스(Pogo Books, 독일), 나이프주퍼(Naivsuper, 독일), 카페 로열 북스(Cafe royal books, 영국), 뮤지엄 프레스(Museums Press, 영국), 데어녜크리( Le Dernier cri, 프랑스) 등 30여 팀과 쎄프로젝트(SSE Project), 미디어버스(Mediabus), 유얼마인드(Your Mind) 등 국내 독립출판사 10여 팀 이상이 참여하고 그들이 발행한 독립출판물 중 진이라는 매체에 초점을 맞춰 1,000여 종 이상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다.

전시장 1층에는 국내외 여러 출판사에서 발행한 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각 나라의 독립출판문화의 특성과 전 세계 젊은 예술가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지하 전시장에는 이들 진들을 직접 살펴보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해외출판물을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 중인 해외독립출판사의 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국내외 다양한 진들이 전시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해외독립출판사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을 듯싶다. 해외출판물의 경우 언어 등의 장벽이 있다 보니, 사전 지식 없이 진을 접하면 다소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관람에 도움이 되도록 몇몇 출판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첨부한다.

니브스( Nieves )

스위스 취히리에 위치한 소규모 독립 출판사이다. 니브스의 편집장인 벤자민 소머할더(Benjamin Sommerhalder)는 주(Zoo) 매거진에서 일하던 당시, 미국 출신의 아티스트 크리스 요한슨(Chris Johanson)이 자체 제작한 진을 접한 후, 작가가 직접 자신의 출판물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니브스는 2001년 그가 설립한 출판사이다. 이곳의 진은 세계 각지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아트웍을 수록한 한정판 진이다.(www.nieves.ch)

포고북스 (Pogo Books)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독립출판사이다. 소규모로 한정판 아트북과 진을 발행하고 있다. 사진, 회화, 드로잉 외에도 정의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의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이들과 협업하며 그들의 작업을 소개, 홍보하고 있다. 2010년 클라우디오 파이퍼 (Claudio Pfeifer)가 설립했다.(www.pogobooks.de)

엘비스 프레스

서점이자 갤러리인 온리딩(ON READING)이 2009년 1월 일본 나고야에 설립한 독립출판사이다. 한정판 아트북과 진을 발행하고 있다. 일본의 신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사진가들의 작업을 주로 소개하며 일대일로 그들 작업의 매력을 최대한 드러내는 출판물을 만들고자 항상 노력하고 있다.(www.elvispress.jp)

부클릿

2009년부터 시작된 비영리기관으로 일본 도쿄에 소규모 출판사와 중형 규모의 아카이브인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을 읽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디테일(세부적인 것들)에 관심이 있다. 태도와 사고방식을 제안하는 작가와 문화 생산자들을 지원한다.(www.bookletpress.org)

젊은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진이 궁금하다면, 홍대 앞에 위치한 서교예술실험센터로 나들이 삼아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 현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는 매주 목요일 옥상의 텐트 안에서 영화도 보고 콘서트도 즐길 수 있는 텐트올나잇 행사가 진행 중이다. 목요일 오후에 전시도 보고, 저녁엔 시네 콘서트와 함께 낭만 가득한 도시 속 무비캠퍼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 서교예술실험센터(http://cafe.naver.com/seoulartspace) 02)333-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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