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발행일 2012.11.21. 00:00
[서울톡톡]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처럼 역사가 깊은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서울이 본격적인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른 것은 조선이 개국하면서 수도를 개성에서 서울로 옮긴 600여 년 전부터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삼국시대 때부터 이 지역을 놓고 패권을 다퉜을 만큼 서울은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한 서울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울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기에 서울의 이곳 저곳에는 추억이 깃든 곳이 많다. 이 책 <다시, 서울을 걷다>를 처음 만나게 된 그 순간에도 서울의 유서 깊은 곳에 대한 단순한 답사기 정도의 책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런데 책과 함께 비닐에 싸여서 온 지도 한 장. 지도를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우선 지도 속 서울의 구석구석을 눈으로 훑어보면서 마음속에 간직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보았다.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놀던 곳들, 학창시절의 생활 반경이 되었던 곳.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에 거쳤던 곳들, 들렀던 곳들. 서울은 나에겐 그만큼 의미 있는 곳이고, 추억이 깃든 곳이다. 책은 일상의 재발견, 문화의 재발견, 장소의 재발견, 의미의 재발견 이렇게 4개의 흥미로운 주제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서울은 다사다난했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법궁인 경복궁을 비롯한 중요한 건축유산들이 불에 타거나 훼손되었으며,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는 민족 고유의 건축 양식인 한옥들이 제국주의 양식의 서양식 건축물들로 빠르게 대체되었다. 서울의 고유한 지명들 역시 일제의 편의상 사라지거나 변경되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그뿐 아니라 한국전쟁 동안에 수많은 폭격으로 서울은 거의 황폐화되다시피 했다. 게다가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철학도 명분도 없이 두더지처럼 혹은 불도저처럼 서울이라는 공간을 삭막한 콘크리트로 뒤덮어버렸다.
이처럼 서울은 런던이나 파리처럼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압축적인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특히 문화적인 면에서 크게 후퇴했다. 그럼에도 서울이라는 도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저자 권기봉은 이처럼 서울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그중에서도 우리가 알던 것과는 다르거나 숨겨져 있는, 또는 잊지 말아야 할 서울의 역사적 의미와 장소, 문화,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도시 곳곳을 걸어 다녔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서울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화교나 도시빈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투영되어 있는 옛 소공동 차이나타운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을 찾았으며, 노동자들과 철거민의 삶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가리봉 오거리와 회현 제2시범아파트를 답사했고, 한국 사회의 오늘을 보여주는 말죽거리와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걸었다. 경복궁과 옛 서울시청사도 주요 목적지 가운데 하나였다.
'역사적인 장소'라는 것은 그냥 눈에 보이는 장소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의 창고'이며 '문화적인 전통과 가치의 저장소'다. 기념할 만한 건축물이나 공간에는 단순히 흘러간 옛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해왔고 함께 해 갈 사람들의 지혜와 희망이 숨어 있다.(책 본문 中)
저자는 "다시 서울을 걸으며 깨친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모든 과거가 한결같이 '현재적'이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역사는 과거에 멈춰 있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숭례문 복원 완료를 앞두고 있는 지금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를 세상에 내놓는 이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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