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로의 시간여행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종성

발행일 2012.11.19. 00:00

수정일 2012.11.19. 00:00

조회 3,554

[서울톡톡] '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을 판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벼룩시장. 서울에 있는 벼룩시장하면 뚝섬 벼룩시장, 홍대앞 프리마켓 등이 잘 알려져있다. 그 중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열리는 상설 벼룩시장이 있는데 바로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1호선, 6호선 전철 동묘역앞 벼룩시장이 그곳.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벼룩시장이 열리는 동묘 벼룩시장은 언제 찾아가도 저마다 이고지고 온 만물상으로 떠들썩하다.

동묘 돌담길을 따라 청계천 변까지 이어지는 이곳 벼룩시장은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청계천 복원으로 대부분의 상점이 동대문 서울풍물시장으로 떠나고 일부 남은 상인들이 동묘 인근에 자리를 잡으며 거대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풍물시장은 그곳 나름으로 건물 안에서 장사를 하고 길거리 장사꾼은 동묘앞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된 다음부터 풍물시장 건물 안보다 길거리 좌판 쪽이 더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

헌책방, 헌옷, 헌 신발, 일제 명품 주제품, 천 원짜리 CD, 80년대에 한창 같고 싶었던 일제 쏘니 중고카세트, 카메라까지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 게다가 싸고 맛있다는 옛날 국밥집, 만물상, 고미술품가게, 오백 원짜리 노점 카페까지 잘만 고르면 필요한 물건을 값싸게 흥정하여 살 수 있으니 추억과 보물을 찾아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가수 조영남 아저씨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곳이다.

시장통 한복판에 있는 문화재 동묘의 유래도 이채롭다. 선조 32년(1599)에 짓기 시작하여 2년 뒤인 1601년에 완성된 것으로, 중국 촉한의 유명한 장군인 관우에게 제사 지내는 묘로서 원래 명칭은 동관왕묘(東關王廟)이다. 동묘를 짓게 된 건 임진왜란 때 조선과 명나라가 왜군을 물리치게 된 까닭이 관우 장군께 덕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서 인데, 명나라의 왕이 직접 액자를 써서 보내와 공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좀 전 소란스럽던 시장과는 달리 안은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상쾌하고 고즈넉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중장년층 아버지들의 홍대앞'이라는 재미있는 별칭도 생겨난 곳답게 각종 잡화, 구제 의류, 골동품 등을 구경하고 구입하려는 아저씨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물론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기는 했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 속에서 '보물'을 찾으려는 젊은 세대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제품이 5천 원~3만 원을 넘지 않고 말만 잘하면 깎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한 대신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참고로 알아두어야 한다.

최근에는 빈티지 패션을 즐기는 젊은이들이나 데이트 나온 연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 곳곳에서 신구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생기와 활력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물건 아까운 줄 모르고 늘 버리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있는 한 이 벼룩시장은 더욱 활성화 되면 되었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얇은 지갑으로 좋은 물건도 사고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즐거움, 사람 사는 정겨움이 묻어나는 도심의 진정한 벼룩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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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켓 #동묘벼룩시장 #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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