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아저씨가 만든 작은 천국

시민리포터 이경은

발행일 2012.10.31. 00:00

수정일 2012.10.31. 00:00

조회 1,831

[서울톡톡]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꽃내음 가득한 동산이 있는 아름다운 숲속에서 개울 물소리를 들으면 복잡한 마음이 진정된다. 탁 트인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치유가 되는 듯하다. 바로 이 천국 같은 곳이 강북에 있는 오동근린공원의 꽃샘길이다.

이곳은 사진작가인 꽃 아저씨 김영산 씨의 땀과 눈물, 정성으로 만들어졌다. 꽃 아저씨는 1994년 봄, 이 지역으로 처음 이사를 왔고 자신은 혹독한 병마와 싸우면서도 꽃동산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날마다 산에 올라 꽃을 심고 가꾸었다. 김영산 씨는 18년을 한결같은 사랑으로 꽃밭을 만들어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꽃 향기와 사랑을 듬뿍 전해줬다.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 역에서 마을버스 5번을 타고 번동 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강북구민운동장을 지나 오동근린공원에 도착하자 꽃 아저씨가 돌 하나 하나를 주워다가 만든 돌길이 보인다. 그 길 따라 조금 걸으며 산 중턱에 이르니 수많은 꽃들이 활짝 웃으며 맞는다. 어린시절 고향의 마당을 떠오르게 하는 맨드라미, 코스모스, 백일홍, 칸나, 들국화, 우리말로 깨꽃이라 부르는 사루비아, 구절초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탄성을 절로 나온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꽃 아저씨는 "처음에는 혼자의 힘으로 외롭고 힘들게 시작했던 일인데 이제는 힘을 합해주는 이웃들이 있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은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면서 꽃보다 더 아름다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돌 계단에는 꽃 아저씨가 꽃샘길을 가꾸면서 틈틈이 촬영한 숲길, 야생화, 4계절 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이 꽃밭은 누구나 시인이 되어 시를 짓고 낭송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꽃샘길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 한 편을 감상하며 작은 천국 산책을 마쳤다.

- 아름다운 꽃샘길-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서
 삶에 지친 사람들은 이 길로 오세요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마음을 다친 사람들도 이 길로 오세요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은 이 길로 오세요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도 이 길로 오세요
 이 길, 꽃샘길
 한 사람의 땀과 눈물과 정성으로 가꿔졌지만
 오고가는 사람들의 조건 없는 사랑이 가득 담긴 길
 길바닥에는 위로의 마음이 잔잔히 흐릅니다.
 이 길은 사랑의 길
 꽃과 숲의 향기와 하늘의 자애로움이 맞닿아
 새들의 노래가 되고 맑은 샘물이 되어
 사랑의 꽃을 피우는 꽃길 입니다.
 오세요
 꽃샘길로 오세요
 꽃이 있고 사랑이 있는
 꽃샘길로 오세요. (시인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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