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앨범, 람보 포스터, 뮤직 박스, 교련복~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수연

발행일 2012.09.04. 00:00

수정일 2012.09.04. 00:00

조회 2,756

[서울톡톡] 7080세대들의 추억 찾기 붐에 이어서 지금 대한민국은 1990년대의 추억 속에 빠져있다. 그 시작은 영화<건축학 개론>에서부터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속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 8090세대들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유행하고 있는 케이블 드라마인 <응답하라1997>은 그 마음을 한껏 부풀리게 했다. 이 드라마는 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 드라마이다. 그 당시에 유행했던 음악, 패션, 장난감, 불량식품, 말투 등을 드라마에서 현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8090세대들의 학창시절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1990년대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영화와 드라마의 연속적인 히트는 8090세대들에게 순수했던 학창 시절의 기억과 더불어 다시 그 때의 추억을 되살려보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게 만든다. 트렌드에 민감한 대한민국은 벌써부터 추억 되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고 있다. 홍대나 신촌 등에 이미 90년대 음악다방이나 클럽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이런 곳은 음악만 90년대 풍인 경우가 많고 음식이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현대식 클럽과 비슷하다. 또한 동년배 끼리의 추억 공유만 가능해서 전 세대 간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못한다. 이에 7080에게도 8090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킬만한 곳을 찾아 나섰다.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온 뒤 쭉 걸어가면 인사동 입구가 바로 보인다. 쌈지길 쪽으로 조금만 더 걷다보면 오른쪽 건물 2층에 <토토의 오래 된 물건>이라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입장료는 2,000원. 일부는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시용이다.

이곳은 7080세대부터 8090세대들이 함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옛 물건들, 특히 장난감이 비중있게 전시되어 있다. 작은 박물관치고는 그 양과 질이 상당해서 꼼꼼하게 구경을 한다면 1시간도 넘게 걸린다. 전시품들이 반듯하게 놓여있지 않고 창고에 물건을 쌓아둔 것 같이 배치된 것이 이 박물관만의 매력이다.

람보 포스터와 이소룡 엽서, 뮤직 박스, 교련복, 이문세의 앨범, 원더우먼 등은 7080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금은 LCD 텔레비전과 DVD가 발달해서 사라진 옛 텔레비전과 비디오들도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8090세대들의 가슴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톰, 포켓몬, 호빵맨, 둘리 등의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장난감들도 친근하게 전시 되어 있다. 90년대 초등학생들의 필수 준비물이었던 소고와 멜로디언도 볼 수 있다. 또한 용돈을 적게 받던 초등학교 시절에 1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추억의 불량식품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 옛날에 비하면 약간은 비싼 가격이지만 3개에 1,000원 젇오. 아톰, 이소룡, 캔디 등 인기 캐릭터의 스티커와 딱지, 엽서 등도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토토의 오래 된 물건>에는 친구들과 함께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양한 세대의 물건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부모님과 자식이 함께 옛 물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지금은 보기 힘든 물건들을 한꺼번에 다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토토의 오래 된 물건>은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공간일 것이다.

박물관을 나오면 바로 앞에 추억의 과자가게가 있다. 이곳은 <토토의 오래 된 물건>에 있는 불량식품들 보다 더 다양한 간식거리들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다. 가격은 500원에서 1,000원 선이고 세트로도 판매되니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다음으로 소개 할 7080과 8090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의 장소는 <뽕다방>이라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안국역 6번 출구로 나와서 인사동 끝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사찰 음식을 파는 <산촌>이라는 곳이 있다. 그 옆에 바로 골목이 하나 있는데 그 끝에 바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대추차, 모과차부터 양푼냄비에 담아주는 옛날 팥빙수까지 있다. 그리고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추억의 라면 과자와 호박엿뿐 아니라 철제 도시락도 볼 수 있다. 다방의 아늑한 분위기 뿐 아니라 음료와 그릇, 소소한 인테리어 소품 때문에 먹는 재미가 배가된다. 음료는 7,000원이고 빙수의 가격이 1만5,000원이라서 비싼 편에 속하지만 옛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그냥 감수했다. 가게를 나가기 전에 테이블 당 한 번씩 뽑기 이벤트에 참여 할 수 있다. 꽝이 나올 확률이 높긴 하지만 종이를 쏙 뽑은 후 등수를 확인하는 그 재미를 오랜만에 느껴 볼 수 있었다.

<뽕다방>은 다방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정겨운 옛 학교 분위기다. 담임선생님이 칠 것 같은 풍금도 가게 한 구석에 있고 초등학교 때 사용했던 나무 책상과 작은 의자가 손님을 맞는다. 벽면에는 교복, 포스터, 신문 등이 장식되어 있고 종이옷 입히기, 딱지 세트 등도 창문에 붙여져 있다. 메뉴판은 마치 낙서가 잔뜩 있는 교과서 같고 책상과 의자는 낡은 느낌이 나서 내가 썼던 의자처럼 친근함이 묻어난다.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은 동년배들을 더 끈끈하게 묶어주고 다른 세대끼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게 해주는 것 같다.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요즘 트렌트가 현대인들의 삭막한 인간관계에 잠시 휴식을 주는 것 같아 좋다.

문의 : 02)725-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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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7080세대 #809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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