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섭, 르네상스로 가세!

시민리포터 이경은

Visit1,984 Date2012.09.03 00:00


[서울톡톡] 석파정에서 이중섭의 ‘황소’를 감상할 수 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학창시절 미술교과서에서 봤던 그 작품을 대원군의 별장에서…. 석파정은 조선조 25대 임금 철종과 26대 고종 연간에 영의정 등 고위직을 지낸 김흥근이 경영한 별서였으나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집권한 후 몰수하여 자신의 별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1974년 ‘대원군별장’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버스 7016, 7018, 7022, 7212를 타고 자하문 터널 입구에 하차하면 고즈넉한 석파정과 묘하게 어울리는 현대식 미술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8월 29일 개관한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은 유서 깊은 우리 문화유산과 함께 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 새로운 명소로 대지 약 1만3,000평에 지상 3층, 지하 3층의 규모로 건립, 1층과 2층을 전시장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전통과 현대, 자연과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 미술관이 세워지기까지는 설립자인 유니온약품 안병관 회장의 꿈과 그의 삶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시절인 1983년 액자가게에서 우연히 이중섭의 ‘황소’를 보는 순간 그 작품에 끌려 7,000원에 산 것이 계기가 되어 계속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1990년부터 이중섭 작품을 사 모으기 시작해서 2010년 드디어 진품 ‘황소’를 구입하고 꾸준히 모은 미술작품 100여 점을 세상과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전시 타이틀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의 둥섭은 ‘중섭’의 서북방언이다. 전란 중인 1952년 이중섭을 비롯한 기조동인 작가들이 모이던 ‘르네상스’는 그 시절 여느 다방처럼 다양한 계층이 드나들며 만남과 휴식을 가진 장소였다. 르네상스 다방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내걸고 전시를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온갖 악조건과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미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열정과 염원을 포기하지 않았던 기조동인 작가들의 행보를 되돌아보고자 하는 자리다.


이중섭의 ‘황소’는 그의 대표작이자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시대의 아픔, 개인의 고독과 절망을 격렬한 터치로 표현하고 있다. 소는 민족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는 모티브이자 작가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갈등과 고통, 절망, 분노를 대변함과 동시에 희망과 의지를 상징한다. 



한묵의 ‘일월이 있는 정물’은 자신의 조형 의지에 따라 대상과 공간을 재구성한 이지적인 표현을 추구했다. 자연의 질서와 본향을 향한 회귀의 정서를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은 훗날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기하추상의 대부로 불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묵은 기조 동인의 창립 멤버 가운데 유일한 생존 작가이다. 작품 ‘비온 뒤’의 박고석은 설악산, 북한산 등 명산을 즐겨 그린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손응성은 기조동인전 참여 작가 가운데 초지일관 사실적인 화풍을 견지한 화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소재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주제와 배경이 단독으로 맞서는 구성을 선호했다. 정규의 ‘함’은 우리 민족 고유의 풍토성을 단순 명료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작품에 나타난 시대 경험을 공유하고 작가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재조명해볼 수 있는 기회. 관람 후에는 인왕산의 빼어난 풍광을 마주하는 석파정을 옥상정원을 통해 갈 수 있다. 전시 관람과 동시에 수려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한옥을 돌아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 전시안내
 – 전시기간 : 11월 21일까지
 – 관 람 료 : 어른 9,000원, 청소년 이하 5,000원
 – 이용시간 : 11시~19시
 –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추석 연휴, 설 연휴
 – 문 의 : 02) 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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