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0순위, 수성동계곡에서 백사실계곡까지

시민리포터 이경은 시민리포터 이경은

Visit5,494 Date2012.07.26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우리 부부는 수성동계곡의 복원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인왕산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게 복원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이사를 가지 않고 계속 이 동네에 살기를 정말 잘 했어요.” 결혼해서 지금까지 옥인동에서 살았다는 노부부는 이곳 계곡을 자주 찾아와 불볕더위를 식힌다고 한다.

장마가 끝나고 강렬한 햇볕 속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쉼을 얻고, 재충전을 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수성동계곡이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시민들에게 개방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대감과 함께 휴식도 취할 겸 떠났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5분 정도 달린 후 종점에 도착하면 수성동계곡 초입이 시작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입구에는 우측으로 철거된 옥인동 아파트 흔적과 아직 남아있는 두 동의 아파트가 보이고 정면으로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확 트인 조망에 이내 탄성을 지르게 된다.

서울시는 화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배경이 된 수성동계곡의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 인왕산의 자연경관을 헤치는 옥인동 308세대의 옥인 시범아파트를 철거한 후 훼손된 자연 경관을 회복하기 위해 전통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소나무 1만 8,477그루를 심었다. 아직은 버팀목을 의지하고 있지만 산사나무, 화살나무, 자귀나무, 개쉬땅나무 등이 자연친화적 조경으로 잘 조성을 했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사각 정자 형식인 ‘사모정’을 설치했다. 계곡 아래에 걸려 있는 돌다리는 겸재 정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것으로,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되었다. 통 돌 두개로 만든 긴 다리로 ‘기린교’라 불리며 그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수성동계곡의 압권은 기린교 암석 골짜기로, 자연미를 한껏 살린 바위들과 돌들의 조화로 암반을 최대한 노출시켜 서울 도심에 빼어난 경관을 연출했다. 장맛비로 물이 많아져 폭포처럼 흐르는 물소리와 소나무 향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되고 조선시대로 돌아가 신선이 되어 보는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버스에 내려 입구에서 걷다보면, 계곡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중간 지점에 예쁘게 지어놓은 사모정에는 어른들이 앉아 땀을 식히고 있다. 멀리 강서구 화곡동에서 처음 구경 나왔다는 박영자 씨는 “신문을 통해 수성동계곡이 복원되어 개방했다는 기사를 보고, 날씨도 덥고 집에 있기 답답해서 지하철 타고 혼자 왔다. 서울 시내에 이렇게 경치가 훌륭한 곳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다”면서 다음에는 등산을 좋아하는 남편이랑 같이 와야겠다고 한다. 돌다리와 나무다리의 아름다운 조화를 감상하며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도롱뇽, 가재, 개구리, 버들치 등이 서식한다는 청계천 발원지가 있고, 계곡 중간에는 망중한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성동계곡의 끝 지점에 오르면 도로변으로 난 작은 흙 길이 보인다. 평지로 된 이 길을 따라 20여 분 걸으면 부암동 가는 길목에 종로구 문학 둘레길인 ‘윤동주 시인의 길’이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한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시인의 뜻을 기리는 길이다. 공기가 맑고 호젓한 이 길을 걷다보면 ‘서시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성선옥 작가의 ‘인왕산 호랑이’ 조형물과 인왕산에서 굴러온 돌들을 모아 만든 조형물이 있다. 일반 미술품과 사뭇 다른 외형이지만 옛 인왕산의 기운을 담아 디자인되어 돌을 하나하나 쌓으면서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내도록 한 작품들이다. 조그만 도로를 건너 언덕길로 오르면 ‘사색의 길’이 나온다. 시인의 시비가 있고, ‘코스모스’, ‘별 헤는 밤’, ‘서시’, ‘길’, ‘자화상’ 등 시인의 명시 글귀들이 나무기둥에 온통 도배되어 예쁘게 핀 꽃들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준다. 마지막 지점에 있는 ‘망향대’에 서면 ‘자하문’이 보이고 한적한 시골 동네 같은 부암동이 보인다.

부암동에는 수성동계곡에 견주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백사실계곡이 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해서 조금은 힘들게 걷지만 계곡에 도착하면 그 비경에 감탄하게 된다. 갑자기 향내가 코끝을 진동해서 보니, 누리장나무의 꽃이 만발해 있었다. 앙증맞은 ‘나 홀로 의자’에 앉아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버리고 피톤치드를 맡으면 모든 피로가 다 달아난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이곳에 와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 길지 않는 이 계곡은 현통사를 마지막으로 부암동 마을을 거쳐 나오면 홍제천과 함께 세검정 가는 길에 이른다.

서울 도심 속 수정같이 맑은 계곡물이 시원스레 흐르는 수성동계곡과 백사실계곡은 인왕산 등산길을 오가며 머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을 여행하는 듯 하는 여운을 주는 곳이다. 수성동계곡이 옛 모습을 찾게 됨에 따라 주변 인왕산 서울 성곽길과 함께 서촌의 대표적인 역사 경관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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