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을 걸어오는 아이의 모습에서 발견한 그것은~

시민리포터 이경은

Visit3,048 Date2012.06.18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장마가 오기 전에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 집을 나섰다. 행선지는 구로 올레길을 걸으면서 만난 주민들로부터 들은 항동 ‘서울 푸른수목원’인데, 아직 공사 중이어서 여전히 항동의 옛 모습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녹슨 철길을 30분 이상 걸어볼 수 있는 여유도 좋다는 것이다. 무덥기는 해도 바람이 제법 선선한 주말 오후 온수역으로 가는 7호선 전철을 타고 천왕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갔다.


아파트 건설과 도로 정비 등으로 어수선한 천왕역 주변을 조심조심 주변을 잘 살펴가며 걸었다. 5분 정도 직진하면 기찻길이 나와서 항동 방향 철길을 걸어도 좋겠지만, 수목원으로 갈 수 있는 청정 천왕산 입구가 보여서 원시림 같은 산길을 택했다.


천왕산은 해발 146m밖에 되지 않은 낮은 산이지만, 생태계 보존가치가 높은 서울시 5대 숲 중 하나라고 한다. 금낭화, 은방울꽃, 원추리 등 9종의 야생화 식재돼 있는 야생화 생태 탐방로를 비롯해 전망대와 등산로 등도 잘 정비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족제비, 산토끼, 너구리, 도롱뇽 등이 서식 중이며 이 산자락에서 바로 인근 항동 수목원으로 건너갈 수 있는 에코브릿지가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먼발치에서만 봐왔던 에코브릿지에 직접 들어가 보니 여느 산길과 다름없는 아름다운 숲이 펼쳐졌고 그 숲에서 벗어나자 발아래 녹슨 철길이 보였다. 수목원 가는 길에서 만난 천왕산과 철길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아름다웠다. 철길을 건너서 수목원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더 걷고 싶은 사람은 철길을 더 즐기다가 건널 수도 있다.



메타세콰이어가 하늘을 찌를 듯 철길과 나란히 서있고, 여러 가지 시설물 공사가 진행 중인 광활한 이곳이 바로 서울 첫 수목원인 항동 10-1번지 10만 809㎡의 ‘푸른수목원’이 들어설 곳이다. 이달 30일이 준공 예정이었는데 내년 4월 30일로 연기됐다고 한다. 여의도공원 2배 규모에 이르는 이곳에는 지난 해 식목행사로 다문화가족 100명과 지역주민, 기업체, 단체, 유치원 아이들까지 총 1,500여 명이 참여해 심은 소나무, 잣나무, 이팝나무, 사철나무, 매화나무 등 7,648그루(키큰나무 530, 키작은나무 7,118)가 자라고 있다.


녹슨 철길 양 옆으로 원두막들이 보이고, 논둑과 밭도랑 여기저기에 구슬땀 흘리는 농부도 눈에 띄었다. 물풀이 가득하고 수련이 둥둥 떠 있는 곳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텐트 치고 낚시했던 ‘항동저수지’라고 한다. 가뭄 탓인지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물길들이 말라 있어서 안타깝기는 했지만 원두막에 가득 앉아 있는 학생들, 저수지에서 올챙이떼와 개구리, 팔딱거리는 물속 생물을 보러 온 아이들, 녹슨 철길에 앉아 있는 귀여운 아이들과 비눗방울 날리며 할아버지와 철길을 걸어오는 아이의 모습에서는 그만 유년의 동네 어딘가에서 서성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니 유년을 만났다. 눈앞의 아이들은 영화필름 속 아이들 같았다.


아이들 따라, 철길 따라 걷다보니 건널목이 나오고 유명한 손두부집과 그림 같은 파란 지붕의 성공회 항동교회 버스길이 나왔다. 소박한 손두부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귀갓길에 오를 수도 있었지만, 큰길로 나가 2~3분 거리에 성공회대학과 유한대학이 있어서 계속 걸었다. 2대에 걸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것으로 유명한 유한양행 창업자 고 유일한 박사를 기리기 위한 ‘유일한로’, 유한대학 입구에 있는 ‘나눔의 숲’이라는 작은 공원, 성공회대학 인근 인도에 세워진 ‘신뢰의 문’이라는 신영복 교수의 글이 새겨진 기념석 등도 아울러 둘러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탐방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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