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은빛억새 구경오세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동현

발행일 2011.11.18. 00:00

수정일 2011.11.18. 00:00

조회 2,013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서 있는 것 같아요. 흰 머리카락이 막 휘날려요.”
“하하~ 요녀석!”
4살배기 선우가 할아버지 목말을 타고, 공원 내 바로 앞에 펼쳐진 억새를 바라보며 한 말이다. 선우의 말에 할아버지는 그냥 웃고 만다.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온다. 목동에서 자전거를 타면 공원까지 40분 정도면 족하다. 늙어 집에만 있으면 노쇠해지는 것 같고 답답해 공원을 찾는다. 이곳에 오면 반겨주는 이가 참 많다. 공원 내 크고 작은 숲, 억새, 부들, 이름 모를 풀, 습지에서 숨바꼭질하는 청둥오리, 푸른 한강, 강 가장자리에 노니는 철새들……. 모두 다 내 친구들이다. 특히 스쳐 지나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1942년생이라고 밝힌 선우 할아버지 이치수씨. 우리 나이로 일흔이다.

평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목동에서 출발해 혼자 공원을 찾지만 주말에는 할머니, 며느리, 손자, 손녀들과 함께 공원을 찾는다고 했다. 선우는 엄마, 오빠, 할머니를 뒤로 제쳐두고 할아버지 힘든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예 목에 눌러앉아 공원을 두루 산책했다. 할아버지는 힘들지만 손녀의 재롱에 시간가는 줄도 잊는단다.

조류관찰대에 오른 선우. 키가 작아 겨우 턱을 받침대에 걸치고는 창밖 한강 철새 도래지를 바라본다.
“할머니, 저기 새들이 모여 있어요. 왜 저기 모여 있어요?”
선우의 계속되는 질문에 할머니는 구경할 새도 없이 답해 주기에 바쁘다.

조류관찰대에서 바라본 철새지. 어디서 날아왔는지는 모르지만 2년 전 이맘 때 찾았을 때보다 훨씬 많은 수천 마리의 철새들이 모여 있었다. 관찰대 바로 아래 강 언저리에도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각종 철새들이 옹기종기 많이 모여 있었다. 조류에게 인기가 많고 많이 모여드는 것은 강서지구 한강변이 철새지 보호가 잘 되고 있고, 무엇보다 철새들의 먹잇감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몇몇 사진작가들이 철새지를 향해 목 좋은 곳에 자리하고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강 한가운데에서는 오리끼리 경주가 펼쳐졌다. 두 마리의 오리가 수면 1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평행을 이루며 날아가니 수면이 거울이 되어 네 마리가 동시에 경주하는 듯한 모습이 멋지다.

공원 내 얕은 습지에도 청둥오리를 비롯한 조류들이 한자리씩 차지해 먹이를 찾고 있었다. 오랜 가뭄이 지속되어서인지 습지가 부분적으로 메말라 속살을 드러낸 곳이 많았다.

산책길에는 야생동물이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도록 한쪽으로는 울타리를 만들어 막아둔 곳도 있었다. 늦가을이라 억새는 붉게 물들고, 주변 나무들 역시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름 모를 꽃들이 곱게 피어나 공원 주위를 화사하게 했다.

한강 위 공원과 이어지는 방화대교가 공원 내 푸른 숲과 붉은 억새와 조화를 이룬다. 주말이라 가족나들이객이 많았고, 바로 옆 자전거도로에는 하이킹족들이 줄을 이어 달렸다.

공원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하나 있다. 대여료로 1인용은 1시간 이용 시 3,000원, 2인용은 6,000원을 받는다. 자전거 대여점 관리인의 말로는 얼마 전 경인 아랫뱃길이 뚫려 요즘 들어 자전거 이용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화곡동에서 아빠를 따라온 한지혜(12) 학생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어 좋다. 많이 걸으면 다리가 아픈데 자전거를 빌려 타고 공원 주위를 마음껏 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시어머니와 함께 공원을 찾은 정수진(35) 씨는 “시어머니가 당뇨기가 있고, 무릎까지 좋지 않았는데 공원에 자주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산책했더니 이젠 다 나으셨다. 예전에는 많이 뒤처지셨는데 이제는 나보다 앞질러 걸으신다. 또 평소 힘들고 어려웠던 것을 공원을 산책하며 털어놓으면 어머니께서 다 들어주시고 편안하게 해주신다. 그래서 시어머니와 함께 하는 습지공원은 내게는 해결사나 마찬가지다.”라며 웃었다.

시민들과 새들이 함께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 바람이 볼을 에는 겨울이 오기 전 가족끼리, 연인끼리, 수능 치른 수험생 또래 모두 강서습지생태공원을 한번 찾아 습지 특유의 냄새를 맡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하철 5호선 방화역 2번 출구에서 02번 마을버스를 타고 생태공원(육갑문)에서 하차하면 된다. 마을버스로 5~6분 정도 걸린다.

 

우리 아이를 찾아주세요

#억새 #겨울철새 #강서습지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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