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서울 한 바퀴, 성곽 길

박은진

Visit3,758 Date2011.10.10 00:00

성곽투어 장면

개방한 지 3년밖에 안 된 창의문과 숙정문 사이 길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어느 만화에서 본 것 같은 성곽 길 아래 터널은 비밀의 세상으로 이어질 것 같은 신비감이 있다. 창의문과 숙정문 사이의 길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의 통로가 된 이후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했다가 개방한 지 3년밖에 안 돼서 그동안 비밀에 싸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군사 보호 지역이라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하고 안내소에 출입 신청서를 제출해야 드나들 수 있다.

관광지라기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의아해하며 계단을 힘차게 오르는데, 안내소 직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눌 정도로 이 길에 익숙한 50대 방문객이 “초반에 너무 힘을 빼지 말라”고 조언했다. 가파른 계단을 보며 ‘저 위까지만 가면 오르막이 끝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거친 숨을 고르며 50여m마다 보초를 서는 군인을 몇 명 지나쳐도 오르막은 끝이 없다. 안내서를 보니 코스 아래쪽에 작은 글씨로 창의문-백악마루 구간은 경사가 급한 탓에 노약자나 어린이는 다른 코스를 권한다고 쓰여 있다.

다른 방문객들의 후기로 짐작건대 일반 어른조차 오르기는커녕 내려오기도 벅찬 구간이다. 등산 애호가가 아닌 일반 관광객에게는 절대 적합한 산책길이 아닌 것. 다른 구간을 선택하기에는 이미 늦어, 평소 등산을 하지 않은 체력을 자책하면서 백악마루까지 열심히 올랐다. 드디어 백악마루 표지를 보고 안도의 숨을 쉬고는 1·21사태 소나무를 지났다. 1·21사태는 다름 아닌 북한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 사건을 말한다. 1·21사태 소나무 앞에 설치된 안내판이 ‘역사’에 대한 유일한 소개이고, 나머지는 시대별 성곽 축조 기술의 차이에 대한 설명만이 전부인 것.

북촌 방문 일정 때문에 삼청공원으로 북악산 길을 빠져나왔다. 삼청공원에서 야생 멧돼지 주의 표시를 만났는데, 서울 한복판에 야생 멧돼지가 살 정도로 자연이 복원됐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서울의 성곽 투어

종로구에서 인왕산-북악산-낙산-남산으로 이어지는 18.7km의 서울 성곽 둘레길을 걸으며 그 안에 깃든 역사와 문화, 생태를 느껴보기 위해 만든 투어 프로그램이다. 서울 성곽 길을 걷다가 사대문 지점에 다다르면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데, 스탬프 4개를 모두 받으면 지정 장소에서 완주 기념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종로구는 서울 성곽 구간별 거리와 소요 시간, 교통편, 관광지 안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 성곽 관광 안내지도’를 제작했으며, 영어·중국어·일본어로 번역한 지도도 마련해두었다. 서울 성곽 북악산, 서울 성곽 종로구 http://tour.jongno.go.kr

우리의 소리를 찾아, 국립국악원

외국에 살면서 더 궁금증이 커진 우리의 소리를 알고, 듣고 싶어서 국립국악원을 찾아 박물관과 소리극 <황진이>를 관람했다. 국악박물관은 궁중음악과 제례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를 전시한 악기 전시실, 명인 관련 유품을 전시한 명인실, 《악학궤범》 등 음악과 무용 관련 자료를 전시한 고문헌실, 국악사실로 나뉘어 있다. 악기 전시실에는 악기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 아이들도 쉽게 아름다운 소리를 접할 수 있다.

국악박물관 이숙희 학예연구사에게서 악기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자료가 유실돼 연주 방법이 전해지지 않는 전통악기가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도 알게 됐다. 이곳에서 펼치는 소리극은 서양 뮤지컬에서 영향을 받아 국립국악원에서 1990년 후반부터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공연 형식이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만난, 황진이 역을 맡은 젊은 국악인 강효주 씨는 자신을 비롯해 출연진 대부분이 소리꾼일 뿐 연기자가 아니어서 연기가 미흡하다고 걱정했다. 소리극 역시 소리가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녀의 말에 늦게나마 진화하고 있는 국악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전통의 ‘소리’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공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사이에서 두 번째 본다는 얘기도 들렸다. 한 가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음악 공연장과 박물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우리 공연을 보기 위한 장소로 국악 공연장은 국립국악원 외에 남산국악당, 국립극장 등이 있다. http://www.gugak.go.kr

글/박은진(Korean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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