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덕수궁에서 대한제국의 이야기를 듣다
발행일 2011.10.10.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책의 축제인 제4회 서울 북페스티벌이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덕수궁에서 열렸다. 역사와 전통을 잇는 아름다운 덕수궁을 누리길, 배우길, 꿈꾸길, 나누길, 하나되길 등 5가지 테마로 나누고,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숲이 우거진 자연을 배경으로 고궁을 거닐면서 책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각 내용에 맞게 배치했다.
서울시 주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책의 길(Book Road), 책의 길에서 세상을 만나보세요’라는 주제 아래 36개의 출판사가 참여하며, 특히 올해는 외규장각의궤 탁본체험과 팝업북 만들기 등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어린이부터 청소년, 청년, 노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꾸며졌다. 투명우산에 독서 감상화를 그리고 있는 학생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부천에서 올라온 5학년 김현수, 한별 학생은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안했는데 굉장하다고 어른스럽게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하나되길’에는 ‘함녕전’ 앞 특별 무대에서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과 함께 책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보는 ‘북 퀴즈쇼’와 ‘어린이 드로잉쇼’ 공연이 열렸고, 바로 뒤 정관헌에서는 유명 작가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저자와의 만남’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 참여한 작가는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김진명 작가, ‘너에게 묻는다’의 안도현 시인,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의 정호승 시인, 소설 ’덕혜옹주’의 권비영 작가 등이다.
이번 서울시의 모든 페스티벌이 다 그렇듯 북페스티벌도 온몸으로 체험하고 소통하고 나누는 축제였던 것 같다. 고궁 안에서의 책과의 랑데부, 북콘서트의 아름다운 선율... 북 페스티벌은 서울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여느 행사와는 분명 차별성이 있었다. 궁 안을 내 집처럼 편하게 거닐며, 새삼 덕수궁의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회한에 잠겨보기도 했다. 마침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덕혜옹주’의 저자 권비영 작가를 직접 만나볼 수 있어서 정관헌으로 향했다. 진행을 맡은 세명대 김기태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저자 권비영 작가로부터 직접 ‘덕혜옹주’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녀를 기려보자.
김 : 출간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베스트셀러인 ‘덕혜옹주’가 어떻게 구상됐으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저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다.
권 : 3대 일간지에 난 기사 ‘대한제국 재조명’에 실린 사진 한 장에 강렬하게 빨려들었다. 사진 속의 ‘덕혜옹주’는 맑고 순수하면서 강인하고 총명해 보였다. 그 사진을 접한 순간부터 미친 듯이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도서관과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그녀의 기구한 운명에 가슴을 쳤다. 고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어머니의 죽음까지 이어졌고, 일본 귀족과의 강제결혼 그리고 딸 정혜의 자살. 정신병원 감금 등. 내가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조선의 마지막 황녀인 그녀의 비운의 삶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러분들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김 : 이 자리에는 책을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도 있다. 하필이면 경술국치 100년이 된 시점에서 덕혜옹주를 세상에 불러내야 했는지 들려주기 바란다.
권 : 2009년 초는 덕혜옹주(1912~1989)가 세상을 떠난 지 20주기가 되는 해였기 때문에 집필 시작한 지 3년 만인 그 해에 출간할 계획이었다. 2009년 12월에 발간했는데, 그 이듬해인 2010년이 바로 경술국치 100주년이 돼서 사회적인 분위기와 관심이 확산된 것 같다.
김 : ‘덕혜옹주’를 집필하게 된 시기와 배경은?
권 : 뒤의 배경은 대한제국이다. 그 시대의 오해를 푸는 계기가 돼서 개인적으로 보람이 크다.
김 : 고종 황제의 옹주에 대한 사랑은 어느 정도였나?
권 : 알려진 대로 고종의 자식들은 반듯하게 잘 성장하지 못했다. 순종은 병약하고, 영친왕은 일본으로 끌려가고... 자식을 지켜내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이 옹주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더 사사롭게 얘기하자면 아버지는 딸을 더 예뻐하는 것 같다.
김 : 옹주의 국가관이나 황실자손으로서의 올곧은 정신 등에 정신적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였나?
권 : 고종이 절대적이지만, 유방암으로 일찍 사망한 양귀인의 영향도 컸다. 황가의 자손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도 자의식 강하고, 불의에 굴하지 않았음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김 : 대한제국이 융성했더라면 ‘덕혜옹주’가 어떤 업적을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권 : 서예와 글쓰기를 잘했고, 만들기와 같은 손재주도 뛰어났다. 꿈이 선생님이어서 국민들을 계도하는데 앞장서서 훌륭한 여성교육자로 우뚝 섰을 것 같다.
김 : 정략결혼, 실제 일본인 남편과의 관계는?
권 : 덕혜옹주의 남편인 소 다케유키는 일본 대마도 번주 가문 출신으로 덕혜옹주가 강제로 결혼한 상대였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비열하고 치사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물론 냉정하고 이성적이어서 따뜻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일본 패망으로 이혼은 했지만.
김 : 마무리 인사를 부탁한다.
권 : 출간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여기 오는 길에 교보문고에 잠깐 들렀는데 아직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다음 작품 열심히 쓰고 있으니까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이런 행사들이 독서인구의 증가와 출판업계의 발전, 더 나아가서 보다 성숙한 국민성에 윤활유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희망과 기대로, 2012년에 펼쳐질 북페스티벌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하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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