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관광 명소, 이태원

고용철

Visit2,648 Date2011.09.26 00:00


이태원은 인근에 미군 부대가 주둔해 일찍부터 이방인이 많이 모여들던 동네로 외국인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오늘날 많은 외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여행 명소가 되면서 관광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용산 삼각지에서 국방부와 전쟁기념관을 지나 한남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이태원이라는 거리의 팻말이 보인다. 여기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으레 빼놓지 않고 들르는 한국 쇼핑 관광의 명소, 이태원이다. 우리가 보통 이태원 거리라고 지칭하는 곳은 이태원1동에서부터 한남2동까지의 1.4km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구두, 의류, 가방 등을 파는 쇼핑 상가와 숙박업소, 각종 음식점, 유흥주점, 오락 시설과 무역상, 여행사 대리점, 관광호텔, 종합병원 등의 상가 2,000여 개가 밀집해 있다.


이태원에 이러한 상권이 형성된 것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후 하나 둘씩 모여든 사람들은 이태원을 생계의 터전으로 삼았다. 처음엔 용산 군부대의 미군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던 구멍가게로 시작해 점차 양복점이나 골동품 가게로 바뀌었고, 1970년대 중반부터는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어엿한 상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 후 이태원은 1980년대를 전후로 한국을 대표하는 쇼핑 타운으로 급성장해, 서울에서는 최초로 관광특구로 지정되었다. 그래서 외국인 가운데는 서울은 몰라도 이태원은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해밀턴 호텔을 바라보며 걷는 동안 좌우에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상점들은 대부분 의류점, 가죽 용품점, 골동품점 등이며, 뒷골목에는 유명 브랜드의 시계부터 골프채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이태원 지역 쇼핑 상가 주인들은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까지 구사해 외국인에게 더욱 인기가 있다. 이태원 길 끝자락 즈음에는 존슨탕으로 유명한 바다식당이 있다. 존슨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미군 부대 주방장이 미국식 재료에 한국식 양념을 가미해 스튜를 끓였는데, 이를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존슨탕이라 불렀다. 동그란 냄비에 담겨 나오는 바다식당의 존슨탕이 바로 부대찌개의 원조다.



해밀턴 호텔에서 보광동 쪽으로 한 블록 걷다가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파라과이 음식점인 ‘꼬메돌(Comedor)’이 나온다. 지구 반대편, 남미의 심장이라 불리는 파라과이의 전통 음식과 차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곳에 가면 항상 남미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남미 쪽에서 이민 생활을 하는 교포나 관광객이 주를 이룬다. 이태원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건 이국의 음식과 문화를 마치 해외에 있는 것처럼 외국인에게 둘러싸여 구경하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칙릿(chick lit (chick+literature)의 줄임말로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처럼 여성들의 일상을 가벼운 터치로 묘사한 콘텐츠들)’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유행한 ‘브런치’로도 사람들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 직후 이태원은 유엔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중앙성원 주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모슬렘이 한국 여성과 가정을 이뤄 살고 있고, 그 인근에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에서 온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이태원 소방서에서 보광초등학교, 이슬람 성원으로 이어지는 ‘ㄱ’ 자 모양의 길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터키·파키스탄·아프리칸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해당 국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동통신 매장, 의류 매장, 세탁소, 식료품점 등 다양한 종류의 가게가 늘어서 있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Salam’이라는 모슬렘 식당을 찾는 커플들이 몰고 온 차들로 골목길은 한바탕 몸살을 치른다. 주변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은 이제 외국인과 허물없이 지낸다. 이태원 파출소 뒤편의 일명 ‘나이지리아 골목’에서 장사하는 아프리카인들 또한 이슬람 성원 주변에서 다른 나라 모슬렘과 어울린다. 이들은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는다. 이태원에서는 피부색이나 종교, 국적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휴일이면 대형 교회 차량들이 여학생들을 태우고 이슬람 성원을 찾는데, 이들은 ‘이맘(이슬람 성직자)’과 모슬렘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거나 모슬렘을 소개받기도 한다. 외국인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심 속 다문화 지역, 이태원. 이곳엔 오늘도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글/고용철(파라과이 국립경찰 라디오 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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